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10000명 유입 vs 100만 원 순이익

작은 브랜드를 위한 밸런스 게임 04

by 강센느

당신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매월 신규 고객이 10000명 유입되는 것과 매월 100만 원의 순이익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매월 10000명의 고객 유입 VS 매월 100만 원의 순이익



1만 명이나 되는 신규 고객의 볼륨은 왠지 뭐가 됐든 큰 가치를 만들어줄 것 같다. 적어도 월 100만 원보다는 많은 가치를 말이다. 그래서 아마 당신은 이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매월 1만 명의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신규 고객 1명을 유입시키는데 100원의 광고비가 든다고 가정하면 100만 원의 광고비가 발생하는 꼴이니 어떻게 보면 이것만으로도 월 100만 원 순이익과 맞먹는 가치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만으로도 비즈니스가 원활하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때 트래픽이 가치를 담보하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비즈니스들이 어떻게든 사람을 모으면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 위에서 탄생했고 그렇게 기대한 만큼 유저 볼륨을 만드는 데 성공한 비즈니스들은 거대한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을 달성한 기업을 의미)이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렇게 유니콘이 된 기업들 중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즉 실질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 거의 전무했다는 것이다. 기업이라는 것은 애초에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며 그 이윤이 클수록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 논리였는데 '스타트업'을 위시한 비즈니스들은 하나같이 이런 논리와 별개의 방향으로 규모를 확장해 갔다.



이처럼 돈 못 버는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高유동성 시대였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화폐, 자원이 활발하게 교류된 덕분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 없이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시장에는 높은 유동성의 화폐들이 풀렸다.



이렇게 유동성이 높은 시절에는 사실 적자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투자해서 성공적으로 엑싯하는 사례도 빈번했다(하지만 엑싯하는 순간까지도 여전히 적자이면서 규모만 커진 기업들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세계 경제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일 기준 금리를 인상해 왔고 앞으로도 몇 년간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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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타트업에 지갑을 선뜻 열던 투자자들은 가장 먼저 지갑을 닫았고 이 때문에 벌써부터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다들 '계획된 적자'를 외치며 투자금이 끊길 거라는 생각은 1도 없이 몸집을 불리는데만 치중해 왔으니 이렇게 급변한 상황 앞에서 속수무책인 것이다.



최근에 추가 투자를 못 받아서 망했다거나 고정비를 줄여서(대규모 정리해고가 대부분) 겨우 흑자전환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는데 그런 뉴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대부분이 "이제 정상화된 것일 뿐이다."라는 반응이다. 기업의 이윤이 아닌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직원들 월급, 복지를 챙겨주고 기업을 확장해 왔던 관행이 비정상이었을 뿐이고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초저금리를 유지해 온 비정상적이던 경제 상황이 정상화되면서 이에 맞춰 스타트업 업계도 정상화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를 떠나서 내가 느끼기에 확실한 것은 적어도 '트래픽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트래픽이 미래 가치를 담보했고 그 덕분에 많은 돈을 투자받았지만 앞으로는 무조건적으로 그러기가 힘들 것 같다. 그렇게 몸집을 불리면서 차기 유니콘이 되고 국민 서비스가 된 여러 서비스들이 아직까지도 흑자 전환을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트래픽이 가치를 담보한다는 가설이 잘못됐음을 입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앞으로 트래픽보다 우리가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바로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업은 결국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을 일단 많이 모아두면 광고비라도 벌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당장의 수익성은 덮어놓고 투자금으로 버티면서 사람부터 모으는 전략은 더 이상 시장에 먹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얼마나 빨리 사람들을 모을지가 아니라 고객들이 가진 Problem을 어떤 Solution으로 해소해 줄지, 그 Soultion이 고객과 기업에게 비용 효율성이 좋은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에서 먹히는 비즈니스 모델이고 이것이 지속되고 확장될 수 있을 때 기업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즉, 당신이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하는 것은 고객 10000명의 유입보단 100만 원의 순이익이다. 유입이 곧 매출로 직결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10000명을 데려오는 것보다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내가 만든 서비스나 제품에 100만 원을 쓰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