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쓰기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호기롭게 브런치를 시작했다. 14편의 글쓰기를 어렵사리 마치고, 갑자기 회사 일정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글을 쓸라면 얼마든지 쓸 수 있었겠지만 몸이 힘들고 마음의 여유가 없고 쉬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놓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쓰겠노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이후로 한 편의 글도 더 쓰지 않았다.
북저널리즘 8월 프로그램으로 그날의 포캐스트를 읽고 댓글 남기기를 참여했는데, 이 또한 처음 시작할 때만큼 매일매일 인증해야겠다는 마음이 시들어버렸다. 글은 읽지만 조금만 어려운 주제이면 댓글을 쓰기 위한 궁리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 하기로 약속한 아침 기도도 출장 갔을 때도 쉬고, 최근에 피부과 치료를 받고 나서 그 핑계로 또 기도를 빼먹었다. 와.. 못할 이유가 하나라도 있으면 안 해버리는 이 습성을 또 한 번 마주했다. 오늘도 침대에서 밍기적 거리다가 남편이 먼저 일어나서 기도 방석을 펴길래 나도 슬그머니 일어났다. 내심 먼저 기도하자고 이끌어주길 바랐었다.
연속된 꾸준히 하지 못함을 마주하고 약간의 자괴감이 몰려왔다. 예전에는 시키면 무조건 끝까지 했는데 이젠 시스템이나 규칙,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기 싫으면 안 하는 사람이 돼버린 것 같았다. 인생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하기 싫어도 하면 좋은 일들이 있는데, 점점 청개구리가 되어가고 있나 보다.
그래도 나를 추동시키는 힘이 무엇이 있을까 살펴보면 내 곁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인 것 같다. '같이 하자'라고 부추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쭐래쭐래 따라가는 편이다. 그 힘으로 지난 5년간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나는 많이 '인간'이 되었다. 결혼하면서는 나랑 비슷한 성향의 사람과 같이 살다 보니 다시 게으른 본성이 드러나고 있어 그게 문제다...
사람들은 다들 어쩜 이리 부지런하게 살까 싶다. 요즘 자신의 루틴을 정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체크하며 갓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를 보았다. 나도 그런 흐름에 따라가고 싶어 이런저런 시도를 했던 것 같다. 특히 7월 동안 무의미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아 더 조급했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이것저것 기웃댔다. 시작은 좋았으나,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속에서 나의 가능성과 실패를 둘 다 맛보았다. 근데 이게 실패가 맞나? 2022년 8월은 다시 오진 않지만, 나에겐 9월이 있고, 10월이 있다. (아 그리고 재밌는 점은 나는 항상 매년 7~8월에 새로운 걸 시도해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때 가장 호기심과 열정이 넘친다.)
'오늘 하루 못했으면 내일 다시 하면 된다. 계속 연습하면 된다'라는 법륜스님의 말씀을 다시 새겨본다.
오늘 못했으니 이젠 난 글렀어...라고 포기하진 말자. 한 분야의 전문가는 못되더라도, 갓생은 살지 못할지라도 실패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