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에는 애호박 듬뿍 넣은 칼국수를 만들어 보세요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다'는 말. 매년 도르마무인 것 같은데, 이건 꿈인가, 데자뷰인가? 아니, 올해는 찐으로 덥다.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지나고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8/23)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너무 덥다. 이번 여름은 정말 입추매직이건 처서매직이건 절기랑은 1도 상관없이, 여름 혼자 불뚝하게 뿔난 듯 혼자 간다. 쌩더위 때문에 마법 따윈 없으니 머글은 그야말로 죽을 맛.
그럼에도 자연의 이치에 잠시 기대를 걸어보는 바, 처서에 먹으면 좋은 음식이 무얼까? 머릿속으로 찰나의 고민이 스친다. 덥고 습한 와중에 먹을 생각뿐이라니 스스로가 한심했다가, 또 다 먹고살자는 짓인데! 그래도 때 맞춰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지 않겠나? 그럼 역시 칼국수지! 무릎을 탁 치는 아주 무릎팍 도사가 따로 없다.
예로부터 찬바람이 쌀쌀하게 불기 시작하는 처서에는 여름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시키고 찬기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는 음식들을 주로 먹었다고 한다. 추어탕이라던가, 제철 애호박과 고추를 넣은 칼국수, 피로 회복에 좋고 처서 무렵 당도가 제일 높아지는 복숭아 등등. 절기에 맞는 식재료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우주의 에너지를 먹는 최고의 방법이니까. 역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절기 맞춤 음식들.
무더위를 피해 달아났던 동해에서 먹지는 못하고 유심히 홀겨보기만 했던 음식이 있는데, 바로 장칼국수였다! 오픈런도 이런 오픈런이 없는 '줄 서는 맛집'에 줄도 서보지 못한 것이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아쉬웠더랬다. 은근한 국물에 매큰한 맛이 녹녹한, 강원도의 향토음식. 상상만으로도 입맛이 도는 장삿집 앞은 아침 댓바람부터 온갖 관광객들로 문전성시였다. 그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하기에는 너무 여름이었고, 항구였다. 매우 덥고 매우 습했다는 얘기. 같이 간 어린이와 함께 줄을 서기엔 낭만이 몹시 부족했다. 인내를 모르는 어린이의 짜증과 더불어 2~3시간 서 있을 상상을 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괴로워 낭만 같은 건 집어치우게 되는 현실. 아쉽게 입맛만 다시며 로컬 인기 식당이라는 중국집 짬뽕으로 만족해야 했다.
강원도 지역 바닷가 마을 혹은 항구 근처에서 왕왕 볼 수 있는 장칼국수는 특히 강릉 지역이 유명한데, 해물 육수에 고추장 양념으로 벌겋게 국물을 내, 다른 지방에서는 얼큰 칼국수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고추장보다는 된장을 주로 풀어 맛을 내는 집도, 해물 육수 대신 고기 육수로 진하게 끓여내는 집도 있다. 면은 보통 칼로 썬 얇고 납작한 것을 내주는데, 허옇게 끓여내는 칼국수도 물론 맛나지만 이 장칼국수도 먹자마자 바로 느낄 수 있다. 참 별미라고.
강원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나 지금은 어디서든 많이 보이기도, 많이 접하기도. 특이식으로는 생각지 않는 음식이 되었다. 그래, 그렇다면 꼭 강원도 항구에서 빽빽하게 줄 서지 않아도, 내 집, 내 부엌에서, 내 마음대로 재료 넣어 만드는, 처서날에 먹기 좋은 장칼국수를 직접 만들어도 그만이다. 우주의 에너지를 내 것으로 만드는데 우리 집 부엌만큼 딱 어울리는 공간은 없으니까.
애호박이든, 감자든, 양파든, 여름 제철의 것들을 듬뿍 썰어두고, 간 돼지고기와 고추장을 넣어 볶은 다음 물 넣고 면 넣어 끓이면 완성! 내 입맛에 맞게 된장이고, 달걀이고 풀어넣어도 좋다.
뭐든 산지에서 유명한 것들, 남이 만들어 준 음식들, 먹어보면 으뜸이겠지만, 내 식대로 끓이면 더 좋다. 머리로는 그 바다를 떠올리고 입으로는 내가 만든 우주를 먹는 것이 바로 집밥의 위력이니까. 장칼국수 하나 뚝딱 만들었더니 바다도, 우주도 다 내 것이 되었네. 장칼국수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바다소환술 장칼국수 재료
주재료
칼국수면 1인분(180g)
감자 1/2개(100g)
애호박 1/4개(70g)
양파 1/4개(50g)
부재료(대체가능)
간 돼지고기 1/2컵(100g)
대파 8cm(20g)
계란 1개(60g)
김가루 약간(2g)
깨 약간(3g)
양념
조선고추장 4스푼(80g)
요리에센스 연두순 2스푼(20g)
포도씨유 1스푼(12g)
물 3컵(600g)
✅바다소환술 장칼국수 만들기
1. 감자, 양파는 껍질 제거 후 채 썬다. 애호박도 채 썰고, 대파는 1cm로 자른다.
2. 달궈진 냄비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간 돼지고기와 대파를 넣고 뭉치지 않게 볶는다.
3. 볶는 재료에 고추장을 넣어 타지 않게 2분간 볶는다.
4. 물과 연두순, 감자, 애호박, 양파를 넣고 끓어오르면 중불에서 5분간 더 끓인다.
5. 칼국수면을 넣고 익을 때까지 끓인 후 달걀을 풀어준 다음, 그릇에 덜고 김가루와 깨를 뿌려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