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 버추얼 서밋 참가기
4월 21일, 저는 아주 흥미로운 컨퍼런스에 참가하였습니다. 글로벌 컨퍼런스였지만 저는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을 하는 부산을 떨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콘텐츠 면에서는 코워킹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였지만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건 부분에 불과했습니다(!). 코워킹 커뮤니티 빌딩의 아버지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필라델피아 Indy Hall에서 주최한 People at Work Summit은 '우리가 참여하고 싶은 컨퍼런스를 한번 만들어보자.’ 하고 나왔던 이야기가 JFDI(Just Fucking Do It)이라는 인디홀의 모토 아래 기어이 실행에 옮겨진 상당히 실험적인 온라인 컨퍼런스였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리뷰는 다음을 기약하고 형식에 대해서만 경험을 정리하고 공유해봅니다.
처음 People at Work Summit 개최 소식을 이메일로 받아 보았을 때 '와, 정말 신선하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진짜 가능한가?'하는 질문이 들었는데, 아래와 같은 점들이 특히나 궁금해졌습니다.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 스피커, 참가자, 운영자 등 다양한 주체들과 네트워킹하고 질문하고 대화하고 멀게는 다음에 협력할 수 있는 부분들을 모색하는 것이 사실 컨퍼런스의 꽃 아니겠습니까. 인디홀의 알렉스 또한 컨퍼런스장의 복도에서 일어나는 대화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왔던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 부분을 놓치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이 컨퍼런스는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참여하는 것을 고려해 21일 목요일 오후 12시부터 시작해서 (미국동부시각기준) 24시간 동안 총 6블록으로 컨퍼런스를 나누어 진행이 되는 포맷이었습니다. 이게 실제로 어떤 모양새일까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시간 교류를 놓치고 싶지 않아 24시간 동안 안자고 다 참여해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참여를 하게 될지도 궁금했습니다. 언뜻 생각했을 때는 애써 다른 시간대의 사람들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같은 시간대에 있는 사람들끼리 주로 교류하게 되기 쉽고, 자고 일어나서 내가 자는 동안 녹화된 영상을 다시 보는 것은 다소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지, 저럴지는 저질러봐야, 그리고 한번 참여해봐야 아는 법이니, 참가해서 답을 얻기로 했습니다. 내용 또한 너무 기대되었구요. 앞서 설명했듯이 컨퍼런스는 미국동부시각기준 오후 12시부터 시작되었는데, 마침 제가 있는 태국 치앙마이의 시각으로는 딱 12시간 차이가 나서 22일 금요일 새벽 12시에 컨퍼런스가 개막이 되었습니다. 24시간 동안 잠도 안자고 실시간 참여를 할 것이라는 나의 야심은 시작부터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딱 컨퍼런스 직전까지 일주일을 빡세게 달려서 일해서 그런지, 겁나 더운 날씨 때문인지, 컴퓨터를 켜놓고 시체화 되가는 나의 몸을 이기지 못하겠더군요. 일단 자고 아침에 다시 참여키로 했습니다. 그리고 떡실신. 다시 태어난 느낌으로 일어나서, 라이브 비디오 스트리밍을 감당해낼 만큼 그나마 안정적인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있는 카페를 찾아가 세팅하고나니 딱 컨퍼런스의 절반이 지나가 있었습니다. 블록 3까지 마치고, 블록 4가 시작되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남아있었습니다.
점점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온라인 서밋을 뒷받침해주는 기술은 Crowdcast와 Slack이었습니다.
비디오 스트리밍 품질-
기술적인 에러가 있었습니다! 한 스피커의 발표는 계속 자기 소리가 울려서 나는 바람에 처음에 조금 지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명의 스피커들은 막판에 영상이 끊기기도 했는데, 그들이 있는 곳의 인터넷 환경이 썩 좋지 않았던 탓도 컸습니다. 다만 Crowdcast에 대해서 알렉스가 컨퍼런스 마지막에 코멘트를 했던 것처럼 그런 문제에 대해서 아주 신속하게 대처를 해주었습니다. 기술적 문제가 얼마나 주최자에게 애간장 타게 하는 일인지를 감정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대응이 감사했다고 평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꽤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오거나이저와 스피커가 다른 위치에 있어서 둘의 화면이 동시에 스크리닝될 때 대화가 스무스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기능-
스카이프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들을 제공합니다. 여러 이용자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것, 발표 자료 화면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구요. 컨퍼런스이기 때문에 세션별로 화면이 나뉩니다. 세션별 페이지에 질문을 달 수가 있고, 참가자들이 공감하는 질문에 투표해서 가장 좋은 질문이 최상단으로 위치하게 합니다. 그렇게 선별된 질문들에 대해서 발표자가 대답할 수 있고, 시간 관계상 대답할 수 없었던 질문들에 대해서도 발표자가 나중에 팔로업할 수 있습니다.
