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로 가득 찬 아름다운 도시 - 스페인, 바르셀로나

by 발쌤


여행사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오롯한 해외 자유여행을 떠나게 되면서는 무조건 가이드 북부터 구매했다. 미리 준비를 하고 일정을 짜고 단 한순간의 시간 낭비도 허락하지 않겠노라며.


잘 짜인 계획과 함께 떠난 여행은 때론 틀어진 계획들로 원치 않는 실망감을 느끼게도 하고 왠지 꼭 미룰 수 없는 숙제인 것처럼 이미 생각해둔 일정은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여행의 경험이 쌓이고 해외로 떠나는 일이 익숙해져 갈 때쯤 나의 여행 스타일도 조금씩 바뀌고 어느 순간부터는 특별한 계획 없이 떠나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희열도 있었으며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두고두고 남겨둘 추억으로 돌아오는 일도 생기기 시작했다. 모두가 같은 일정으로 가는 여행보다는 좀 더 특별한 무언가를 찾고 싶었기도 했다.


아마도 가장 사전 정보도, 준비도, 감흥도 없이 우연찮게 만나게 된 여행지를 꼽으라면 스페인일 것 같다. 그저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여행지를 정한 것은 어쩜 스페인의 '정열의 나라'라는 문구 때문이였을까. 스페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고작 축구, 빠에야, 플라멩코 정도뿐.


그냥 그렇게 떠났다.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까탈루냐 음악당

이미 즉흥적인 여행에 물들어 있던 탓에 사전 정보 없이 발이 닿았던 음악당.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일부러 일정에 넣어 방문하는 곳인데 어쩌다 보니 발길이 닿아 방문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발레, 오페라, 오케스트라, 플라멩코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던 아기자기 예쁘던 곳. 즉흥적이긴 했지만 바로 표를 구하러 알아보았지만 연말이었던 탓인지 인기 있는 공연들 탓인지 바로 표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계획 없는 여행에서 불평이란 있어서는 안 된다. 진즉 짜 올걸. 미리 할 걸. 후회와 불평을 하는 순간, 즉흥적인 여행의 묘미는 그 즉시 사라지고 만다. 이 음악당을 혹여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 표는 현장에서 끊더라도 미리 일정 정도는 확인하면 좋겠다 싶었다. http://www.palaumusica.cat/en/

그저 작은 아쉬움만 남기면된다. 혹시모를 다음을 위해.


즉흥적인 여행이 예상치 못한 선물을 남겨주는 순간은 그 어떤 때보다 짜릿하다.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놓친 공연을 어떤 것이라도 대체해야겠다 싶었다. 플라멩코. 그래. 스페인은 플라멩코지. 우연히 만난 관광안내소에서 플라멩코 티켓을 팔길래 예약도 안 한채 당당하게 물었다.


"오늘 남는 공연 표 아무거나 주세요."


"거의 매진인데.. 음.. 9시 30분 공연이 남았네요"


운이 좋게도 늦게 끊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자리가 배정되었다. 이런 우연찮은 작은 행운이 즉흥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심지어 공연마저 너무 아름답고 인상깊었다.


여행 중에 만나게 된 스페인 친구가 추천해서 간 집. EL Natioal. 럭셔리 푸드코트 같은 느낌.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역시 유명한 스폿이다. 바르셀로나의 핫플레이스라고 한다. 음식은 너무 맛있었지만 양이 많은 나의 여행 동반자에게는 턱도 없었더라는 후문. 눈으로 한입, 분위기로 한입 하면서 천천히 배불러야 하는 곳이다.


바르셀로나는 워낙 넓어서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싶던 뚜벅이들에게도 지친 순간이 찾아왔다. 큰 마음먹고 탄 택시. 내 마음도 모르고 내 주머니 사정도 모르고 계속 올라가던 미터기와는 달리 차창 밖의 풍경은 분명 그 값어치는 했다.


가우디의 대표적인 작품, 사그라다파밀리아와 카사바트요


많은 사람들이 바르셀로나를 찾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단연코 건축의 거장 '가우디' 일 것이다. 실로 그의 건축을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명성이 자자한 만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그 명성에 걸맞은 위압감을 자랑했다. 미완성인 채로 아직도 건축이 한창 진행 중인 이곳이 아마도 가우디 건축의 넘버원이 아닐까 싶다. 종교를 떠나 건축이 주는 웅장한 멋이 대단했다.


가우디 건축물 '카사 바트요' 해골의 집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왜 해골의 집이라고 불리는지는 외관만 봐도 느껴지는 듯하다. 지중해 테마 직물공장 부자 호셉 바트 요가 "카사이마트예르를 능가하는 집을 지어줘"라는 부탁으로 바로 옆에 집을 지어주게 되었단다. 카사아마드예르를 가우디란 이름으로 이미 능가했으니 그의 주문은 성공적으로 진행된 듯하다.


길가다 중간중간 만나는 가우디 건축에 감탄하던 내 옆에서 바르셀로나 여행을 함께 한 '미대 나온 오빠'인 그는 가우디를 한 단어로 정의해주기에 이르렀다.


"가우디는 아마 돌아이였을 꺼야. 돈 많은."


"응??" 하고 되묻자


" 저 정도 건축과 미술을 그 시대에 했다면 일단 부잣집 자제였을 거고 1883년 그가 건축을 맡았을 때, 100년도 더 전인데 저 정도 디자인이면 보통 돌아이 아니고서는... "

물론 좋은 의미의 돌아이였지만, 예나 지금이나 예술은 자본력이 받쳐줘야 더 풍부해질 수 있음을 가늠하게 해본다.


스마트폰이 발달하고 대중화되면서 가장 좋은 부분 중에 하나는 여행 중에 더 이상 지도를 들고 다니면서 관광객의 '티'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 어딜 가나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구글맵의 열일로 인해 마치 언뜻 보면 그지역의 현지인처럼 다닐 수도 있다.


도시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교통수단'이다. 그 도시를 가장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지하철, 기차, 버스, 택시 모든 대중교통은 섭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의 지하철은 여타 유럽이나 뉴욕의 지하철보단 깨끗하고 좋았던 기억. 쉬운 지하철 시스템 때문에 아마도 정거장을 잘못 내리거나, 어렵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르셀로나를 방문했을 때 찬란한 겨울의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다. 크리스마스는 서양에서 넘어온 것이므로, 왠지 서양에서 보내보고 싶었던 로망. 이왕이면 유럽이면 더 좋겠다 싶었다. 길거리 곳곳엔 크리스마스 꽃인 포인세티아가 가득. 포인세티아의 꽃말은 축복 이랬다. 길거리 가득 모두 환한 얼굴이 왠지 기분 좋은 연말이다.


바르셀로나 길거리 곳곳에는 큰 도시인만큼 젊은이들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예술과 불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그래피티가 도심 깊숙하게 수놓아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건물 소유주 또는 그라피티를 마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 이상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겐 흥미로운 한 폭의 그림들로 느껴졌다.


그래피티는 그 도시의 젊은이들의 생각의 표현의 장이기도 하면서 트렌드를 직접적으로 바로 반영해주는 예술의 한 면이기도 할 것이다.


겨울이었지만 쌀쌀한 정도의 날씨로 딱 좋았던 여행. 유명한 건축물. 유명한 박물관. 다 좋았지만 우연히 만났던 바르셀로나에 사는 현지 친구들, 크리스마스에 우연히 들른 성당에서의 미사. 길 가다 마주친 일상적인 것들.


때론 이런 소소한 게 그 도시를 추억하기에 가장 뭉클하고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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