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비용·인프라를 고려해 최우선 후보 지역을 하나 정했고, 주말마다 그곳으로 임장을 떠났습니다. 평일에는 회사에 가야 했기 때문에 매물을 볼 시간을 낼 수 없어, 서울 안에서 이사할 때보다 임장 기간은 훨씬 길어졌습니다. 결국 한 달 동안 매주 C시에 다녀야 했습니다.
임장 첫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KTX 이동 시간이 생각보다 짧게 느껴져 기뻐했다가, 역 주변의 삭막한 풍경에 곧바로 실망했습니다. 기대와 현실이 어긋나는 희비쌍곡선을 적나라하게 겪으며, 감정적으로 지쳐 그날은 매물을 보는 둥 마는 둥 지나갔습니다.
그 순간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골목마다 숨어 있는 힙한 카페, 숨은 고수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맛집, 그리고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생동감 있는 풍경. 끊임없이 변하는 트렌드가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활기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반면 C시는 역 주변으로 편의점과 몇몇 낡은 상가가 전부였고, 저녁이 되자 거리는 금세 어두워졌습니다. 병원이나 대형 마트를 가기 위해 차는 필수였습니다. 서울에서라면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하나하나 조건으로 따져야 했습니다.
서울의 화려한 불빛과 끊임없는 선택지에 비해, 후보 지역은 단순하고 느린 리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울만큼 다채롭지는 않았지만, 대신 조금 더 느긋한 일상이 가능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