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와 두유로 만드는 마음대로 콩물국수
콩국수. 더 정확히 말하자면 콩물국수. 애초에 어떤 발상으로 국수에 콩물을 붓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지는 여름철 별미. 아마도 고기가 흔하지 않았던 그 옛날, 단백질 콩을 온전히 먹기 위한 영양식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콩을 갈아 국물로 쓰다니, 이처럼 창의적인 전래 요리가 또 있을까?
'먹을 줄 알아요'하면 '다 컸네'가 따라붙는 어른의 맛. 어릴 때는 엄빠의 권유로 딱 한 입 후루룩 했다가 입 안에서 느껴지는 오만 맛에 툭 다시 뱉어 버리기도 했다. "점심에 콩국수 할 거야"라는 엄마 말을 들으면 그 수고로움을 차마 몰랐던 나는 점심을 먹지 않겠다며 떼를 쓰곤 했다. 조금 먹던, 많이 먹던, 그저 콩국수를 먹이는데 의의를 뒀던 엄마는 그런 나를 모른 척했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콩 비린내, 국수치고는 달달한 국물을 마스킹하듯 소금을 쳐 듬성듬성 짠기가 지뢰 밟듯 터지는 콩국수. 그 시절 나에게는 고소한 맛일랑 차치하고 그 맛을 즐기는 어른들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요상한 음식이었다.
실제로 콩국수는 면도 잘 삶아야 하지만 콩물을 만드는데 정성이 옴팡 드는, 모든 과정이 고루고루 예뻐야 맛있는 요리다. 좋은 콩(백태, 서리태 등)을 삶아 물기 빼고 식혔다가 믹서(멧돌)에 물을 부어가며 살살살 갈아주면 콩물이 되는데, 면 삶고 고명 올리기까지, 국수 한 그릇 만드는 것 치고 드는 시간과 노력이 상당하기에 내 식구 먹이는 용도가 아니고서야 여름 한 철 장사로만 외식이 가능한 음식이기도 하다.
때때로 두부집이나 칼국수집에서도, 중국집이나 분식집에서 보이기도 하는 그것. 차갑게 먹기 때문에 면이 붇지 않아 이 면, 저 면 할 것 없이 탱탱하게 삶은 면이라면 대부분 잘 어울린다. 가게마다 정식 메뉴판 아래, 손글씨로 쓴 ‘임시 종잇장 메뉴’를 붙이기 시작하면 아 여름이 오고 있구나를 눈으로도 느낄 수 있다. 그 메뉴를 일부러 못 본 척도 한다지만 여럿이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선 어른 한 명이 "콩국수 나눠 먹자, 맛만 보자" 손을 들고 나눠주기도 하는 정겨운(?) 메뉴가 아닐 수 없다.
요즘에는 면은 면 전문점에서, 콩물은 주변 마트에서 사다가 내 마음대로 밀키트로 즐기기도 한다. 물론 그 맛이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에 비할 수 없으나, 종종 생각날 때 왕왕 챙겨 먹기에 세상 참 좋아졌다(찐으로 직접 콩 삶아 만드는 방법은 하단 URL 참고).
콩국수를 먹고 뱉지 않게 된 나이가 몇이었을까. 대학 때까지만 해도 콩국수 먹으러 가잔 친구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 주변의 권유로 콩국수 한 그릇은 먹을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생각보다는 괜찮아, 여름에 한 번은 괜찮아, 권하기도 하는 어른이 되어있었다. 나이가 들어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 내 주변이 변한 것인지, 더 맛없는 것들도 몸 생각해 먹을 줄 아는 어른이 된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콩국수가 마냥 싫지는 않다. 엄마가 그 땡볕에 굳이 콩국수를 만들었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집에서 도전해 본다. 집밥으로 만나는 콩국수라니. 엄마 주방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이다. 나 정말 다 컸네! 여름 별미라지만 불 앞에서 차마 30분씩 서 있을 수는 없다. 내 식대로 만드는 콩국수, 내 마음대로 만드는 콩국수로 내 식구에게 인정받고 싶다. 두유와 두부, 견과류를 믹서에 갈아 팝팝 튀는 소금 대신 고루 퍼지는 연두로 간을 해 콩물 완성! 건강한 현미쌀소면 삶아 냉장고에 넣어뒀던 콩물을 붓고 여름 과채 툭툭 잘라 올리면 콩국수쯤 내 손으로 뚝딱이다.
취향에 맞는 두유를 활용하면 콩물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고소하게 즐길 수 있다. 달달한 콩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간에 설탕을 추가. 막연하게 어려운 요리는 방식을 바꿔 접근하면 된다. 마냥 어려운 요리는 세상에 없다. 마냥 새로운 요리만 있을 뿐. 두유 콩물 국수로 요리도, 식사도, 즐거운 내 방식대로 어른이 된 느낌. 아래는 새미네부엌 사이트에 올라온 콩국수 상세 레시피.
✅간편 콩물 콩국수 재료
두부 1/2모(150g)
두유 1컵(200g)
견과류(호두, 아몬드 등) 1봉(20g)
현미쌀소면 1줌(100g)
참외 1/2개(80g)
오이 1/4개(50g)
방울토마토 5개(50g)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간편 콩물 콩국수 만들기
1.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오이는 채 썰어 준비한다. 참외는 반 갈라 씨를 제거하고 얇게 슬라이스 한다.
2. 두부, 두유, 견과류를 믹서기에 곱게 간다.
3. 2에 요리에센스 연두순을 넣고 섞은 후 냉장실에 보관한다(기호에 따라 설탕 가감).
4. 끓는 물에 현미쌀소면을 넣고 익힌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한다.
5. 그릇에 면을 올리고 3을 부은 다음 1의 고명을 올리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