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밤 잠들기 전부터 내일은 어디서 글을 쓸지 궁리를 한다. 이미 집 근처에 있는 몇 군데 카페를 순회하며 글 쓸시간 확보에 애써왔지만, 요 며칠 비가 아니면 숨 막히게 더운 날씨가 이어지며 '출동' 자체가 어려워졌다. 사실 아이들이 등교한 집은 더없이 좋은 글쓰기 장소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오늘 아침도 아이들 등교와 동시에 집안일을 마치고 바로 글을 쓰러 책상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일단 다시 자리에 누워야 했다.
"얘들아, 엄마랑 자자 이리 와!"
익숙하게 원두(치와와)는 내 발치 쪽에 자리를 잡고, 라떼(고양이)는 내 왼편에 와서 자리를 잡고 누웠다. 이미 새벽 5시 반부터 개와 고양이가 합동 공세로 나를 깨워 새벽밥을 찾아먹느라, 피곤했던 두 녀석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유독 주둥이가 짧은 치와와 '원두'는 분홍색 혀를 내놓고 코까지 골았고, 고양이 '라떼'는 자는 모습마저 우아했다. 잠시 녀석들의 한도초과 귀여움을 감상하다 정신을 차렸다.
'지금이야, 빨리 빠져나가야 해!'
마치 젖먹이 아이를 재우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빈집에서 까치발을 떼며 살금살금 움직여 막내방 책상에 도착했다. 들락거릴 수 없기 때문에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도구와 커피는 한 번에 옮기는 게 포인트였다. 조심히 방문을 닫고 의자도 가만히 끌어당겨 앉았다. 글 쓰기 전 습관인 귀마개를 귓속 깊숙이 꽂고, 글을 쓰면서도 커피잔과 볼펜 하나도 허투루 다루지 않으며 숨죽여 오늘 분량의 글쓰기를 시작했다. 두 녀석이 깨기 전에 최대한 많은 글을 쓰려는 마음에 글쓰기는 초집중 상태가 됐다.
녀석들이 잠에서 깨는 순간, 원두는 내가 있는 방문이 열릴 때까지 긁어댈 테고, 라떼는 목청을 높여 야옹, 을 외칠 것이다. 처음엔 분명 '야~옹'이던 라떼의 울음소리가 갈수록 정확히 '엄~마'라고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아직 문밖은 조용했지만, 언제든 찾아 올 '그 순간'을 대비하는 마음 때문에 난 마감을 코 앞에 둔 사람처럼 쓰려던 이야기가 달아나지 않도록 집중력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려 정신을 바짝 차렸다.
녀석들이 없었다면 과연 빈집에서의 글쓰기가 이렇게나 긴장감을 줄 수 있었을까? 이것마저 감사한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난 녀석들의 '집사'가 분명했다. 오늘의 글쓰기가 이렇게 완성되는구나 싶던 그때, 귓속을 꽉 막고 있는 귀마개를 뚫고 "엄~마, 엄~~ 마, 엄~마, " 소리가 애절하게도 들려왔다. 애써 못 들은 척하고 있자, 소리는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문을 박박 긁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엄~~~~~마"
"응~그래, 엄마 여기 있어~"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방문을 열고 말았다. 도저히 대답을 안 할수 없는 치명적인 소리였다. 방문 앞에 나란히 앉아 울고 있는 녀석들을 보자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이래저래녀석들 덕분에 오늘도 하루치 글쓰기를 완성했다. 고맙다.
내일은 또 어떻게 글을 쓰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