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신의 한수일까?

이제는 대국을 멈추고 고민해봐야 할 시간

by 강센느

3연패 끝에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첫 승을 거두면서 전세계의 매스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누군가는 알파고가 어떤 연유에서 패배했는지를 밝혀내는데 혈안이 되었고 또 누군가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마치 자신의 일인양 자축했다. 그렇게 쏟아지는 메시지들 속에서 돌연 한 뉴스앵커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꽂혔는데, 이세돌 9단이 첫승을 거둠으로써 인류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는 것이 그가 전하는 내용의 요지였다.



인류의 자존심, 그 워딩에서 나는 짐짓 소름이 돋았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나 들을 법한 대사를 현실세계의 뉴스앵커가 하고 있는 세계, 뉴스앵커는 이세돌 9단의 승리 장면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인류의 희망', '인류의 자존심'과 같은 말들로 인류의 승전보를 알렸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인류의 역사는 집단, 종교, 이념 등에 의해 프레이밍이 늘 거듭되어왔다. 그것은 늘 상이한 양상으로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변함이 없었던 것은 그 주체가 인간이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주체의 한면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컴퓨터다. 인간:컴퓨터 라는 대립양상은 과거 SF영화의 단골소재로나 등장하던 것인데 이제는 버젓이 뉴스에 나오고 있다. 사람들 대부분이 하나의 이벤트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서는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3차 산업혁명을 넘어 이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일지도 모를 알파고 사건은 인류의 기술력이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알려준다는 측면에서는 자축할만한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2차, 3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리 학습된 불안감이 함께 떠오른다. 나의 자리를 컴퓨터가 대체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말이다.


사실 이러한 불안감은 알파고가 수면 위로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즉 ICBM으로 일컬어지는 것들이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하던 그때부터 언젠가 이것들이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류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예측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ICBM이 눈부실만큼 빠른 성장을 했음에도 그간 인간이 위기감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은 이 모든 기술이 인간의 push가 있어야 작동이 되는 기술이었기 때문인데, 인공지능이 ICBM과 합쳐지게 된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지게 된다.


나도 모르는 나의 생활패턴을 ICBM이 더 정밀하게 파악하여 내가 요구하기 전에 서비스를 먼저 제공해준다. 나의 가족이나 친구보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더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 하며 그 누구보다 나에 대해서 잘 안다(이해한다는 표현이 맞을까?). 장기간의 경험을 축적하여 남들보다 더 나은 직감을 가지고 조언을 해주던 전문가들은 빅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추출해내는 인공지능 컴퓨터 앞에 무릎을 꿇고, 인간의 실수로 발생하던 일들의 경우의 수가 줄어들어 보험(ex.교통사고)과 같은 산업이 몰락하게 된다. 이밖에도 인간의 실수가 번번히 일어나던 영역, 인간의 물리적 한계로 더 나은 생산성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영역 등을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윤택한 삶이라는 미명 아래 인류의 파이가 한곳으로 독점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ICBM의 신기술이 개발되었을 때는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고 자축하던 사람들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보면서는 인공지능 컴퓨터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고 자축하지 않고 이세돌 9단이 승리하기를 마음 졸이며 보는 이유는 아마 이런 위기의식이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알파고는 신의 한수일까? 아니면 무리수일까? 이제 잠깐 대국을 멈추고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