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들어가는 엄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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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심이 들지 않아야 한다.
전기 기사님이 좁은 우리 집 계단에 사다리를 펴며 내뱉은 말이었다.
“에휴, 군심이 들어…”
그 한 마디가 묘하게 마음에 맴돌았다.
사다리를 놓는 것도, 물건을 지탱하는 것도
그리 큰일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굳이 들지 않아도 될 힘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마음의 긴장이
불쑥불쑥 따라왔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몸을 조심해야 하는 집에 살고 있었고,
마음을 조심하게 되는 구조 속에 함께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돌아보니 알게 되었다.
우리는 층이 다른 채로도
한 공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음을.
실과 실을 다니며, 서로 다른 기능의 방에서
서로 다른 동선과 속도로, 그러나 나란히.
나는 가끔 계단 아래에서
사다리를 들고 허둥대었고,
그녀는 그 위에서 조용히 몸을 웅크리거나
말없이 기다려주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조심하라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늘 조심했고, 배려했고,
기꺼이 이 구조 속을 함께 살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당신이 내게로 오는 걸음마다
작은 오르막이 있었고,
그 오르막을 당신은
언제나 아무렇지 않게 건넜다는 걸.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이제부터 나도,
당신에게로 가는 길에 계단이 있다 한들
언제든 기꺼이 오르겠노라고.
가장 넓고 평평한 감정으로
그 모든 걸음에 고마움을 담겠노라고.
사실 우리는
같은 구조 안에서도 다른 리듬으로 살아간다.
당신이 올라가던 계단을
나는 내려오고,
내가 숨 고르던 틈에서
당신은 조용히 물컵을 채운다.
그렇게 엇갈리는 동선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작은 빛과 쉼표가 되어준다.
이 좁고 다소 불편한 공간은,
우리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만들었고
그 안에서 쌓인 긴장은
조용히 사랑의 감도로 바뀌어갔다.
그러니 오늘,
나는 이 공간 안에서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기꺼이 이 계단을 오르며
나의 사람으로 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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