질문 말고 따로 실시간 설문조사를 발표자가 진행할 수도 있고 한데, 그렇게 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진 않았습니다. 예컨대, 알렉스도 발표 때 "딸기와 블루베리 중에 무엇을 더 좋아하나요."라고 질문했지만, 그 기능을 실제 사용하진 않고, 슬랙 대화창에서 사람들의 답변을 받더군요. 또 그 옆에는 Info 정보란이 있는데, 각 발표자와 발표내용에 관련된 정보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 페이지는 서밋 전반적인 내용으로 다 동일하게 채워졌습니다. 그래서 주최자가 기능들을 숙지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그 기능들에 대해서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간단한 비디오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서밋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었다면 더 풍성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각 세션이 끝나고 나면 자동으로 비디오는 저장이 되어 바로 리플레이를 해볼 수 있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운로드가능하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PAWS(People at Work Summit)도 참가비를 업그레이드하면 다운로드권까지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는 그럴 수 없는 장학금 수여자였기에 ㅋ 주말동안 열심히 리플레이 해보았습니다.
한 기술의 용도는 정말 이용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슬랙이 팀 커뮤니케이션 툴로 각광받기 시작하더니, 페이스북 그룹을 대체하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었다가 이제는 온라인 서밋의 가상 연회장이 되었습니다. 말했듯이, Alex네팀은 강연자는 말하고 참가자는 듣기만 하는 형태의 컨퍼런스를 매우매우 지양합니다. 그들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참여하기 쉽도록 장애를 없애는 동시에 오프라인 컨퍼런스의 최강점인 사람들간의 소통과 연결을 어떻게 온라인에서도 이어갈 것인가를 슬랙을 통해 풀었습니다. 인디홀팀은 슬랙에서
summit-lounge
introduce-yourself
breakout-room-1
breakout-room-2
liveblog
suggestion-box
support
의 7개의 채널을 생성했습니다. Liveblog는 서밋에서 메모하고 노트 정리한 것을 공유하는 자리로 활용되었고, suggestion-box는 이름 그대로 제안하는 채널, support는 서밋 진행하는 와중에 겪게 되는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 리포트하고 해결하는 채널이었습니다. 저도 한번 라이브 스트리밍이 안되어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알고보니 제 vpn때문이더군요.
흥미로운 건 나머지 네개의 채널들이 정말 오프라인 공간을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summit-lounge는 여러 공지, 전반적인 대화가 일어나고, introduce-yourself에서는 각자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막판에 참가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몇주 전부터 참가신청하고 슬랙에서 인사를 이미 나누고 있었습니다. breakout-room-1과 2는 각 세션이 끝나면 해당 세션의 스피커가 1과 2 중 한 breakout-room으로 배정이 되고 거기서 좀 시간을 보내며 발표 내용 관련된 참가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토론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컨퍼런스를 핑계 삼아 컨퍼런스도 참가하고, 주최지를 탐방하는 것은 물론 장점이 많습니다. 예컨대, 도쿄에서 열렸던 코워킹 아시아 컨퍼런스나 발리에서 열린 코워킹 아시아 ‘언’컨퍼런스 모두 그 이후에 도쿄의 코워킹 스페이스들을 다니며 좋은 영감과 자극을 받기도 하고 친밀한 관계들도 쌓았습니다.
하지만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특히나 공간을 비우기가 힘듭니다. 유연한 노동을 지원하는 공간이지만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노동은 유연치 못하다는게 참 아이러니합니다만... 며칠동안 공간을 비우고 컨퍼런스를 간다는 것이 왠만큼 큰 운영팀을 가지고 있어서 백업이 가능하거나, 커뮤니티 멤버들이 자기 공간으로 인식해서 비워져 있는 동안 알아서 운영되지 않고서는 공간을 비우고 가는 것은 큰 부담이고, 종종 불가능한 일입니다. 설사 가능해도 숙소 구하고, 비행기 (가장 저렴한 티켓 헌팅) 예약하고, 일정 조율하고 등등 하는 것도 하나의 일이지요.
