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위로를 접어주었다

by 은수

우린 일부 청소년의 악행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기사를 접할 때마다 몹시 실망한 나머지 촉법소년법 운운하는 요란한 성토를 하곤 했다.


하지만,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고, 근원에 있는 무엇을 들여다봐야 할지 고민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자극적인 사건이 생길 때마다 보통의 어린 청소년을 일반화시킨 사회 분위기는 요즘 아이들을 예비 범죄자인 양 폄훼하기도 했다.


한 소년의 선행에 힘입은 사춘기가 말하는 것이다.

‘것 봐요! 착하고 순수한 아이가 더 많다고요!‘

사춘기그림

그곳 무인카페는 컵을 꺼내 제빙기에 올려놓고 얼음을 받는 시스템이지만, 한 초등학생 소년은 컵을 꺼내지 않은 채 레버를 눌러 얼음이 그대로 쏟아지고 말았다. 당황한 소년은 바닥에 떨어진 얼음을 치우려는 듯하더니 결국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여기까지 cctv를 본 카페 사장님은 맥이 빠졌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생긴 무인 카페에서는 이미 양심을 속이고 온갖 기행을 일삼는 이들이 많았고, 카페 사장님은 어차피 소년이 음료값을 지불했으니 청소는 자신 몫이라 체념했었다.


그날 저녁 매장을 찾은 카페 사장님은 선반 위에 꼬깃꼬깃 접힌 쪽지를 발견했다. 사장님은 다시 cctv를 돌려봤다. 그런데 낮에 얼음을 쏟았던 소년이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cctv속 소년은 천 원 지폐 한 장이 담긴 쪽지를 선반에 두고 cctv를 향해 인사하곤 손으로 쪽지를 가리킨 뒤 돌아갔고, 쪽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무인카페를 처음 와서 모르고 얼음을 쏟았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고 치우겠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도움 되길 바랍니다. 장사 오래오래 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이에 카페 사장님은 무인카페를 운영한 지난 3년간의 힘들던 일을 모두 보상받은 것 같다며 소년에게 받은 천 원은 지갑 속에 고이 간직할 거라고 말했다.


소년이 보여 준 행동에는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이 있었다.

우리가 아이에게 보여 줄 것은 어른도 얼마든지 실수를 저지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아이가 모르는 것은 얼마든지 알려주고, 스스로 잘할 때까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 대안 없는 성토 대회를 여는 것보다 먼저였다. 나는 소년이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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