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로 '배숙'을 만들어요

약이 되는 배와 꿀로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by 새미네부엌

그 옛날엔 꿀이 들어가 달달해진 음식들에는 '약(藥)'자를 붙여 썼다고 한다. 요즘 유행이 절정에 이른 '약과'라든가 명절에 먹는 고소한 찰 '약밥'이 그 예다. 그래, 꿀은 곧 약이 맞다. 꿀 1kg을 만들기 위해 거진 7만 번의 비행을 버텨내는 꿀벌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그것이 약이 아닐 수가 없다(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벌꿀을 먹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꿀이 들어간 음식이 약이라는 생각을 처음 했던 건 어릴 때였다. 감기 정도로는 병원도 약국도 가지 않았던 그때 그 시절에 엄마가 끓여준 '배숙'을 먹으면서. 엄마의 배숙에서는 알싸한 생강향이 났는데, 그 냄새에 매울까 봐 지레 겁먹은 채로 뜨거운 배 물을 한 숟갈 떠먹으면, 달았다. 정말 달았다. 혀뿌리가 징한 느낌으로 단맛이 넘쳐 커다란 그 배를 허겁지겁 끝까지 먹어치우곤 했다.



배숙은 겨울 화채 혹은 배수정과라고 불렸단다. 겨우내 달고 시원하게 즐겼던 모양. 한국의 전통 음식으로 '익힌 배'라는 뜻이라 이숙(梨熟)이라고도 쓴다. 배 속을 통째로 파내거나 조각낸 후 통후추, 생강, 대추, 잣 등의 재료를 버무려 달달한 꿀과 함께 익혀 먹었다고 한다. 들어가는 재료들이 귀해 왕실 혹은 양반님네에서 먹었던 비싼 음료 배숙.


수분이 많고 비타민과 섬유소가 풍부해 소화를 돕고 변비에도 좋은 배. 그런데 이 배를 배숙으로 쓸 때는 위보다는 기관지를 염두해 쓰는 경우가 많다. 가래나 기침에 좋다고, 감기에도 먹으면 잘 낫는다고, 흘러오는 민간요법 정도로만 흘려듣기엔 기관지에 좋은 성분들이 진짜 들어있다니, 드디어 돌아온 환절기에 걸맞도록 요리를 시작해 본다.


배와 달리 수분이 거의 없어 항균작용이 뛰어난 꿀. 워낙 장점이 많아 효능을 열거하기도 손이 아픈 꿀을 넣고 진하게 끓여보는 오늘의 배숙이다. 마침 절기상 백로도 지나고 점점, 스멀스멀 서늘해지는 날씨에 맞춰 만들어본다. 식구 중 누구라도 콜록 소리 못하도록! 먹을 것으로 미리 하는 예방과 단속되시겠다.



손으로 만드는 '수제' 것들에는 만드는 사람의 기원이 담겨있다. 배숙을 만드는 이번 요리의 기원은 건강. 아니, 언제나 배숙은 누군가의 건강을 바라며 만들어져 왔을 거다. 꽤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간편 버전을 찾지만, 식재료 손질부터 접시에 올리기까지 무엇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이유. 항상 누군가의 건강을 기원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맛있어져라' 대신 '건강해져라' 주문을 마음속으로 반복했다.


찜기로도, 오븐으로도, 전자레인지로도 가능한 배숙.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실한 배 뚜껑 내듯 잘라 속을 파내고 향이 진한 매운 것들과 건강에 좋은 것들 집어넣어 익히면 된다(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는 여러 번 나눠 돌리는 것이 좋다). 뭉근하게 달궈진 속에서 집어넣은 재료들이 뒤엉켜, 달고 알싸하고 씁쓸한 맛과 향이 난다. 그 속을 퍼먹다 보면 단숨에 건강해질 것만 같은 기분. 그렇게 배숙도 '약숙(藥熟)'이 다 되었다. 전자레인지로 만드는 배숙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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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숙'이 다 된 배숙 재료

배 1개(500g)

대추 2개(16g)

미삼 1뿌리(20g)

생강 1/4개(10g)

꿀 2스푼(24g)


✅'약숙'이 다 된 배숙 만들기

1. 배는 윗부분을 1cm 정도 썰어주고, 작은 수저를 이용해 안을 파서 공간을 만든다.

2. 생강은 채 썰고, 미삼은 어슷 썬다. 대추는 돌려 깎아 씨를 제거한 뒤 채 썬다.

3. 볼을 파낸 배 과육과 함께 손질한 생강, 미삼, 대추와 꿀을 넣고 버무린다.

4. 내열용기에 배를 넣고 그 안에 버무린 속재료를 넣어 배 뚜껑을 덮는다.

5. 용기에 랩을 씌운 후, 전자레인지에 3분씩 3번 돌려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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