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쉘미쉘, 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간다. 3일차 - 몽생미쉘, 너 덕분에
내가 프랑스에서 1년을 살았다는 이야기를 앞서도 했던 것 같다.
프랑스에서 1년을 왜??? 라고 한다면 나는 불어불문을 전공했다.
많은 한국의 고3들이 그렇듯 특별한 꿈이나 장래희망을 고민하지 않고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했다.
부모님은 제발 한번만 재수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지만,
늘은 것은 실력과 점수가 아니라 몸무게 뿐이었던 고3 수험생을 다시 할 순 없었다.
그래서 서울 안에 있는 학교에 어떻게 저떻게 점수를 맞춰 학교를 가다보니 전공도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던 불어불문과를 가게 되었다.
나는 항상 처해져 있는 상황에 엄청 집중하는 타입이다.
맘에 안들어도 막상 하면 "아.. 저걸 어떻게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나지?" 하는 타입이랄까?
누가 태클을 걸면 "음... 그럼 내가 이걸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다는 걸 한번 제대로 보여줘?" 하는 살짝은 삐뚤어진 마음이랄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수험 생활도 이런 마음으로 했다면 더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학교, 그 전공이 아니었다면 내가 프랑스 어학연수를 과연 갈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뜻밖의 전공이었지만, 꽤 재미있었고, 잘했다.
그래서 3학년이 되던 해에 나는 프랑스에갔다. 왜갔냐고 물어보면 엄마가 어느날 나를 강남의 한 유학원에 데려가더니 "너 프랑스에 가라!" 라고해서 얼레벌레 다녀왔다.
엄마에게 나중에 "왜 다들 캐나다, 뉴질랜드 영어 하는 나라로 어학연수 보낼 때, 프랑스에 보낼 생각을 했어?" 라고 물어봤다.
엄마의 대답은 "니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였다. 내가 힘들어 한 적이 있었나?
나는 Born to be K장녀라 아픈것도 힘든것도 집에는 잘 말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힘들어 한 적이 있었나??
생각을 해보면 2학년 1학기, 나는 "중급 프랑스어 문법"라고 3학년 부터 들을 수 있는 과목을 잘못신청했다.
평소에도 알림장, 가정통신 등등을 꼼꼼히 읽지 않는 나라면 할 수 있을 법한 실수다.
수업 시작하던 날 동기들은 없고, 과대언니랑 선배들이 수두룩하며 과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교수님이 들어오시는 순간 "와... 이수업은 포기해야겠다." 싶었는데 들어도 된다고,
괜찮다고 100번 말씀하셔서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사실 교수님은 폐강될까봐 나를 안심시킨거였다.
플러스로 나에게 "저 거친 벌판에 홀로 우뚝 선" 이란 인디언식 이름을 하사한 선배가 함께 듣자고 나를 살살 꼬셨다.
그래.. 어려워 봤자지, 라는 마음으로 수강철회를 하지 않았고 그게 시작이었다.
** 디디언니... 제가 언니에게 이 글의 링크를 주겠지만, 언니가 중급 불문 수강을 유지하게 만들어서 언니 덕에 지금의 제가 되었어요 ㅋㅋㅋ 땡큐 ㅋㅋ
교재는 아직 불어랑 대면대면한 내가 보기에는 한참 어려운 불어로 "중급 문법"이라고 써있는 "문법을 불어로 써둔" 교재였다.
처음에는 "어머 이런 책으로 공부하니까 정말 불문과 같아" 라며 살짝 흥분 했지만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 모두 장염 위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고,
실려갈 때마다 그 문법 교과서를 손에 꼭 쥔채로 집앞 분당 차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응급실을 갈 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선 "어머...이러다 우리 딸 죽겠어! 불어 실력을 빡세게 키워서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말게 해야겠다!"
