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삶을
처음으로 상상하기 시작하던 시기의 기록입니다.
지난가을, 몇 년 전부터 마음속에만 품어오던 ‘탈 서울’을 마침내 실행에 옮겼습니다. 15년째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던 저는 변화가 절실했습니다. 익숙한 공간과 익숙한 사람들, 반복되는 업무가 주는 안전감은 어느새 족쇄가 되어버렸고, 성취 없는 편안함은 오히려 위기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KTX를 타고 출퇴근하는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반복되는 하루에 지쳐 있던 즈음, 회사가 KTX 역사 근처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다르게 보였습니다.
“기차로 출퇴근하는 삶은 어떨까. 나른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간을 바꾸는 거잖아.”
그 순간, 작은 생각 하나가 강렬하게 뇌리를 파고들었습니다. 잡다하게 뻗어나가던 고민의 가지들이 스르르 정리되었고, 아주 단순한 질문이 남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다람쥐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방향을 정했으면 그곳을 향해 움직이면 된다. 이사하자. 그래, 서울을 벗어나자. 그렇게 저는 부동산 앱을 켜고 디지털 임장을 시작했습니다. 두 달 동안 화면 속 지도와 매물 정보를 들여다보며 후보지를 추렸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디지털 임장은 ‘쁘띠프랑스’가 진짜 프랑스가 아닌 것처럼, 현실의 감각을 왜곡시켜 탈서울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두 달간의 디지털 탐색을 접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모니터 속 세상이 아닌, 실제 하는 건물, 도로, 태양과 바람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