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송편을 만든다는 것

병아리콩으로 간편 송편을 만들어요

by 새미네부엌

으레 명절날이 되면 ‘꼭 먹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엔, 꼭 먹어야 하는 것(예를 들면, 추석 공식, 송편)을 만들고 사다 두던 엄마의 수고를 알지 못했다. 가족들과 친척들이 찾아오면 응당 차려내는 많은 것들이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른 것처럼 뚝딱. 애초에 집에 있었을 리 만무한데도, 어디서 온 걸까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란 꼬맹이. 그런 내가 엄마가 됐는데, 흠- 우리 집 딸래미는 제 엄마한테 도깨비방망이가 있다고 생각할까? 없다고 생각할까?


그래도 이제는 내가 엄마니까 이번 추석에는 송편 나와라 뚝딱! 한번 해봐야 할까? 큰 명절에는 가족들이 함께 나누어 먹고 즐기는 음식이 따로 있다는 걸, 어린이가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요리 뚝딱이 주제에 그 옛날 울 엄마 도깨비방망이를 욕심내고 있다니, 조금은, 아니 아주 많이 노-양심인걸 안다.



그 해의 수확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늘이며 조상이며 감사제를 지내려 만들었다는 송편. 바로 수확한 햅쌀로 만드니 맛있기도 맛있거니와 애초에 떡이라는 것이 한국의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귀한 음식이다 보니, 추석이라는 민족의 대축제에도 더없이 잘 어울린다.


송편은 쌀가루를 익반죽해 만드는데, 한국 전통 음식으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나 지역별로는 모양새나 넣는 소에 차이가 있다. 반달 모양 혹은 만두 모양을 기본형으로 생각하지만 평안도에서는 조개 모양으로, 경상도에서는 가운데 부분이 톡 튀어나오는 모양으로, 제주에서는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간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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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소 또한 굉장히 다양했다는데, 미나리 같은 향채를 쓰기도 하고, 고춧가루 양념으로 무친 무채를 넣기도, 고구마나 밤 등을 활용해 뻑뻑하게 만들기도 했단다. 하긴, 햇것으로 만들어 감사의 마음을 듬뿍 담는 요리에 모양이나 어떤 소를 채울지가 무에 중요했을까. 뭘 넣든, 어떤 모습이든 다 같이 빚어내는 그 자리와 모인 마음들이 무척이나 즐겁고 정겨웠을 것 같다.



햅쌀을 샀다. 굳이 ‘23년 햅쌀’을 검색하면 벌써 제법 많은 쌀들이 창에 쏟아지니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다음 단계. 투명한 쌀을 여러 번 씻어내고 오랜 시간 불려 물기를 뺀 다음, 뽀얗게 불어 새하얘진 쌀을 다 이고 지고 방앗간에 찾아가 빻아오는 단계 말이다. 그것이 송편 반죽의 재료인 '습식 멥쌀가루' 되시겠다. 또 굳이 방앗간을 다녀올 정도의 쌀을 씻으려면 일단 대야가 필요하고, 씻는 작업, 불리는 작업 모두 대량으로 이뤄지니 하루에서 하루 반나절은 꼬박 지나버린다. 흠- 그런 과정이라면 감사의 마음이 아니라 애증의 마음이 피어오를 것만 같은데, 어쩌지.


그래서 또 샀다. 햅쌀은 밥 할 때 먹기로 하고 습식 멥쌀가루를 사서 집에서 찌기만 해 보겠다고. 쌀가루를 체에 쳐서 입자를 고르게 내리고 끓는 물을 조금씩 넣으며 반죽했다. 쫄깃해져라, 찰져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면서 조물조물 찰흙 만지 듯 반죽했다. 그다음은 소 만들기에 도전. 진득하고 짭짤하고 달콤하면서 더 건강한 맛을 찾기 위해 선택한 재료는 바로 병아리콩. 평소에도 콩인 듯 콩 아닌 콩 같은 콩, 특유의 향과 맛이 덜해 어린이도 잘 먹는 병아리콩으로 밥을 자주 짓는데, 송편에도 아주 '쌀떡'이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냄비에 물기 뺀 캔 병아리콩을 붓고 물과 진간장, 설탕을 넣어 끓이고 졸여준다. 고소한 깨도 솔솔 넣어 섞는다. 이것이 바로 '소 로스팅'이 아닐까를 생각하며 꼬순내가 올라오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완성 송편을 씹었을 때의 식감을 상상하며 익은 병아리콩을 적당히 으깨주었다. 그렇게 소도 준비 완료.



송편 반죽 동글동글 손에 굴려 엄지로 꾹꾹 누른 다음 병아리콩 소를 듬뿍 집어넣었다. 평소에 하던 요리들과는 달라 보였는지, 플레이도우 정도로 생각했는지, 금세 곁에 달라붙은 딸아이가 자기도 해보겠다며 성화라 그래 손부터 씻고 와라 말하며 웃었다. 가만있기 뻘쭘한 남편도 달라붙으니 결국 식탁에 온 가족이 다 붙어앉았다. 비록 대가족은 아니지만, 세 가족 모두가 같이 송편 빚는 날이 오다니! 그래, 이렇게 다 함께 조물락 송편 '빚게 만들기'야 말로 나의 도깨비방망이가 아닐는지.


얼마나 먹을 건지 서로 묻고, 남은 반죽이 없도록 제각각 바지런히 다 만들었다. 소가 밖으로 삐져나와도 상관없고, 반죽이 얇아 터져도 상관없다. 그걸 그대로 익히면 또 그런대로 우리 가족의 웃을 거리가 될 것만 같다. 아, 하늘에, 조상에까지 감사가 가지 않아도 된다. 내 손맛, 네 손맛, 내 모양, 네 모양, 따져보는 말이 오고 가는, 추석 맞이 집에서 송편 만들기 덕분에! 식탁에서 나누는 도란도란에 감사한 오늘. 집에서 만드는 병아리콩 송편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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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병아리콩 송편' 재료

습식 멥쌀가루 1.5컵(300g)

끓는 물 12스푼(120ml)

병아리콩 1캔(200g)

물 1컵(200g)

진간장 1/2스푼(4g)

설탕 6스푼(60g)

깨 1스푼(1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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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병아리콩 송편' 만들기

1. 냄비에 병아리콩과 물, 진간장, 설탕을 넣어 센 불에서 한소끔 끓인다. 재료가 끓어오르면 20분간 중불에서 졸인 뒤 깨를 넣어 고루 섞는다. TIP) 병아리콩은 조리한 후 입자감이 살짝 있게 으깨어 준비한다.

2. 습식 멥쌀가루는 체에 쳐서 입자를 고르게 해 주고, 끓는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익반죽 한다. TIP) 익반죽은 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어가며 하는 반죽으로 멥쌀가루로 떡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 쫀득하고 찰기 있는 반죽을 만들기 위한 과정.

3. 완성된 송편 반죽에 병아리콩소를 넣어 송편을 빚는다. TIP) 병아리콩소뿐만 아니라, 강낭콩, 밤, 고구마 등 원하는 재료를 넣어 만들어도 좋다!

4. 찜기에 물이 끓어오르면, 준비한 송편을 넣고 약 10분간 쪄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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