온라인 컨퍼런스는 그런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만 확보하면 어디서나에서 참여가 가능합니다. 마침 컨퍼런스를 참가할 때 한참이나 일이 시급하게 많이 있을 때였기 때문에, 이 장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컨퍼런스를 위해 여행하는 것은 고비용의 투자입니다. 그리고 컨퍼런스 자체 비용도 저렴하지 않죠. 보통 코워킹 관련 컨퍼런스는 제 경험상 이틀에서 삼일간의 길이에 적어도 20만원에서 60만원까지도 합니다. ㅎㄷㄷ... 거기다가 여행경비까지하면.. 거기다가 한 명이 아니라 팀이 가는거라면! @.@
참가하는 사람에게도 고비용이지만, 주최하는 사람들에게도 주최비용이 상당히 듭니다. 일단 주최장소를 대관하는 것부터 큰 일이죠. 연사들의 여행경비나 숙소비도 지원해야하는데, 만약에 People at Work Summit에서 발표한 모든 연사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이게 하려면 어마어마한 여행/숙소 지원비가 깨졌을 겁니다. 왜냐면 연사들은 호주에서 영국에서, 미국서부에서 동부에서, 각지에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People at Work Summit은 1인당 99달러의 참석비에 영상을 다운로드할 수 있으려면 150달러까지 업그레이드하면 되었습니다. 미국/유럽 등지에서 열리는 코워킹 컨퍼런스들 평균가가 40-60만원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파격적인 가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격마저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저처럼 손가락 빠는 초보 기업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10명 참가신청 접수가 채워졌을때 한 명의 참가를 장학금 후원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도 진행비용에서 이렇게 많이 절감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요. 그 혜택을 받아서 (ㅠㅠ) 저도 감사하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 힙합을 마스터한 한 소녀는 유튜브 영상으로 배울 때 좋은 점은 내가 놓친 부분을 계속 무한 반복해서 보고 내 속도에 맞게 반복, 숙지할 수 있었던 점을 꼽았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한 세션이 끝나면 각 breakout-room에서 일어나는 대화도 놓치고 싶지 않아 한발은 슬랙 채널에 담그고 한발은 Crowdcast로 다음 스피커세션을 들으려고 하니, 이도저도 안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의 악센트의 영어가 오고가는 진정 글로벌 서밋을 하루만에 소화하려고 하는 것은 제 영어 실력에 좀 벅차기도 했습니다. 뇌가 번아웃 되는 듯한 느낌. 그래서 주말 동안 거의 적어도 두번씩은 돌려보고, 잘 이해안가는 발표는 세번네번 돌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처음 들었을 때는 감흥이 없었던 발표도 그 강연자의 어투와 톤, 악센트, 발음 등에 익숙해지니 내용이 더 명확하게 들렸고, 나중에 워우.... 그 영감의 깊이에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라이브로 참여하고 있었을 때는 몸 상태도 엉망이기도 해서 집중력이 떨어졌었는데, 몸을 좀 회복시키고 최적화된 상태에서 다시 리플레이해서 보니, 중요한 내용들을 그 날의 컨디션 악화로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비용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 있어서 장애요소를 낮춰주는 효과를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소통은 슬랙에서 문자와 이모티콘 등을 이용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저도 나름 적극적으로 내가 동의하고 마음에 드는 코멘트들에 대해서는 스키터를 남겨서 내 반응을 표시하기도 하고, 질문을 하기도 하고 내 나름 감상도 공유하는 등 했습니다.
실제 오프라인 행사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싼 인기 발표자에게 다가가 질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기회를 부여받는 것도, 용기를 내서 다가가는 것도 쉽지 않기도 하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영어 스피킹에 자신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언어 또한 장벽이 되어 다른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네트워킹 할 때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저같은 아시아인 참가자는 매우 소수였는데, 이럴 경우에는 특히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들 간의 깊은 문화적 이해가 필요한 슬랭들도 많이 사용이 되곤 해서 미국 문화 등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나는 이해하지 못한 조크에 웃어야 하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그러나 슬랙에서의 문자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래도 스피킹보다는 읽고 쓰는 것에 더 훈련이 많이 되어 있는 한국/일본/중국 등지의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상대방의 '니 뭐라카노?’하는 듯한 미묘한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더 대담하게 한마디 거들 수 있고 (ㅋ), 모르는 건 바로 검색해서 찾아보면 됩니다.
