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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Oct 20. 2023

윤카페로 가는 길, 도쿄 3박 4일

내가 처음 출간한 책은 <시골육아>.

 윤영희 작가님이 처음 출간한 책은 <아날로그로 꽃 피운 슬로육아>.


 나는 도시에서 삶의 한 구간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서 시골육아할 결심을 했으나 어떤 결단의 근거가 필요했다. 두려움을 잠재워 줄 근거들, 지지들. 그 실마리가 책이었는데 그 무렵 읽은 윤영희 작가님의 책 <슬로 육아>는 내가 희망하는 육아 생활의 한 면과 일치했다. 사교육에 쓸 돈을 모아 아이와 함께 프랑스 시골에서 한 달 살기, 일본 생협 친구들과 부엌 육아 모임을 만들기 같은. 아이의 속도를 인정하고 육아의 시간을 내 철학과  일치시켜 주체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모습.  그렇기에 그녀의 책은 그 시절 내가 시골 생활을 할 결심의 근거가 되어 주었다.


내가 책을 출간하고 두 번째 출간될 책을 계약한 책구름 출판사, 편집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 일본에서 살고 계시는 작가님과 계약 문제로 부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 작가님이 나도 만나고 싶으니 부르라고 하셨다고. 윤영희 작가님이셨다.


세상에, 우리가 같은 출판사에서 만나다니. 내 결단에 힘을 실어준 책을 쓴 작가님이 나를 알고 있다니! 나는 막 나온 <시골 육아> 책을 들고 벌벌 떨면서 팬심으로 그녀를 만났다. 책에서 나온 모습 그대로, 내가 상상한 모습 그 이상으로 열정적이고 따뜻한 윤영희 작가님을.

그녀가 나를 다시 부른 것은 늦가을 즈음이었다.

일본 도쿄에서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에서 <한일교류회> 행사를 하는데 , <시골육아>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떻겠냐고.  민도 없이 가겠다고 말했다가 덜컥 뒤늦게 고민이 찾아왔다.  육아 휴직 중이라 육아 대상자인 아이와 함께가 아니라면 해외출입국이 위법이기 때문이었다. 아이와 함께 일본이라,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편집장님과 숙박을 같이 해야 하는데? 일적으로 가는 곳에 6, 8살 한창 눈치 없고 장난기가 물오른 남자애들 둘 데리고?


만만찮은 일이고, 어쩌면 상대방에게 불편하게 할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많은 일이었지만 나는 아이들과 함께 와도 괜찮다는 작가님의 대답을 덥석 물었다. 이번만 뻔뻔해지자,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이런 경험의 기회는  오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짐을 줄이고 줄였다.  22년의 11월은 코로나로 해외여행 심사가 까다로웠던 시기였기에 PCR음성 증명 서류와 영문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고  입국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앱으로 정보를 입력했다. 자꾸 오류가 날 때마다 드러누워서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래도 한국이 닌 다른 나라에서 누군가의 초대가 있다는 감격이 뻗쳐올라 벌떡 일어나 여행 준비를 했다.

일본에서 윤카페를 경영하는 윤영희 작가님을 만나러 가는 길.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그녀의 꿈이 응집되고 현실화된 <도쿄 윤카페>였다. 아이들은 3박 4일 일정 중 3번째 날 하이라이트 행사의 비중은 아랑곳없이 엄마 따라, 엄마의 동료인 편집장님 따라 일본을 누렸다. 일본식 함박스테이크와 브런치 세트, 가락국수 먹기. 한국의 서울과 다를 바 없이 화려한 긴자거 걷기,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 <이웃집 토토로>, <울의 움직이는 성>의 역사를 정리한 지브리 박물서 기념품 사기,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이들 둘만 남탕에 들어가 온천하기, 일본 편의점에서 과자 사 먹기, 공원에서 도시락 먹으면서 뛰어놀기.

그 사이사이 작은 못마땅함.  그러니까 피곤에 겨운 짜증내기나 가게 물컵, 접시 깨기. 흥에 들떠 웃음을 멈추지 못하거나 서둘러야 하는 타이밍에 늦장부리기, 엄마한테 혼나고도 부러 더 늦장 부리기. 아무튼 아이들과 함께면 예상가능한 덧붙임들도 당연히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마치다 시에 위치한 <윤카페>에 당도했다. 커다란 캐리어 3개를 끌고 묻고 물어.

