2011년 봄에 첫 아이를 출산하고 이후로 두 명의 아이를 더 낳아 삼 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스물다섯 살 봄에 결혼을 했고, 그 해 가을에 임신을 했다. 빠른 결혼과 빠른 임신. 사실 결혼을 빨리할 계획은 진즉부터 있었는데 엄마가 빨리될 계획은 전혀 없었다. 스드메를 준비하는 정성만큼 엄마가 될 준비도 함께 했다면 조금 나았을까.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서 첫 발을 내딛는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조금 다른 방향의 조금 다른 경험을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산부인과에서 첫 진료를 받는 날. 환자 대기자 목록에 내 이름과 생년월일을 써넣는데, 생년의 앞자리가 8로 시작하는 사람들보다 7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 목록에 86이란 숫자를 써넣는 건 왠지 낯설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차트를 받아 든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내 나이에 대해 한 마디씩 던졌다.
"엄마가 정말 젊으시네요."
막달이 가까워졌을 무렵에는, 아이가 역아라서 자연분만은 위험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의사가 나보고 '어떻게 좀 해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너무 젊은데, 제왕 절개하면 아깝잖아요."
나는 참 젊고 아까운 임신부였다.
그리고 스물여섯 살 봄에 엄마가 되었다.
격정출산느와르 드라마 <산후조리원> (사진출처: tvN)
작년 말에 방영된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재미있게 보았다. 같은 드라마를 본 학교 선배와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자신의 조리원 경험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11년 전에도 우리는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다만 그때의 우리는 그 경험의 한 복판에 있었다.
선배는 첫째를 낳고 연년생으로 둘째를 막 출산한 때였고, 그때 나는 첫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었다. 나보다 두 살이 많은, 그러니까 84년생인 선배는 11년 전 두 살배기첫째와 갓 태어난 신생아를 연년생으로 낳고 키우고 있었다. 같은 나이에 엄마가 되었다는 드문 경험을 공유한 동지였다. 당시 워낙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지라 주변에 아기 엄마 인맥이 거의 없던 나는 유일했던 '엄마 선배'의 조리원 경험담을 듣고 같은 조리원을 선택했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뿐만 아니라 같은 산후조리원 선후배 사이인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기에 서로 간에 할 이야기가 제법 많았다. 원장님, 실장님, 마사지사 등등 서로가 다 아는 그분들과의 에피소드를 나누다 보니 마치 졸업 후에 고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를 할 때와 느낌이 비슷했다. 신나서 10년 전의 이야기를 털어놓던 우리는 이렇게 입을 모았다.
"아, 정말 조리원 이야기라면 책도 한 권 쓸 수 있을 것 같아."
그 순간, 정말로 책으로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써보기로 했다. 비록 브런치 북이라는 무형의 형태가 될지언정.
어쩌다 보니 세 아이를 출산하면서 매번 다 다른 식으로 산후조리를 했다. 첫째 때는 첫 아이여서 남들 다 하는 대로 산후조리원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훌륭한 수유 트레이닝을 받고 여자에서 엄마로 변신, 아니 아니 짐승이 되었다.
둘째 때는 미국에서 출산하다 보니 조리원은 꿈도 못 꾸는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67만 명의 한국교포들이 살고 있는 엘에이에 살게 되어 조리원의 특혜를 누렸다. 그런데 미국에 있는 한국식 조리원이란 곳은 정말인지.... (이하 생략). 앞으로 함께 뜨겁게(?) 이야기해보자.
셋째 때는 조리원에 가지 않고 산후조리사를 불러 집에서 몸조리를 했다. 혼자서 애 셋을 건사한다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이라 최대한 아웃소싱을 해보고자 마음먹고 입주도우미 두 달, 출퇴근 도우미 두 달, 도합 4개월간의 아주 긴 산후조리를 했다. 역시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그래서 이 브런치 북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아이를 낳고 엄마가 짐승이 되는 과정은 과연 어떠한가'라는 모든 엄마들이 겪어봤을 보편적인 경험에서부터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해외에서 산후조리를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돌봐야 할 어린아이가 위로 둘이나 있는 상황에서 셋째 출산 후 산후조리를 하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라는 나의 특수적인 상황이 만들어낸 이야기들.
나라는 사람이 엄마가 되는 과정의 서사가 들어있다.
삼십 대 중반. 이제 막 결혼과 출산 소식을 전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제 갓 엄마가 된 삼십 대 초중반의 그녀들은 주변에서 보고들은 게 많은지라 20대 중반의 철없던 나처럼 꽃분홍빛 육아를 꿈꾸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모두들 막상 엄마가 되어보면 닥쳐오는 현실에 당혹스러워한다. 모든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엄마가 된다는 건 어쩌면 그런 일일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되는 경험은 모두에게 진귀한 경험이고 축복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엄마가 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비정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다 정상이다. 아니, 정상도 비정상도 없다. 100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100명의 엄마가 있을 뿐이다. 세 명의 아이를 둔 나에게는 세 명의 엄마로서의 자아가 있다. 그리고 세 명의 산모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