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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묘 Jun 21. 2023

나와 나

나는 어떻게 해도 나인데.

최근 들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너답지 않게 왜 그래”라는 말인 것 같다. 듣고서 ‘나’라는 존재(하이데거 때문에 존재라는 단어는 이제 정말 지긋지긋함에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자가 공통적으로 나에게 느끼는 나의 특징은 내가 ‘밝다’는 것이다. 맞다. 나는 대체로 밝고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밝음이 가짜가 아니고 진짜이기에 가끔 바람 앞의 촛불처럼 깜빡이기도 한다. 억지로 내가 가면처럼 끌어 쓰고 있는 밝음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 나의 상태에 따라 은닉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나의 못난 모습과 과오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날들이 있다. 그런 날들은 내가 나보다 남들을 더 신경 쓰는 날들이다. 내가 대체로 남한테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도, 결과적으로는 나도 인간이기에 나에게도 이런 불안한 날들이 존재한다. 실수투성이에, 허점도, 서툰 부분도 많고, 쓸데없는 고집도 있고 짜증도 많고 때론 찌질하며 참을성도 없는 나의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들이다. 인간이기에 완벽하지 않으며,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나의 최악을 경험하거나, 혹은 경험하는 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힐 때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모습 또한 나다. 나의 최악도 과오도 못난 모습도 다 나의 것이다.


좀 변명하자면 최악의 모습이 있는 반면 당연하게도 최선의 모습도 있다.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의 최선을 주로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최악을 봐준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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