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적으로 설정해 놓은 나의 마감은 1주일에 1 브런치 포스팅이다.
블로그에 쓰는 한두 줄짜리 일기 같은 글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과 해시태그가 줄줄이 달리는 잡담이 아니라, 한 편의 잘 짜인 글. 그래도 읽는 재미와 글밥이 있는 글. 정성스럽게 지어 독자를 위해 준비하는 글. 그런 글을 일주일에 한 편씩 브런치에 올리자. 그게 나의 개인적 목표였고 나의 마감이었다.
5월부터 지금까지 약 반년의 시간 동안, 딱 한번 8일 만에 글이 올라온 것 빼고는 그 마감을 잘 지켰다. 때로는 나오지 않는 글을 억지로 쥐어짜느라 컴퓨터 앞에 하염없이 앉아있어야 했고, 그 시간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남편과 아이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어떻게든 매일 1시간씩 글을 쓰는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였으나, 엄마의 일상에 치여 흐지부지 묻혀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도 오로지 나를 위해, 나만 생각하며,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편'이라는 셀프 마감이 무색하게 요즘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썼다. 그것도 예전처럼 노트북 앞에 앉아 하염없이 한숨을 쉬다가 나오는 글이 아니라, 그런 허송세월 하는 시간 따윈 저 멀리 날려버리고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글을 줄줄 써 내려갔다. 물론 그렇다고 엄청나게 새끈하고 멋진 문장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다만 따박따박 원고지가 참으로 잘 채워졌다.
비법은 바로 10월에 있는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그동안 적어왔던 폴란드 생활에 대한 글이 그래도 책 한 권으로 엮어볼 만한 분량으로 쌓였길래, 그래 올해에는 나도 한 번 도전해보자 하고 목차를 꾸렸다. 그런데 책이라는 하나의 큰 카테고리로 묶이기에는 글이 좀 두서가 없었다. 그때그때 일상에서 주워 올린 글감으로 책을 엮어보자니 일관성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내가 상상하는 책의 흐름에 따라 목차를 다시 구성해보니 함께 들어가면 좋을 주제들이 눈에 보였다. 그래, 그럼 이 비어있는 틈새에 딱 맞는 조각들을 새로 글로 적어다가 맞춰 넣어보자. 그렇게 10월의 브런치북 발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요새 부쩍 글이 자주 올라오는 걸 보고 아마 나의 구독자들은 눈치챘을 것이다. 아, 브런치북을 준비하고 있구나. 이게 정말 신기한 게 마감이 딱 정해져 있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어떻게든 빠른 속도로 글이 나온다. 이미 지난 8월 경에 브런치 측에서 공모전 예고가 있었는데도 그때는 이런 원동력이 생기지 않았다. 매일매일 새롭게 탄생하는 글을 보면서 스스로 감탄했다. 이게 바로 마감력이구나!!!
지난 열흘 동안 하루에 한 편 꼴로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물론 이 작업이 그렇게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오전에 글을 토해내고 나면 남은 하루는 무슨 정신이었는지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멍하니 오후를 보냈다. 그러자니 10월 상순은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여전히 어린아이들과 스물네 시간 붙어지내는 일상을 살았고, 첫째는 같은 학년에 확진자가 생겨서 학교를 닷새나 쉬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토요일이 두 번이나 따박따박 돌아왔는데, 매주 토요일 아침에는 내가 교사로 일하는 한글학교 수업이 있다. 이번 학기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첫 학기라 모든 수업자료를 일일이 하나하나 다 만들어야 했다. 눈 감고 돌아서면 바로 일주일이 휙 지나가 있었다. 내 정신머리는 돌아오지 않은 채로.
그래서 더 붙잡고 있으면 영원히 내 정신머리가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 그냥 아쉬운 대로 여기서 브런치북을 하나로 엮었다. 그동안 하루에 한 편씩 써내던 글은 사실 작가의 서랍에 들어가 있던 글도, 오래전 일기장에 있던 글도 아니었다. 대부분 새로 썼다. 내 안에 이렇게 글이 마구마구 잠들어 있다는 걸 새롭게 깨달은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마감력이 주는 글쓰기의 힘이 너무 소중해서, 10월 말까지 그냥 브런치북을 붙잡고 있어 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원하는 분량은 넘어섰고, 권장 완독 시간 90분을 넘어섰다며 빨간 경고색을 번쩍거리는 브런치북을 앞에 두고 나니 '과유불급'. 그냥 여기서 마감의 문을 닫기로 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polandlife
그렇게 브런치북 한 권이 나왔다. 아직 하트를 누르지 않은 구독자 분이 계시다면 링크를 타고 들어가셔서 모두 손가락 운동 한 번씩 해주시기 바랍니다. (갑분 하트구걸)
올해 어떤 결과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이 신나는 글쓰기의 축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즐겁다. 물성이 있는 진짜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표지를 달고 책 비스무리한 모양새로 내 앞에 책이 던져지니 왠지 모를 감동이 있었다. 블로그에 브런치북 발간 소식을 알리니 '출판 축하드려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출판을 축하한다는 말은 아주 한참이 지나서야 들을 수 있는 인사인 줄 알았는데. 어쨌거나 브런치북 출판도 출판인지라 축하인사를 덥석 받아버렸다. 출판 프로젝트와 마감이라는 원동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올해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내년에도 꼭 참가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 매년 새해 목표에 '새로운 브런치북 발간하기'를 적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매년 10월마다 마감력을 불러일으킬 테다.
부디 마감의 요정이시어, 자주자주 왕림해서 저를 좀 쪼아주시기를. 그리고 물론 쪼기만 하지 말고 물론 글감이 가득 들어있는 요정 가루도 팍팍 뿌려주시길 바라옵나이다. 외쳐,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