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브랜드를 위한 밸런스 게임 02
당신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1개의 대박 제품과 10번의 대박 광고 중 한 개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1개의 대박 제품 VS 10번의 대박 광고
누군가가 정말 '대박'이라 할만한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 않는다면 그 제품은 영원히 그 누구도 사지 않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사지 못할 것이다(애초에 제품이 있는지도 모르니까). 이러한 연유로 사람들은 제품을 만들면 필연적으로 광고를 한다. 그리고 광고를 기획할 때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고심한다.
그 결과 어떤 광고는 제품의 퀄리티를 훨씬 상회하는 관심을 받기도 하고 또 어떤 제품은 제품의 퀄리티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제품만큼 좋은 광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럼 다시 앞선 질문으로 돌아와서 1개의 대박 제품과 10번의 대박 광고 중 무엇을 선택해야 우리 브랜드에 이로울까? 광고도 제품만큼 중요하다고 했으니 1보다 훨씬 큰 10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
광고가 10번이나 대박이 난다면 분명 그 브랜드는 전국에서 가장 핫하고 유명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광고 매체비를 10억 넘게 써도 적정 인지도를 얻지 못하는 브랜드가 수두룩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선택지가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높은 인지도와 더불어 광고가 진행되고 있는 기간 동안의 매출도 급격히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만약 당신이 브랜드 영속성 따위엔 관심 없고 돈을 짧고 굵게 바짝 벌고 싶다면 10번의 대박 광고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10년 이상 오랜 기간 생명력을 이어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나는 무조건 고민 없이 '1개의 대박 제품'을 선택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왜냐면 결국 궁극적으로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좋은 광고가 아니라 '좋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광고가 10번이나 대박이 났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제품을 알리는 것(인지도)'이 대박 났다는 것만을 의미할 뿐 '내 제품을 판매하는 것(전환)'과 '내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만족도)'까지 내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모든 마케팅 지표의 시작이 인지도이기 때문에 인지도 상승은 자연스럽게 전환수, 리뷰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정비례 관계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예컨대, 퀄리티가 무난한 제품이 대박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빠르게 인지되고 그 덕분에 제품 출시 후 판매량이 수직 상승한 상황을 상상해 보자. 광고를 보고 기대했던 것과 달리 제품의 퀄리티가 무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구매자들은 "이거 막상 써보니까 광고랑 많이 달라요. 생각보다 큰 효과가 없네요"라는 후기를 여기저기 퍼뜨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대박 광고는 얼마 안 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장 광고' 딱지를 받게 되고 결국 초반에 수직 상승한 매출 곡선은 급격히 하락세를 맞이하게 된다(한때 페이스북에서 대박 광고를 통해 흥했던 제품들이 '페이스북 광고 제품은 믿고 거른다'는 불명예를 얻으면서 하락세를 맞이했었다).
차라리 위 경우처럼 광고 대비 퀄리티가 무난하여 문제가 된 경우라면 대박 광고를 통해 얻은 전국적인 인지도와 단기 이익을 토대로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여 재기할 수 있는 여력이라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퀄리티가 시중에 원래 있던 제품들보다 안 좋은데 광고를 통해서 부풀려진 경우(진짜 과장 광고)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소개팅에서 첫인상이 중요한 것만큼이나 브랜드와 소비자의 만남에서도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이성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겠는가? 아마 그 사람이 훗날 개과천선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전해 듣더라도 그 사람을 굳이 다시 만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당신이 만나볼 수 있는 더 좋은 이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만남부터 '속았다'는 감정을 느낀 소비자는 그 브랜드가 훗날 더 나은 퀄리티의 제품을 내더라도 그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외려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 과거의 경험을 지인들에게 토로하며 다른 브랜드를 추천할 것이다. "그 브랜드는 절대 믿으면 안 돼! 내가 예전에 광고에 완전 속았잖아"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브랜드가 매출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이처럼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상황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유명 브랜드는 인지도가 없는 무명 브랜드보다 앞날이 어둡다. 유수의 마케터들이 준비되지 않은 제품을 광고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넘어 독을 아예 깨부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반면에 1개의 대박 제품은 어떨까? "최고의 마케팅은 좋은 제품"이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는데 나는 이 말에 십분 공감한다. 대박 제품은 굳이 광고에 공을 들이지 않아도 알아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진다. 결국 자연스럽게 '대박 제품 = 대박 광고'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박 제품이 브랜드에게 이로운 이유는 대박 제품을 경험한 후 발생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감정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전체 이미지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가령, 가방 브랜드 A의 가방을 사용해 보고 좋은 인상을 받은 소비자는 A 브랜드가 가방이 아닌 캠핑용품을 만들어도 가방에서 얻었던 좋은 인상을 토대로 "A 브랜드의 캠핑용품은 가방처럼 좋은 퀄리티를 가졌을 거야"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후광 효과'라고 하는데 이처럼 대박 제품을 통해 후광 효과를 얻고 이를 토대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데 성공하는 브랜드를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굳이 이렇게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같은 카테고리 내에 있는 적당한 수준의 퀄리티를 가진 제품들이 대박 제품 덕분에 후광 효과를 얻어서 매출이 자연스럽게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 브랜드의 백팩을 써보니 너무 좋아서 크로스백도 샀어요!"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말이다.
정리하자면 결국 대박 제품은 대박 광고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는 광고의 사전적 정의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광고의 사전적 정의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는 수단'이다. 즉, 광고는 결국 제품을 알리기 위한 '수단'일뿐이지 제품이나 브랜드 그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제품을 그저 그런 퀄리티로 만들어놓고 광고로 대박 나는 요행을 바라고 있다면 당장 광고비를 제품 개발비로 전환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