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안주는 너로 정했다
월요일엔 누구나 저마다의 부적이 필요하다. 누웠던 자리에서 엉덩이 팍 떼고 일어나게 해 주세요, 출근길에 짜증 안 나게 해 주세요, 하루가 좀 빨리 가게 해주세요, 오늘은 아무 일도 없이 무탈하게 해 주세요, 제발!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마음이 들기를, 혹여 종일 마음 누일 곳이 없어도, 상상 부적을 만들어 마음 위에 붙일 수 있게. 내게 그런 ‘월요일 부적’이란 바로 ‘브리치즈 구이’다. 생뚱맞게 치즈를 뭐, 어째, 굽는다고? SNS에서 꽤나 유명한 이 레시피를 꺼내 들면, 열에 여덟 정도는 도대체가 생소하다고 타박들인 나의 고소한 마음 부적.
브리치즈는 프랑스 브리 지역에서 우유를 이용해 만든, 하얀 곰팡이가 붙은 두툼한 껍질이 매력적인 치즈다. 마치 크림처럼 보드라운 질감이나, 상온에서 흘러내리지는 않는다. 특유의 깊은 맛과 부드러움(소프트 치즈 계열) 덕분에 치즈의 여왕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치즈 중 하나. 신맛 나는 커피나 음료 등과 아주 잘 어울리며, 무향, 무맛의 크래커, 빵, 견과류 등과 함께 먹으면 다양한 식감을 더해 극강의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 제일 잘 어울리는 것을 찾자면 '와인'이 아닐 리 없다! 좋아하는 와인 한 잔에 브리치즈 한 조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이렇게 팔자 좋은 여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
한국에서는 햄버거 속 체다 치즈, 피자 위의 모차렐라 치즈 정도를 친근하게 여기지만, 쉽게 저렴하게 치즈를 구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다양한 치즈를 또 다양한 방식으로 즐긴다고 한다. 그런데 브리치즈를 한 번 겪고 나면 비록 사는 곳은 한국이지만, 유럽의, 아니 세계의 치즈들을 탐방하고 싶어질 정도. 농염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치즈들을 두루 배우고 익혀, 내 입맛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은 면학 분위기가 절로 조성된다. 역시 식재료와 요리의 세계란 무궁무진한 느낌.
최근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브리치즈는 그 활용법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냥 잘라먹고, 찍어먹고, 발라먹고, 구워 먹고, 해산물과 같이 구워 먹고, 바질 등으로 스프레드도 만들고. 신선할수록 부드러운 브리치즈 자체를 생으로 경험해 본 다음 나만의 치즈 요리법을 연구해도 좋겠다. 단, 포화 지방이 다소 높은 편이라, 다이어트에는 도움 될 일이 없으니 여름철엔 특히 주의. 하얀 껍질은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요리하는 사람 마음대로! 가 벗기고 안 벗기고의 공식이 되니 참고.
주말을 갓 지나 월요일 아침을 맞으면 와인이나 맥주 생각이 몹시 절실해진다. 아침부터 다소 불경스럽지만 다 저녁에 즐기는 한 잔의 행복을 미리 상상하며 행복할 수 있다면, 아침이 아니라 새벽부터 생각해도 나쁠 것 없지, 암. 더욱이 내일이 감사하게도 공휴일이라면? 내 마음 부적을 자유롭게 꺼내 펼치리라 마음먹으며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혼자 큭큭 웃게 되는, 그야말로 축복을 받았다!
3분이면 완성되는 초간단 안주. 브리치즈 담은 그릇을 랩 씌워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다진 견과류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쪼르륵 둘러주면 끝. 기호에 따라 꿀도 뿌려주면 단짠의 풍미가 단박에 퍼진다. 그래, 이렇게 쉽게 만들어 이 정도 풍미를 낸다면 월요일의 부적이라 불러도 되지, 싶다. 잔 들어 홀짝이는 내내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간단 브리치즈 구이 레시피는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간단 브리치즈 구이 재료
브리치즈 1개(120g)
견과류 2스푼(15g)
폰타나 아르베끼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스푼(10g)
꿀 2스푼(20g)
✅간단 브리치즈 구이 만들기
1. 전자레인지 용기에 브리치즈 담아 랩을 씌워 3분간 돌린다.
(윗면에 십자모양의 칼집을 내면 안이 골고루 녹고, 흐트러지지 않는다)
2. 견과류를 굵게 다진다.
(팬이나 에어프라이어 등에 한번 구우면 풍미가 좋다)
3. 1에 2와 꿀, 올리브유를 뿌려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