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계약 충동을 이기고 P스러운 계획 세우기

P도 다 계획이 있지 말입니다.

by SENAKIM


준비 2. 세운다 계획 : 패키지 따라가고 싶은 충동을 이기고 혼자 여행을 계획을 세운다.

솔직한 나의 마음은 “꽃보다 할배"나 다른 여행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처럼 현지에 가서 숙소를 잡고 싶었다.

내 몸하나 누일 곳이 없을까?
그래도 혹시 몰라 구글 지도를 열어 “그린델발트"라는 지역의 호텔을 검색해 보니, 웬걸!!!
호텔도 많지만, 나간 방도 많았다. 막상 현지에 갔을 때 정말 내 몸하나 누일 곳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무리 지구 온난화가 심해서 날이 따뜻하다지만 10월 가을에… 밖에서 잤다가는 입이 돌아간다.
그래서 이 여행을 하면서 아주 작은 부분 계획을 세운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숙소 예약이었다.

실제로 2006년인가, 2007년인가 스위스에 갔다가 밖에서 잘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나이도 20대였고, 계절도 여름이었다. 게다가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였다.
6월에 시작한 3주 정도의 배낭여행이었다.
스위스 일정은 월요일부터인데, 계산을 잘못해서 화요일부터 숙소를 잡았다.
같이 간 친구들이랑 하루니까 그냥 길에서 잘까? 했는데 스위스는 다른 나라보다 추워서 포기하고 숙소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친구들도 참 겁도 없고, 걱정도 없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내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15살은 더 먹었고, 여름이 아니라 가을이며, 같이 용기 내어 길에서 자자고 해줄 친구들은

한국에 있는 집에서 한 명, 혹은 두 명의 아이들을 육아 중이거나, 일하는 중이다.
또 이번 스위스 여행은 이 도시, 저 도시를 이동할 거라 아주 최소한의 숙소 예약을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티켓 예약은 가는 날 오는 날만 정하면 되니까 그나마 쉬웠는데, 숙소 예약이 이번 여행 계획에 있어서 나에게 가장 큰 허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시점에서 하아.. 패키지를 따라갈까?라는 충동이 여기서 한 번 들었다.
그 무렵 퇴사한 동료가 스위스에 패키지로 8박 9일을 다녀왔고, “갔는데, 어머님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덕분에 예쁨 받으면서 편하게 여행했어요.”
라는 혹 할만한 리뷰까지 들었다.

갈대와 같이 마음이 움직이는 이 순간,
나는 그 동료처럼 어머님들이 좋아할 싹싹한 타입이 아니라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게다가 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혼자만의 여유를 찾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무리 생활(패키지)은 잠깐의 현지 투어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 혼자 여행을 한다면 기차역 근처의 숙소가 최고.
그래서 마음을 다시 잡고 혼자 하는 여행의 숙소 계획을 세워 보았다.
사실 여행 숙소를 예약하려면, 어느 도시를 어떤 순서로 돌아다닐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구글 지도를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았지만, 마지막 아웃하는 취리히를 빼고는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20대의 내가 다녀왔던 스위스의 도시는 인터라켄이었고, 그린델발트에서 스위스스러운(?) 풍경을 즐기고 싶었고,
엄마랑 아빠가 입에 달고 사는 산의 여왕이라는 리기산에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심지어 리기산이 어떤 도시에 있는지도 몰랐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내가 뭔가를 좀 알아보고 봤다면 구글 지도가 루트를 짜는데 도움이 되는 지도였겠지만
그때 당시는 그냥 초록색에, 갈색이 약간 섞여있고, 중간에 파란색 구멍이 여러 개 있는 그림일 뿐이었다.
만약 내가 뭔가를 좀 알아보고 지도를 봤다면, 아~ 인터라켄 근처의 저 파란색 구멍은 저게 바로 브리엔츠 호수랑 튠 호수 구나! 했을 텐데 말이다.
이쯤 되면 보통의 사람들은 아…, 비싼 외화를 헛되이 하지 않게 스위스 여행을 위해서 공부를 좀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텐데
나는 극강의 게으름뱅이였고, 눈앞에 자극에 한없이 흔들리는 반응형 인간이었다.
당장 보고 싶은 넷플릭스가 있는데! 그 공부를 할 수는 없지!
스위스는 만나서 차차 알아가면 된다. 누가 소개팅하기 전에 신상명세를 다 파악하고 가나!
대충 알고 만나서 진지하게 알아보는 게 더 중요하지!라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검색했다.
유튜브에 여행 콘텐츠를 올려주시는 대문자 J분들이 계신데, 너무나 은혜롭게도 스위스 10일 여행 이런 식으로 검색하면, 그분들의 여행 루트를 알 수 있다.
어떤 분은 여행을 하기 전 만들었던 계획과 현지에 가서 실제 돌아다니고 사용한 비용을 비교한 엑셀까지 공유해 주었고,

어떤 분들은 아예 구글 지도를 만들어서 공유해주기도 했다.

나는 냉담한 신자지만 천국에 가실 거다 그분들은.

그리고 다짐하건대, 여행계획은 유튜브를 꼭 참고하세요 여러분.
유튜브로 검색을 많이 하면, 인스타가 알아서 정보를 계속 피드로 알려준다.
징그럽지만 매우 유용했다.

그렇게 유투버 선생님들을 통해 갈 도시의 순서를 정하면, 구글 지도를 확대해서 호텔을 찾는다.