또한 이런 기술이 좀 더 발전이 되어서 라이브 컨퍼런스 내용이 자막이 실시간 지원이 되게 된다면, 영어가 제2외국어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컨퍼런스의 참여 문이 열리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이 미쳤습니다. 기술은 때로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알파고.. @@), 또 한편으로 이렇게 많은 기회들이 민주화시킬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가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 가 없었습니다.
오프라인 컨퍼런스 한번 하는데 사람들의 비행으로 인한 탄소 발생 부터 시작해서 많은 자원의 소모가 일어납니다. 에너지, 종이, 물 등등.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컨퍼런스/써밋에 참가해 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겁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니 이런 문제들이 거의 발생하지 않죠!
멋진 경험이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감사하고 놀라운 기회였지만, 한계는 있었습니다. 아래 점은 인디홀 팀에게 공유할 내용이긴 하지만, 혹시나 온라인 컨퍼런스를 기획하고자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 나름 의견을 공유해봅니다.
일단 제가 거주하고 있는 치앙마이에서 처음에 여러 카페를 갔다가 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만큼의 인터넷 속도 지원이 안되어서 허탕치고 결국엔 코워킹 스페이스를 가입해야 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인터넷의 보급화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인터넷이라는 핵심 인프라의 수준이 지역에 따라 불균형하다는 것입니다. 저도 대부분의 업무를 볼 때 인터넷 속도로 지장을 받지 않아서 크게 우려치 않았는데, 예컨대, 다음에는 라이브스트리밍을 당일에 각자가 있을 예정의 장소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서 미리 인터넷 안정성을 점검하고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역시 시간대가 다른 것은 실시간성을 떨어뜨립니다. 제가 하루를 시작했을 때 이미 서밋의 반절은 마무리가 되었고, 반대편 시간대에 있는 사람들이 슬슬 잠에 들어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장소나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다른 시간대로 인해 반감되었습니다. 물론 잠들어 있을 때 메세지를 남기고 나중에 또 코멘트를 받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그게 좀 뒷북 치는 것 같아서 안하게 되더군요. 결국 전체 내용을 흡수하는데는 2-3일이 소요가 되었는데, 24시간을 연달아 하는 것보다 2-3일동안 블록을 나눴어도 좋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첫째날은 각자의 시간에 맞게 보고 1,2블록에 대한 대화가 좀 더 완만한 속도로 이루어져서 뒷북친다는 생각도 안들고,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대화들도 집중될 것 같구요. 스텝들도 덜 피곤 하겠죠!
어쩔 수 없이 내가 자는 동안 진행된 토크들을 혼자서 리플레이 해서 볼 때는 온라인 강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럴 때 너무 지루했습니다 ㅠ 내용과 관계없이) 간혹 알렉스와 같은 퍼실리테이터가 블록과 블록 사이 쉬는 시간을 활용해 같은 영상을 동시에 리플레이해서 보고 그 발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러니 라이브로 진행중이 아닐때도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있다는 의의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게 좀 자주 진행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인디홀팀이 계속 그런 역할을 하면 너무 피곤하니까 다른 시간대에 있는 사람 중 몇명에게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부탁해서 그런 실시간성을 더 살렸더라면 더 재밌었지 않을까나. 차후에는 슬랙의 bot 앱을 연동해서 그런 기능을 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아니면 Crowdcast기능이 좀 더 강화되어서 각 세션에 해당되는 토론이 크라우드캐스트 안의 세션별 페이지에서 이루어져도 좋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슬랙은 주제별 토론을 트랙하는게 불편했습니다.
