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의 악성 고객 vs 5만 원 손해

작은 브랜드를 위한 밸런스 게임 03

by 강센느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악성 고객을 만나게 된다. 여러 경우가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제품에 문제가 없는데 괜한 트집을 잡아서 반품비를 아끼려고 하는 고객이 있고, 더 최악으로는 반품 가능 기간이 지난 후에 대뜸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서 무작정 반품해 달라고 우기는 고객이 있는데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현명하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계산기부터 두드려본다. 내가 만약 반품을 응하게 됐을 시에 부담해야 되는 왕복 배송비며 혹시나 제품이 상품 가치를 잃었을 경우에 감수해야 하는 비용까지. 이쯤 계산기를 두드려봤을 때 금액대가 생각보다 높다고 느껴지면 악성 고객에게 "죄송하지만 반품이 어렵습니다."와 같은 대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악성 고객은 괜히 '악성'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이런 요구를 하는 고객들은 "가능할까요?"라고 묻는 게 아니라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게 되면 이들은 더 강력한 악성 고객이 되어서 화를 내기 시작한다. "왜 반품이 안 되죠? 제가 이 사실을 온라인에 공론화해도 괜찮을까요?" (아 머리 아프다)



나 역시도 실제로 이런 악성 고객들을 종종 만났었는데 그 경험들을 토대로 내린 결론은 내가 커버 가능한 범위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그냥 악성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고 내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 낫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악성 고객을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애초에 그냥 져주는 게 마음 편하다.

② 설득을 한다고 해도 최소 하루 정도는 계속 악성 고객을 대응하는데 힘을 쏟아야 하는데 그 하루 인건비가 이미 배송비나 제품비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③ 악성 고객과 온종일 실랑이를 하고 나면 승패를 떠나 브랜드를 접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타가 온다.

④ 악성 고객의 성질을 건드리면 대개 내 브랜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다양한 범주의 액션을 취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내가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내가 직접 수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배송비, 제품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⑤ 악성 고객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대응해 줬을 경우 50%의 확률로 악성 고객이 내 브랜드의 팬으로 전환되어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주기도 한다(주변에 소문을 내거나 다른 제품을 더 구매해 주는 방식으로). 악성 고객 중에는 자신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자신의 무리한 요구를 긍정적으로 수용해 준 브랜드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즉, 정리하자면 기회비용의 문제다. 당신이 악성 고객과 실랑이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으면 그 순간부터 당신의 인건비는 살살 녹아들기 시작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그러므로 당신이 커버 가능한 범위의 요구라면 그냥 악성 고객의 말을 들어주고 빨리 이 사안을 매듭짓는 것이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롭다. 만약 커버가 어려운 범위의 요구라면 이러한 사실을 악성 고객에게 가감 없이 오픈하면서 당신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역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이런 악성 고객들은 어느 업계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대응 전략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요구 사항을 응했을 시 손해 범위가 얼마 이하일 때는 무조건 수용해 준다는 룰을 만든다든지 혹은 요구에 상응하는 서비스(자사몰 포인트, 쿠폰 제공)를 선제안 해본 뒤 이게 먹히지 않을 경우 보상해 준다와 같은 단계적 대응책을 마련한다든지 말이다.



브랜드의 규모가 커져서 전담 CS팀이 생기고 관련해서 법률 전문가까지 채용할 수 있게 된다면 악성 고객에 대한 대응을 더욱 시스템적으로 잘할 수 있겠지만 그런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꼭 명심하자. 악성 고객과 싸우지 말 것. 멀리 본다면 악성 고객에게 지는 것이 결국 이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