물론 유튜브 선생님들도 숙소를 추천해 주지만,

대부분 신혼여행으로 가서 비싸고 좋은 호텔을 가거나,
배낭여행을 가서 호스텔처럼 여럿이 자는 숙소를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내가 원하는 숙소는 아니었다.
나는 혼자 머물기에 안전하고 깨끗하면서 가격도 합리적이기를 원하는
즉 게으르면서, 원하는 것은 더럽게 많은 숙박객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 홀로 스위스 여행 숙소 예약 꿀팁은 "기차역 근처로 잡자"이다.


사실 내가 묵은 곳이 아니더라도 스위스는 도시가 워낙 아기자기해서 어디에 숙소를 잡아도 다 장점이 있을 것 같다.
스위스는 주말에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다. 그것이 바로 기차역 근처이다.
기차는 주말에도 지하철처럼 운행을 하니 기차역은 항상 사람이 북적인다.
그래서 그런지 기차역 근처의 쿱(스위스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은 주말에도 8시까지 문을 연다.
역 안에 없으면, 근처에는 꼭 있다.
물가가 비싼 스위스에서 매끼를 식당에서 먹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맛이 막… 있고 그렇지가 않다.)
쿱에는 HMR이 다양한 종류로 구비되어 있고, 저렴하면서, 잘 고르면 맛도 나쁘지 않다.
스위스 현지인들도 쿱에서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많이 사간다.
기차역 쿱은 주말에도 문을 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항상 북적이고 많다.
즉 쿱이 있는 기차역 근처가 핫플이었다. 모르고 잡았는데 개이득 :)


먹을 것 : 계획 없이 가는 것이 꿀팁
여행에 있어서 맛있는 음식은 매우 중요하지만
식당을 찾는 데 있어서 인스타, 블로그를 엄청 많이 보지는 않는다.
물론 참고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가 블로그에서 맛있다고 하니까 꼭 가야만 해!!!라고 의지를 다지는 편은 아니다.

“아~ 이 나라는 이 식재료가 유명하구나, 이 음식이 유명하구나" 정도만 알아둔다.
솔직히 말하면 식당과 관련된 계획은 아예 세우지 않는다.

음식은 그 지역의 문화, 환경 많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여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인스타나 블로그를 맹신하지 않는 이유는,
인스타나 블로거들도 몰라서 포스팅을 안 한 거라고 늘 생각한다.

그들도 나처럼 여행객일 텐데 먹을 수 있는 끼니는 한정적일 것이고, 그가 포스팅한 식당 외에도 더 맛있는 곳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같이 간 동행이 맛집을 찾아서 꼭 그 집에 가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해 줄 수는 있지만
혼자 여행 가서 줄을 서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맛집은 현지에 가서 찾는다.

맛집 말고, 여행지와 관련된 정보를 검색할 때, “OO은 별로예요~” 하는 것들은 그닥 신경쓰지 않는다.

왜냐면 누구에는 별로였지만, 나에게는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맛과 경험은 주관적인데 다른 사람의 포스팅만 보고 나의 경험을 좁힐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별로라고 하는 걸 해보고, 나도 “아… 별로네?” 싶을 때가 있다.

근데 그럴 때 드는 감정은 “별로 일 수도 있지 뭐, 나중에 여기가 정말 별로라고 친구한테 이야기해 줘야겠다.” 정도로만 마음에 저장해 둔다.


활동 :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가서 뭘 할지 고민되면, 현지 여행사의 투어를 신청한다.

마이 리얼 트립, 카약 등을 활용하면, 패키지여행을 가지 않아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힘든 특정 구간으로의 이동도 도와주고 가이드 설명까지 들을 수 있다.

덤으로 거기서 만난 여행자와 밥친구가 되고,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번에도 투어를 하면서 모르는 사람이랑 약속 잡아서 저녁도 먹고, 같이 산책도 했다.
친구들이 이야기를 들으면 “남자랑????”이라고 물어본다. “여자랑~”이라고 대답을 하면 이런 실속 없는 것! 이라며 혀를 아주 끌끌 찬다
친구들아 너희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은 나도 알아, 나도 처음엔 비포 선셋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랐단다.
하지만 남자들은 혼자 여행을 잘 안 하나 봐 거의 대부분 신혼여행이시던걸? 가정파탄자가 되고 싶진 않아:)

아무튼 매일 그런 투어를 할 필요는 없지만, 긴 여행 중 한 두 번은 아주 유용하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오랜 기간 가게 되면, 한 번은 꼭, 현지 투어를 신청한다.

정리하자면 내 여행의 계획은 숙소 예약으로 끝이다.
나머지는 현지에 가서, 날씨와 그날의 사정에 따라 정하는 것으로:)

이렇게 적고 보니 내가 항상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는 이유가 크게 기대하는 바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그냥 그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서 딱히 아쉬운 것들이 없다.
그리고 항상 “에이… 지금 못 보면, 나중에 또 오지 뭐~. 또 여기 올 이유를 만들었네~”라고 이야기한다.
사실이다. 또 돈 벌어서 가면 되지 뭐
내 스위스도 이렇게 벌써 두 번째 여행이 되었는 걸.

스위스에 가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스위스 여행 두 번 간 사람과는 친구를 하라고 하더라.

부자라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오해할 수 있지만 전 부자가 아닙니다.(공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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