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노하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우리 가족과 왕래가 잦은 집의 딸 아이와 놀아줄 때 있었던 일이다. 이제 갓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재희는 어디선가 공깃돌을 가져와 내게 선뜻 공기놀이를 제안했다. "오빠, 공기놀이 할줄 알아? 나랑 공기놀이 하자~" 초등학교 때 이력이 나도록 공기놀이를 해봤던 터라 나는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힘을 빼고 게임에 임하리라 마음 먹으며 공기놀이를 시작했다.
"자, 오빠가 먼저 시작한다?" 넓게 산개된 공깃돌을 한 알씩 가볍게 손에 쥐고 1단계를 클리어한 나는 노련하게 다음 단계들을 클리어함으로써 단숨에 5단계에 다다랐는데, 5단계에서 공깃돌 하나를 놓치는 바람에 순서가 재희에게로 넘어갔다. 그런데 웬걸, 재희는 나보다 더 능수능란하게 모든 단계를 클리어하더니 내가 공기놀이를 하던 시절에는 없었던 더 어려운 단계를 설명해주면서 쉬이 그 단계들을 클리어 해나갔다. 나는 입을 쩍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다 이내 내 차례가 다가왔을 때는 실수를 연거푸하기 시작했는데 재희는 그런 내가 많이 답답했는지 자신의 노하우를 하나씩 자신있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럴 때는 손가락을 조금 더 벌리면 공깃돌이 안 떨어져"
"그건 세게 던지면 안되고 뿌리듯이 살살 놔야돼"
처음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재희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나만의 방식을 찾으려 했는데 몇 번의 실패가 거듭되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재희가 알려주는 노하우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그 모든 것을 실행에 옮겼을 때의 효과는 실행에 옮기기 전과는 판이한 결과로 나타났다. 나는 처음엔 이런 경험이 다소 부끄러운 것으로 느껴지다가도 갓 10년의 인생을 산 아이에게도 배울만한 노하우가 있다는 사실에 일종의 경이감을 느끼게 됐고 거기서 더 나아가 Know와 Knowhow의 차이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공기놀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단순히 Know의 영역이었다. 공기놀이의 규칙을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조금 더 잘하는 방법을 체득으로 어렴풋이 익히고 있는 것 따위 말이다. 하지만 재희는 Knowhow를 알고 있었다. 어떻게(how) 하면 공기놀이를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 말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어떻게'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Know는 Knowhow가 될 수 있다. 노하우는 어떤 일을 루틴하게 진행한다고 해서 마냥 자연스레 쌓이는 것이 아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성패의 원인을 정리하고 그것을 토대로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어야 비로소 노하우가 되는 것이다. 남에게 나만의 비결을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바로 이 노하우가 기저에 깔려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동안 계속해서 공기놀이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재희를 보고 있자니, 나는 생각보다 남에게 나만의 노하우랍시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스레 멋쩍은 마음이 들었다. 단순히 남들도 알고 있을만한 것들을 수동적으로 축적하며 살아온 삶이니 뾰족한 수가 따로 마련되었을리 만무하지만 그런 사실을 10살 먹은 아이 앞에서 자각한 터라 허허실실 넘기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모든 일이 나만의 노하우를 가지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살아온 날들을 더듬었을 때 쓸만한 것들 몇 가지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이 생겨났던 것이다.
이런 생각이 고민으로 여겨질 즈음 나는 일종의 다짐을 하게 됐는데, 앞으로 내가 경험하게 될 많은 일들 중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지는 것들은 무조건 Know 이상의 Knowhow를 정립하겠다는 것이 그 다짐의 요체였다. 그래서 누군가 그 일에 대해서 물었을 때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자신있게 노하우를 꺼내들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그것이 바로 나의 전문성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그 다짐의 뒤편에 자리 잡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재희의 말에 충격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재희가 공기놀이에 한해서는 전문가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10살 재희가 만약 공기놀이를 단순히 Know로 알고 있었다면 분명 공기놀이를 못하는 나를 보며 이렇게 얘기 했을 것이다. "오빠, 왜 이렇게 못해? 이게 뭐가 어렵다고~ 바보야? 잘 좀 해봐!"
확실한 것은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전문가 라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