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에 의존하지 않는 삶

나의 가치는 명함을 건네는 것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by 강센느

대학생 시절, 대외활동을 시작한 나는 생애 처음으로 명함이라는 것을 만들게 됐다. 그때의 나는 왠지 어른의 세계에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스스로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찌나 호들갑스럽게 명함을 돌리고 다녔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낯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이니 당시에 명함이라는 물건은 내게 예사롭지 않은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이후로도 나는 제법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여러 명함을 수중에 넣고 다니게 됐고 늘 명함은 나의 존재를 나타내는 신분증이자 나의 가치를 입증하는 증명증같은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직장인이 된 지금도 명함은 비슷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언젠가 지갑에 꽂아둔 명함이 다 소진되어 상대방의 명함만 건네받고 내 명함은 건넬 수 없어 멋쩍게 소속과 이름을 밝혔던 날이 있었다.


명함교환.jpg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명함을 교환하고 서로 인사를 나눈 후에 회의가 진행됐는데 왠지 나만 명함을 건네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이 쓰여 회의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마음이 쓰일만한 일이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마음이 불편했던 걸까 곱씹어 생각해보니 그것은 나의 존재와 능력을 타인에게 확실하게 입증하지 못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됐다. 나는 고작 그 작은 종이가 뭐라고 그것에 그리도 집착하는 걸까 못마땅한 마음이 불쑥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작은 종이가 없이는 내 존재를 확실하게 증명할 자신이 없는 걸까 싶어 내 존재가 애처롭고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명함은 그저 작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더 깊게 본다면 직장, 직급도 마찬가지다. 직장과 직급이 누군가의 가치를 대변해주기도 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아니, 만약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라면 그것이야말로 명함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애처로운 삶이라 할 수 있다. 직장과 직급이 자신의 가치를 평생 증명해줄 것이라 믿는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백세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인간은 한 생애 동안 적어도 7개 이상의 직장을 가진다고 한다. 즉, 평생직장이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자신이 현재 쥐고 있는 명함에 모든 걸 의존한다면 Next step을 밟기가 힘들어진다. 본질은 명함이 아니라 나의 이름 석 자에 있다. 직장과 직급으로 나의 존재를 입증하려 하기보다 나의 이름 석 자로 나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직장명과 직급이 내 이름 앞에 붙지 않아도, 내 이름 석 자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명확한 답을 찾기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남들보다 더 번듯한 직장이라서, 남들보다 더 빠른 승진으로 얻은 직급이라서 그것이 여태 나의 위신을 치켜세워준, 나의 전부였다면 이제는 그 모든 것을 걷어내고 나 자신만의 것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명함에 의존하지 말자. 명함에 집착하지 않아야 더 나은 명함을 손에 쥘 수 있을테니.


작가의 이전글Know와 Knowhow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