라는 어떤 신호를 받으신 모양이다.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 때 강남에 있는 유학원을 갔고,
다음 해 3월에 나는 프랑스에 가서 빡세게 불어실력을 키워오는 것을 기대한 부모님의 바람과는 다르게 또 주어진 상황에 충실히 몰입하여 1년을 재미있게(?) 놀고 한국으로 귀국하였다.
뭘하고 놀았냐면 Carte 12-25 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생들 기차표 할인해 주는 제도인데
그걸 가지고 여기저기 많이 여행을 다녔다.
그런데, 몽쉘미쉘은 한번도 가지 않았다. 디종에 머스타드 사러가구, 칸에 레드카펫 밟으러가고, 어린왕자의 도시 리옹에 밥을 먹으러 가고, 마르세유, 니스 프랑스 곳곳을 그렇게 돌아다녔으면서 유네스코에 국제 문화 유산에 등재된 몽쉘미셀을 안가봤다.
이건... 내가 프랑스에 가야 할 이유를 무의식 속에 남겨둔 건 아닐까??
나는 "때문에"와 "덕분에"를 구분하는 것을 좋아한다.
"때문에"는 그닥 어감이 좋지 않다. 마치 누군가 탓하고 잘못을 추궁하는 느낌이랄까?
"덕분에"는 네 덕분에 라며, 나는 칭찬하며 기분좋고, 받는 사람도 기분이 으쓱~ 하고 좋아지는 단어다.
"때문에"를 써야 하는 상황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의미가 좋아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자주 틀리는 오타쟁이이지만,
"덕분에"와 "때문에"는 항상 상황에 맞게 구분해서 쓴다.
몽쉘미쉘 덕분에 나는 프랑스를 다시 갔다.
유럽까지 먼 걸음 한 김에 몽쉘미쉘을 가보고 싶었다.
파리가 목적이 아니라, 몽셸미쉘을 가고 싶어서 파리를 간것이다.
결론은 가기를 너무 잘했다! 나 자신 칭찬해!
기차타고 대중교통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엔 나는 너무 게을러서 굳이 투어를 찾아간것도 너무 잘한 선택이었다. 나의 게으름 덕분에 편하게 몽쉘미쉘을 구경했다.
원래는 섬이 아니지만, 저녁이 되면 조수 간만의 차로 섬의 사원이 되어버리는 몽쉘미쉘
가이드 투어를 열심히 들었지만, 미안하게도 지금 내 머릿속에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그냥 그날의 축축하고, 차가웠던 바람과 날씨,그덕에 더 몽쉘미쉘이 차갑고 외로워 보여서 사진이 예뻤던 것이 기억난다.
물론,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인 가이드를 만난 덕분에
정말 와보고 싶던 여행지에서 셀카가 아닌 남이 찍어주는 멋진 앵글의 사진을 갖게 되었다.
몽쉘미쉘을 갈꺼라고 휴가 전에 팀원들에게 말하니,
나처럼 불문과를 졸업한 우리 팀 구성원이 "세나님, 몽쉘미쉘은 양고기가 맛있어요. 꼭 드셔보세요."라고 추천했고 덕분에 선택한 저녁 식사도 너무 좋았다:)
거기다! 세상에! 누군가 나에게 "어제 지베르니 투어에서도 봤어요." 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세상에...내가 전날 인상파 화가 투어 단톡방에 "밥 같이 먹을 파티원 구해요!" 이걸 본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둘이 혼자 여행을 온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날 오전 여행을 함께하지 않겠냐며, 이 언니가 맛있는 데를 안다며 꼬셨다. 너무 고맙게도 내 꼬임에 넘어와 주어서 이 투어에 참여한 덕분에 하루는 모르는 사람과 덜 심심한 파리 시내 투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언니가 맛있는거 사줄께 라면서 꼬시는 것도 디디언니 당신에게 배웠어요:) 땡큐
덕분에 무엇하나 나쁜 것이 없었던 여행이었다.
덕분에, 덕분에 정말 잘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