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vs 예술

여러 사람 고생시킨 그들의 예술

by 은수



뉴스를 보다 우린 얼마 전 있었던 문화재 낙서 테러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춘기는 자신이 인상 깊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왔다.

1차 사건

지난 12월 16일 새벽 경복궁 영추문 등에 스프레이로 낙서된 사건이 있었다. 1차 낙서 범들은 16세 여자와 17세 남자였고 텔레그렘을 통해 누군가에게 경복궁 담에 스프레이로 불법 사이트 주소를 쓰면 300만 원을 주겠다는 꾐에 넘어가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했다. 이들은 착수금으로 10만 원과 5만 원을 받은 게 전부였다.


2차 사건

1차 사건이 발생하고 40시간 만에 경복궁 인근에서 모방범죄가 벌어진 것인데, 20대 낙서범은 스프레이를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홍보하려 했다고 말했다.


처음 그는 취재진에 죄송합니다. 말하다 아니, 안 죄송하다. 나는 그저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었을 뿐인데, 다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자신은 예술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어 스펠링을 틀리게 적은 것은 창피하고, 하트를 검은색으로 칠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사춘기는 문화재 낙서 테러범이 16세와 17세로 자신과 또래라는 사실에 놀랐고, 뒤이어 이를 모방한 20대의 '예술이었다'는 궤변에 혼란스러워했다. 나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선, 자신이 질 책임의 무게도 가늠 못한 청소년의 낮은 인식 수준이 그랬고, 큰돈을 준다는 말만 믿고 불구덩이에 뛰어든 낮은 자존감도 우려스러웠다.


열등감이 부른 과시욕은 자신의 일탈 행위가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는 문화재 담장에 머물게 됐다. 개인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공공의 문화재 훼손을 가볍게 여긴 그는, 성인이라면 알만한 일을 끝까지 모른 척 둘러댔다.


오히려 왜 이렇게들 심각하게 구느냐 반문했다. 그런 청년의 태도는 지난해 여름 칼을 들고 협박을 일삼던 그들의 열등감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열등감은 여러 형태의 폭력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길에서 칼춤을 추며 무고한 이들을 위협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키보드를 몇 번 두드려 존재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모두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훼손하는 것만으로 폭력이 됐지만, 더욱 두려운 것은 그것이 왜 폭력인지 조차 그들이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훼손됐던 경복궁 담장이 복원돼 19일 만에 공개됐다.

영추문 담장 복구 작업은 8일간 234명 인원이 동원돼 영하 12도의 추위 속에 진행됐다. 담장에 레이저와 블라스팀 장비와 화학세척, 습식과 건식 세척을 총 동원하였고 복구 비용은 1억 원이 넘게 들었다. 결국 이 비용은 세명의 철부지 낙서범을 대신해 그 부모에게 청구될 예정이라고 했다.


나는 사춘기가 '사건의 정황' 뒤에 보이지 않는 그것을 발견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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