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불편함을 싫어합니다. 불편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불편한 작품, 익숙하지 않아 불편한 장소 등 불편한 것들은 늘 스트레스를 줍니다. 이러한 연유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익숙하고 편한 것에 길들여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편한 것만 찾는 것에는 큰 부작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꼰대'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익숙한 사람, 익숙한 콘텐츠, 익숙한 장소만 계속해서 찾게 되면 그것들이 곧 내 세상의 전부가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내가 편하게 느끼는 것만 정론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런 상태에서 누군가가 다른 것을 들이밀면 불편함을 느끼고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그 사람은 '꼰대'가 됩니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꼰대일까?
나이가 많은 사람 중에 상대적으로 꼰대가 많은 이유는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더 리스크가 적은 방향으로 향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보는 것만 보고, 가는 장소만 가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자신이 정해놓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것은 곧 리스크의 시작이라고 여기죠. 실제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높은 확률로 35세 이전까지 익힌 지식과 정보의 수준을 죽을 때까지 90%에 가깝게 유지한다고 합니다. 즉, 35세까지는 배우고 성장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 연구사례만 살펴보면 마치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뇌의 작용으로 인해 무조건 꼰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보단 연령대에 따라서 사람들이 겪는 환경적 영향이 더 큽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중년, 노년에 비해 불편한 환경에 더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공부를 해야 하며, 새로운 커리어를 쌓기 위해 불편한 장소에 가서 불편한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들이 이처럼 불편함을 불가피하게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중년, 노년에 비해 경제적 여유도 사회적 기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청년들은 불가피한 환경적 영향에 노출됨으로써 편함과 불편함의 균형을 계속해서 맞출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사람, 장소, 의견, 정보 등이 다양성을 가지게 되고 꼰대가 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되죠. 하지만 만약 그들이 중년만큼의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기반을 얻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편함과 불편함을 고를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도 불편함을 고를 수 있는 마인드셋이 없다면 아무리 젊어도 그 사람은 꼰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청년들이 과거에 비해서 더 빨리 높은 직급을 달거나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젊은 꼰대'라는 말이 자주 들려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처럼 꼰대가 되고 말고는 나이의 문제라기보단 마인드셋의 문제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불편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꼰대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든 될 수 있습니다. 즉, 나이가 많아도 불편함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꼰대 = 성장판이 닫힌 사람
사람들은 왜 꼰대가 되는 것을 두려워할까요? 그것은 아마도 꼰대라는 용어가 가진 비호감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입니다. 왠지 대화가 안 통할 것 같은 꽉 막힌 이미지 말이죠. 하지만 사람들에게 꼰대로 인식되기 시작했을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문제는 사실 그런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가 아닙니다. 꼰대가 됐을 때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성장판이 닫히는 것입니다. 꼰대는 자신이 잘 아는 편한 것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항상 성장할 때 불편함이라는 성장통을 경험합니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 그런 낯선 것들을 피하지 않고 견뎌냈을 때 그래서 그것들이 불편하지 않고 편한 수준이 됐을 때 우리는 높은 성취감을 느끼고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꼰대가 되지 않고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편함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죠.
꼰대는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당신이 불편함을 계속해서 외면하게 된다면 그 대가는 단순히 꼰대가 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아마도 불편함을 외면한 대가로 잘못된 결정을 더 자주 내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필리프 마이스너의 <자꾸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을 위한 결정의 기술>에서는 사람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는 이유 중 하나로 '확증 편향'을 이야기합니다. 확증 편향은 꼰대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데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이때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정보는 불편함으로 치부됩니다. 가령, 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대출을 받겠다고 결정을 내릴 때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므로 대출을 받을 때는 신중을 기하라는 전문가의 조언은 외면하고 사업확장을 위해 레버리지는 필수라는 자기계발서의 글귀만 집중해서 읽습니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이런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자신의 의견과 다른 반론을 투자 결정에 반영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자신의 최대 라이벌이자 비평가인 헤지펀드 매니저 더그 카스를 자신의 투자 회의에 초대하여 그의 반론을 직접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더그 카스가 한 때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을 공매도하여 버핏의 기업 주가를 하락시킨 인물이라는 점을 안다면 이런 결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일화를 통해 워런 버핏이 성장을 위해 웬만한 이들은 외면했을 '끔찍한 불편함'까지 수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당신에게는 불편함이 얼마나 있나요? 최근에 만났던 사람, 일, 콘텐츠, 장소 등 그 무엇도 불편함을 주지 않고 편하기만 했다면 나의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