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게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따지고 보면 힘은 '모자란 것'에 더 있었다. 결핍을 긍정으로 이해한 마음은 부족함을 채우려는 의지를 담기 때문에 무척 주도적인 삶을 살도록 도왔다.
혼자만의 공간이나 조용히 글 쓰는 시간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은 늘 아쉽기만 했다. 게다가 지난 주말부터는 휴가가 시작돼서 큰 딸도 종일 집에 있고 삼시 세끼를 온 식구가 모여 다정히 먹다 보니 치우고 돌아서면 다음 끼니를 준비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이 상황에 매일 글까지 쓰고 싶은 건 욕심 아니냐고 자문했지만,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이었다. 내가 글 쓸 시간도 공간도 없다고 한 넋두리에 큰딸이 스터디 카페 한 달 정기권을 끊어 자리를 비워줬고, 막내는 '고양이 그림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모임에 참석해 밤이나 돼야 돌아온다. 아들만 시간 맞춰 운동하러 나가면 모처럼 아이들 셋이 모두 집을 비우게 되고 온전히 조용한 집에 나 혼자 남게 되는 거였다. 그래본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생각만 해도 신이 나서 외쳤다.
"아들아, 너도 지체 없이 신발을 꿰어 신고 나가렴!"
아들은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따라 늦장을 부리더니,
"엄마, 나 오늘 운동 쉬고 엄마랑 같이 있을까요? 방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조용히 있을게요."
안 하던 소리까지 하며 애간장을 녹였다. 착하게도 원두와 라떼까지 모두 낮잠에 빠졌다. 완벽했다! 결국,
"그럼, 오늘 운동은 30분만 하고 올게요."
끝까지 나를 놀려먹던 아들이 마지막으로 나가자마자, 나는 책상에 앉아 하루치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예정대로면 아들이 가장 먼저 돌아올 것이다. 아들이 오기 전까지 초고는 끝내자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집중을 하다 혼자 웃음이 터졌다. 이게 뭐라고 마음이 이렇게나 조마조마한단 말인가!
결핍의 순기능에 감사한다. 결핍이 가진 간절함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했고 무엇보다 '감사함'이 친구처럼 따라왔다. '이게 이리 감사 할 일인가?' 하다가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매일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러려면 앞으로도 고군분투할 테지만, 밥이 되는 동안 문장을 만들고, 세탁기에서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초고를 완성하다가, 결국 쓰는 사람이 되면 가장 먼저 말하고 싶다.
결핍에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