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으로의 연결을 꿈꾸다
디지털 광고를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디지털의 호흡에 익숙해졌다. 출근길, 마음 편히 눈을 붙이고 있는 사람들과 휴대폰으로 지난 밤 추가된 가십거리가 없는지를 찾아보는 이들 사이에서 나는 분주하게 RSS에 쌓인 디지털 플랫폼 관련 기사들을 살펴본다. 그렇게 공을 들여 축적한 것들도 다음날이 되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 허탈감을 느끼기도 전에 업데이트되는 내용들을 나는 다시 꾸역꾸역 삼켜낸다.
독서의 호흡은 일주일, 글쓰기의 호흡은 그 이상. 천천히, 그리고 진중했던 지난날의 호흡법이 이제는 아득한 먼 일로 느껴지는 요즘,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져보려 주말이면 갖은 애를 쓰지만 일요일 저녁즈음이면 불안감에 다시 업데이트된 내용들을 뒤적거린다. 분명 예전에 비해 기술이 발달했고 그만큼 시간을 벌었는데 왜 예전보다 시간이 부족한 걸까, 그리고 무언가를 더 많이 보고 축적하는데 왜 매번 돌아서면 쌓인 것이 없는걸까. 허무와 회의감이 번갈아 엄습해오는 날이면 무언가 무기력한 감정들에 몸까지 축축 쳐진다.
상황이 이러니 이제는 변하지 않는 것들을 잡고싶다. 조르바, 데미안, 뫼르소, 고흐, 모차르트.. 인간의 본질을 건드리는 것들. 그리고 사랑, 가족, 행복, 휴식.. 곁에 있지만 곁에 없는 수많은 것들. 그 모든 것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고 싶다. 아무도 나를 뒤쳐졌다고 질책하지 말았으면, 너는 그저 너의 페이스대로 잘 달리고 있는 것이라 토닥여줬으면.
모니터만 보고 있기엔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아 몸이 근질근질거리는 요즘, 그것에 한눈 파는 찰나에도 수없이 업데이트되는 디지털의 속도감이 괜스레 올가미처럼 느껴진다.
언제쯤이면 시간을 나의 것으로 오롯이 관장할 수 있을까, 조심스레 꿈꿔보는 그날의 모습.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행이구나 싶은 늦은 저녁.
내일도 디지털의 호흡에 맞춰 가뿐 숨을 쉬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라는 마음과 함께 시간은 고요히, 언제나 그랬듯 내일 아침을 향해 꿋꿋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