우리를 본 윤 작가님과 스테프 분들은 환히 웃으며 반겨주셨다.


'한일 교류회' 시간.

베트남 쌀국수와 월남쌈, 한국의 김밥과 치킨이 한 접시에 담긴 콜라보 음식을 보는 순간 그녀의 소망을 한 접시에 담았음을 직감했다. 문화 교류와 여성의 자립의 무게를 음식으로.

아이들은 신이 나 윤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를 절반도 먹지 못했다. 분주하게 장난치고 우왕좌왕 그녀의 공간을 누비다가 행사에서 해야하는 태권도 시범 연습에 열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sns에서만 보던 도시락 세트를 맛보며 그녀의 자부심의 근거를 느꼈다. 자신만의 노하우, 경험의 응축, 철학이 담긴 먹거리는 정갈했고 친근했기에 더 맛있었다. 화려함에 익숙한 우리들은 먹는 것에서조차 소박함을 우습게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은 기초, 기본에 충실한 것에 있다는 생각을 나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윤카페에 앉아 생각했다.  잊지 못할 맛이었다.

윤카페 한국어 교실 수강생들이 행사에 함께 했다. 하야시 아키코의 <우리 친구 하자>를 슬라이드로 보며 친구가 되는 것, 소통을 한다는 것, 서로 문화가 다름에도 손을 내민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이어 우리 아들들은 도복을 입고 태권도를 했다. 아직 단증도 따지 못했지만 빨간 띠를 매고 한국의 태권도를 궁금해하는 일본인들 앞에서 열심히 태극 5장과 6장을 선보였다. 나는 <시골육아> 책을 보여주며 우리가 시골 생활을 하는 모습을 이야기했고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그들의 질문에 답을 했다.


행사가 끝나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묘한 설렘과 함께.

윤 작가님은 <아날로그로 꽃 피운 슬로 육아>에서  [바베트의 만찬],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처럼  언젠가 아늑하고 가정적인 분위기의 어린이 전문 식당을 만들어 보는 게 꿈이라고 언급했었다. 는 그녀가 14년도에 책에서 말했던 꿈을 더 큰 형태의 결실로 '마침내' 실현하고 있음을 목도했다. 여성의 자립과 문화의 나눔, 소자본 창업으로 '나'를 재정립해나가고 또 다른 꿈을 꾸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셈이다.


이 여행을 안 올 수도 있었고, 편안히 가족여행으로  갈 수도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느라 피곤과 번잡함이 자주 대롱대롱 달려왔지만 결론은 아이들과 함께여서 정말 잘한 여행이었다. 아이들은 생각과 태도, 그것이 응축된 책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의 생활을 엄마와 같이 보고 느꼈을 것이므로. 그러한 어른들이 많을 수록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 스스럼없을 것이므로.


그녀의 초대에 한 이 여행은 내게 이렇게 기록되었다.

<그녀는 계속 꿈꾸었고 동했다. 그녀의 꿈은 현재진행형으로 하나의 책이 되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꿈은 실천함으로써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꿈은 무엇인가.

나는 삶에서 무엇을 기록하고 싶은 것일까,  

실천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도의 피곤함을 이겨먹은 것은 러한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다. 꿈을 이루었다고 멈추지 않고 또다른 꿈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목도한 뜨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는 이 질문에 매달렸다.


국에 돌아와서도 나는 종종 그날을 떠올린다. 그리고 여전히 답에 나름의 해결책을 구하며 상상하고 행동한다.

1년이 지난 오늘, 그녀의 스토리가 책이 되어 내게 전해졌다.  책을 읽으며 또 다짐한다.


'한 사람의 실천은 다른 사람을 실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짐함으로써 내 존재를, 나의 환경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고찰한다.  나는 삶과 고민을 씀으로써, '나'를 찾아헤매는 누군가의 원동력이 되고 싶다'


 <도쿄 윤카페>를 다 읽고나면 나는 새로운 공간에서 업그레이드된 윤카페를 운영하는 윤 작가님을 만나러, 또다시 아이들과 도쿄가는 비행기를 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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