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느리게 - 베트남, 다낭

by 발쌤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카메라와 기술로 똑딱이로 시작했던 여행이 DSLR과 핸드폰까지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에 챙겨가는 아이템들이 늘었고 여행 중 사진에 할애하는 시간도 늘었다. 개인적인 여행 스타일이 세계엔 다닐 곳도 많고 볼 것도 많다는 생각에 한번 갔던 여행지는 출장을 제외하고는 재방문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에 돌아와서 그 많은 사진을 다 돌아볼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집에서 어릴 적 앨범을 꺼내보다 역시 언제고 보고 싶을 때면 꺼내보는 앨범이 최고지 라는 마음이 불쑥 덮쳐왔다.


친한 동생과 필름 사진에 대한 얘기를 나눌쯔음 운 좋게도 그녀가 쓰지 않는 필름 카메라가 있다며 그녀의 카메라를 건네줬다. 비싼 건 아니었지만 20대 그녀의 생일에 누군가 선물했었는데 세 번도 채 쓰지 못한 물건이라 했다. 어찌 선물을 받겠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녀에게는 쓸모없는 물건일뿐더러 값이 그리 나가지 않는 것이라며 마음의 위안?! 을 준 덕에 고맙게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곧 떠날 다낭 여행에는 과감하게 필름 카메라 하나와 핸드폰만 들고 가보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건지 못내 쿨하지 못한 것인지 DSLR과 똑딱이를 수없이도 캐리어에 넣었다가 뺐다가 하기도 했었다.


결국 불안함 반, 기대 반으로 단촐하게 떠나보았다.


다낭에서 맞은 아침.


첫 필름이라 꺼내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빛이 새어들었다. 이런 게 필름을 찍는 매력일까. 왠지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중에 하나다.



필름의 매력은 현상하기 전엔 예상치 못한 사진의 특유 분위기와 너무도 생생하게 남는 순간의 기억일 것 같다.


길거리에서 옹기종기 팔던 쌀국수와 로컬 음식들.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인형?을 파는 가게까지.


그저 우연찮게 지나가던 찰나의 순간에 불과한 것들이 현상한 사진으로 보니 생생하게 기억이 나던 것이다.


우연히 지나가던 길목의 어느 학교의 모습.


내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 관심 있어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로컬 마켓과 현지인들로만 가득한 현지 식당 그리고 유치원이나 학교다. 왠지 그 나라의 가장 단편적이고 현지스러운 모습이 가득한 스폿들이다. 시간이 잘 맞아 아이들의 하교시간이거나 야외 활동시간으로 마주칠 기회가 있다면 아이들에게서 여행을 하는 그 나라의 어떤 오묘한 모습을 찾게 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장난기 가득한 얼굴들은 언제 보아도 늘 기분이 좋다.


여행이 하루하루 더 쌓일수록 좋아졌던 사진.


다낭에서 30-40분이면 도착하는 도시 호이안에서 찾은 '안방 비치'. 다낭의 대표적인 해변이 '미케 비치'라면 호이안에서는 이곳이다. 번잡한 관광지인 다낭보다는 호이안을 더 맘에 들어했던 탓인지 '안방 비치' 해변이 좀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덕에 선베드도 뜨겁고 발을 제대로 내딛지도 못할 만큼 모래까지 뜨거웠다. 그래도 뜨거운 날씨만큼 햇살에 반짝이는 바닷가는 아름답기에 그지없었다.


그날의 온도, 냄새, 느낌, 생각까지 생생하게 불러일으켜주는 필름 사진은 왠지 더 멋스럽다. 다소 서툴고 거칠고 결과물까지 보장할 수 없지만.


당분간은 쨍하고 멋진 사진을 포기하더라도 함께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