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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준 Jul 18. 2020

불쌍한 남자들

폭력을 멈추라. 


남자들 불쌍하다. 


사회화 과정에서 '신체적 경계'를 지키고 보호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리적, 언어적 폭력에 노출되는 빈도와 강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남자들은 더 강도높고 빈도높은 체벌, 물리적 폭력, 언어적 폭력에 시달린다. 


그래서 남자들은 이른바 '쎈 척', '안 아픈 척', '괜찮은 척'으로 이 폭력에 적응한 척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자신을 대견해한다. 


안타깝다. 


근육이라는 갑옷 속에 두려움에 숨죽인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 


남자들의 공감력이 원래부터 떨어지는것이 아니다. 

많이 맞아서 그런 거다. 


자신의 신체적 경계가 위계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무시당하고 침해당하는 경험을 수도없이 반복한 결과,

어른이 된 남자는 가끔 그러한 신체적 경계의 침범이 타인에게도 허용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그 착각의 결과는 폭력의 재생산, 대물림, 정당화로 이어진다. 


슬프다. 


자신과 타인의 몸을 완전히 지배할만큼 강한 힘에 대한 남성들의 소망, 

그리고 폭력의 낭만화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하다. 


폭력이 전도몽상임을, 진짜 힘은 경계를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임을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가운데,


오늘도 남성들은 웹툰 속에서, 웹소설 속에서, 영화 속에서, UFC 중계 속에서 폭력에 열광하고 또 소망한다. 


그 열광과 속에, 

세상의 모든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기를 바라는 멍든 아이가 웅크리고 있다.


당신이 부모라면, 교사라면, 어른이라면 남자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기를 바란다. 


남자니까 만져도 되고 남자니까 좀 때려도 되고 남자니까 막 굴려도 되고 남자니까 참아야 하고 남자니까 '남자답게' 굴어라는 말 속에, 


남자들은 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경계가 더 큰 힘 앞에선 별 것 아니라는 것을 학습한다. 


남성들의 학습된 무기력은 강약약강으로 나타난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그리고 그 도식에선 여성은 약자다. 


유독한 사회화 과정에서 


남성은 이른바 '남자'가 되고

여성은 이른바 '여자'가 된다.


다 낡은 세상의 관습이다. 


남성도, 여성도 그냥 '인간'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시작은 '신체적 경계'의 존중이다. 


3살 짜리도 아빠 뽀뽀하지마라고 말할 줄 안다. 

그럼 하지 말아야 한다. 


2살 짜리도 부모가 소리 지르면 울면서 두려움을 표시한다.

그럼 소리지르지 말아야 한다.   


1살 짜리도 자신의 육체적 경계가 외부로부터 침범당해 고통을 느끼면 그것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고통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앞으로의 세상은 아주 기본적인 진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린아이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 말지어다. 

함부로 소리 지르지 말지어다.

함부로 그의 경계를 침범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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