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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주댁셈 Jul 25. 2022

한 달 쓰기 1일 차, 나에게 꾸준함이란


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환경에 나를 집어넣기로 했다. 한 달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냥 쓰면 되는데 나는 돈을 지불하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나의 꾸준함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꾸준한 사람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의 첫 꾸준함은 아마 학교였던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는 가야 하는 곳. 엄마로부터 받은 가르침이다. 아파도 가야 하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아도 가야 하는 곳. 나는 성실히 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다닌 아이스크림 가게 알바를 대학교 4년간 병행했다. 내가 쓸 용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나의 취미이자 특기인 사진은 고등학교 때부터 한 10여 년간 나의 든든한 친구였다. 대학교 동아리로 시작한 검도는 6년 정도 하면서 3단까지 취득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 활동하고 있는 정토회에서는 불교공부와 봉사를 10년간 이어오고 있다. 


굵직굵직한 것들은 그래도 몇 년씩 해나가는 힘이 있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고, 어떤 목적이 있었기도 하고, 책임감이었기도 하고, 돈 때문이기도 했다. 아, 가장 중요한 건 '인정'이기도 했다. 잘했을 때 보상으로 받는 칭찬과 인정이 나에게는 엄청난 동력이 되었다. 좀 더 잘해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됐다. 그런데 하나의 긴 대장정이 끝나고 나면 다시 그것을 시작하는 힘이 점점 떨어졌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한 가지만 하기에도 버거워서 그런 걸까? 지금은 직장과 봉사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없다. 


돈을 벌어서 좋은 점은 마음에 여유가 없어 내 의지로 무언가를 할 수 없을 때 돈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몸이 안 좋아져서 운동을 해야겠다 싶었을 때 돈을 내고 요가를 다니고, 클래스 101에서 체형교정 운동을 등록했다. 취미 그림을 도전해보고 싶을 때 온라인 그림 강좌를 신청했다. 시사상식을 키우고 싶어서 유료 저널 구독을 했다. 베이킹을 배워보고 싶어 내일배움카드까지 등록해서 학원도 다녔다. '해야겠다'라는 욕구가 올라왔을 때 '질러버리는' 이 방법은 나름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등록기간이 끝날 때쯤에는 처음의 그 욕구가 사라져 다음번 등록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 활동에 취미를 붙여보고 싶었는데 막상 배워보니 나에게 재능이 없거나 생각보다 흥미가 없어서 이기도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꾸준함이 없기에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사진 이후로 내게 강렬하게 이끌리는 취미가 없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꾸준히 가져가 볼 수 있는 취미를 만들고 싶다. 결혼 전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흥미를 가진 요리능력도 좀 더 개발? 해보고 싶은 분야이기도 한데, 2인 가구로 살고 있는 요즘엔 먹는 양이 줄어서 예전만큼 요리에 열정이 없는 상태다. 그래도 시간과 마음만 맞는다면 평생학습원 같은 데서 하는 요리 클래스는 한 번쯤 참여해보고 싶다. 아, 왜 그렇게 좋아했던 '사진'은 안 하느냐고 묻는다면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쉽게 찍는 세상에 따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도 버겁고, 사진을 찍을 때는 사진만 찍는다는 나만의 개똥철학이 있기 때문에 ㅎㅎ '데이트'하며 사진 찍기나, '여행'하며 사진 찍기가 아닌 '사진'찍는 데이트, '사진'찍는 여행이어야만 된다는 마음이 있다. 목적이 사진인 시간을 가진 지가 참 오래된 것 같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보여줄 곳이 SNS밖에 없다는 점도 좀 슬프고 아쉬운 것 같다. 예전에는 사진 커뮤니티들이 많았는데 말이다. 


이번 글쓰기를 통해 꾸준함이라는 주제에서 시작해서 나의 취미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각각 취미 소재마다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한 꾸러미인데, 지금 보면 다 과거 이야기라 크게 무슨 의미일까 싶다. 글쓰기를 할 때 막연히 생각한 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나'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과거의 내가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된 것 이기에 글 속에 과거가 안 나올 수는 없겠지만 글을 쓰다가 과거의 감상에 젖어 허우적대고 싶지는 않다. 그 부분을 염두하고 한 달 쓰기를 이어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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