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記 #19. 16-04-16
덕분이가 태어나고 지난 한 달 동안 아침 출근길을 나설 때, 나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보았다.
지나가다 보는 모든 사람들이 한 때는 내 소중한 아이처럼 작고 너무나도 약하고 누군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그렇지만 눈부시게 빛나며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주의를 사로잡는 사랑스러운 아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눈 앞에서 걸어가는 출근길 직장인들, 허름한 옷을 입은 노숙자, 왁자지껄 떠드는 중년의 남성들, 무표정한 알바생 등 모두 한 때는 우리 덕분이같은 아가였던 것이다. 그러자 문득 가슴이 아파왔다. ‘무엇이 우리 덕분이처럼 귀엽고 사랑스럽고 빛나던 아기들을 지금 내 눈 앞의 어른들의 모습으로 만든 것일까?’ 하지만 다시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래, 우리는 원래 그토록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었구나… 지금 내 눈 앞의 모습이 진짜가 아니구나…’
그렇게 4월 16일이 다시 돌아왔다. 작년 와이프와 함께 방문한 안산의 분향소. 쭈욱 길게 늘어선 영정사진들과 그 속에 담긴 아이들의 미소. 그리고 그 앞에 놓인 부모, 형제, 친구들의 편지.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새삼 느꼈다. ‘아, 내가 만난 그 아이들 역시 우리 덕분이처럼 너무나도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때가 있었고, 부모들은 그 모든 것을 다 가슴 속에 담아놓고 있었겠구나…’
눈물이 났다. 그 부모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헤아려졌다. 이런 것이로구나…
지금 갑자기 멍해진다.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말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냥 먹먹하다.
여기까지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