자기소개하는 채널을 통해서 소개를 주고 받기는 했지만 막상 토론하는 각 채널에서는 누가 누구였는지 저는 너무 헷갈리더군요. 오프라인 컨퍼런스에서는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하면서 입체적으로 상대에 대해서 기억하게 되는데, 온라인으로 교류를 할 때는 그런 부가적인 요소들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적어도 슬랙 프로필에 각자의 얼굴과 하는일 혹은 키워드를 표시하게 했더라면 더욱 대화를 촉진하기에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발표에 앞서서 스피커들의 소개가 간단히 있긴 하지만, 크라우드캐스트의 각 세션별 페이지의 정보란에 연사에 대한 프로필이 있었더라면 발표에 대한 이해가 더 깊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연사의 발표는 한참 몰입이 안되다가 나중에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에 대한 정보를 받고 나니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더욱 좋아졌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에서 한계를 짚어보긴 한 것이지만, 온라인 컨퍼런스라는 획기적인 경험을 해서 일단 흥분하고 고무적입니다. JFDI(JUST FUCKING DO IT)으로 일단 실행에 옮긴 인디홀 팀에 무한감사할 뿐입니다. 아무리 코워킹 덕후인 저도 미국이나 유럽권에서 하는 코워킹 컨퍼런스를 감당할 수 있는 자원이 언제 생길지, 그런 기회가 언제올지 아득하거든요. 이번 버추얼 서밋을 통해 저는 접근 불가능했던 사람들, 지혜들, 경험들에 비용적, 시간적, 언어적 한계들을 넘어서서 한발 다가서게 되었기 때문에, 좀 감격적입니다. 콘텐츠 편에서도 다루겠지만, 스피커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기 때문에 코워킹을 둘러싼 다양한 참여자들의 다양한 각도에서의 재밌는 이야기가 오고가서 재미있었습니다. 피드백 & 개선을 통해 다음 번엔 더 멋진 버추얼 서밋이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다음 기회가 생기면 꼭 한국의 코워킹/일의 미래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이 많이들 함께 참여해보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국내에서도 온라인 컨퍼런스 기술을 어떻게 활용 가능할까 생각해봅니다. 요즘 이런 강연회, 지식공유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너무 좋은 기회들이 많죠. 하지만 수많은 지식 공유 행사들이 실제 서울에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위해 서울로 올라오고 내려가는 차비만 해도 저의 고향 삼천포 기준 왕복 44,000원이 듭니다. (또르르륵..)

아직까지 수도권을 벗어난 생활을 꿈꾸다보면 지적호기심이 강한 사람들에겐 이런 부분들이 아쉬워집니다. 그런 면에서 지식공유가 온라인 컨퍼런스라는 포맷을 통해서 공간의 한계와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어떻게 확장되고 민주화될 수 있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어디서든 컨퍼런스를 참여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건 분명 머지 않은 미래일겁니다.
온라인 컨퍼런스라는 혁신적 포맷에 맞춰서 이번 포스팅은 주로 적어보았는데요, 실제 컨퍼런스에서 나누어진 이야기들은 다음 콘텐츠편에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리뷰로 각 발표의 제목만이라도 공유하며 오늘의 포스팅은 마치려고 합니다.
Lydia Martin - Virtual coworking is great (except when it’s not)
Mike Quackenbush - Professionalism through rituals in pro wrestling
Greg Maughan - Dealing with competition in comedy theater
Kati Sipp - Fighting for benefits in on-demand economy
Chris Thompson - The power of saying “I don’t know”
Christina Canters - Finding the right places to do great work.
Jess Mason - Coworking is my real-life World of Warcraft Guild
Madeline Boyer - How to do coworking like an anthropologist
Rich Negrin - What local government can learn from coworking.
Dr Timaree Schmit - Polyamory & Coworking: where trust matters most
Stephan Matanovic - How to be a good coworking citizen
Vanessa Gennarelli - “How I got comfortable talking about money”
Parker Whitney - Reverse engineering my company’s culture.
Bernie J Mitchell -“Why I’m a ‘freelancer’ not an ‘entrepreneur’.”
Scott Chambers - How to survive 20+ years in the workplace industry
Samantha Abrams -Leading from the sidelines (lessons from improv)
Pilar Orti - How to get people to embrace changes
Oliver Marlow - De-buzzwording the future of work buzzwords
Neil Bardhan -Turning a city into a place to call home
Julian Waters-Lynch -Designing for transitions in coworking
Max Minkoff - “About those dishes in the sink…”
Adam Teterus -I’m a comic book nerd. Wanna fight about it?
Melissa Loh - Taking the long view (and still making things happen)
지방러 분들, 지방에 있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어서 서글펐던 컨퍼런스/써밋/지식공유 이벤트들이 있나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 우리 한번 주최단체들에게 온라인 컨퍼런스 도입을 제안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