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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당 Dec 31. 2022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일까 (3)

내 인생에 스타트업을 가는 날이 올 줄이야.

2편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일까 (2)>

https://brunch.co.kr/@sense-it/27






프랜차이즈 기업 마케팅팀 대리 (2020~2021)


다시 생각해도 참 어이없었다. 보도자료 쓰는 거 하나로 재입사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게 어딨어요. (솔직히, 방송가를 거친 작가들이라면... 보도자료는 이골이 날 정도로 숱하게 썼기 때문에 다들 기본은 충분히 해내고도 남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운영하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보도자료라면, 중요하게 여기긴 할 것 같다. 외부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하고 싶을 때, (매장을 운영한다면) 좋은 자리목에 입점하고 싶을 때, 가맹점을 더 늘리고 싶을 때 등 유리한 이점을 만들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이 보도자료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내가 배정받은 브랜드는 프랜차이즈로 운영 중인 키즈카페였다.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도 운영하고 있긴 하나, 어린이 유튜브 콘텐츠 제작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키즈카페 쪽이 조금 더 수월하고 나을 것이라면서. 때마침 담당자의 자리가 비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회사는 요청하는 업무만 맡기지 않는다. 결국엔 회사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는 모두 맡게 되었는데, 브랜드 별로 진행했던 업무를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다.



프랜차이즈 공통 업무

- 브랜드 홍보 보도자료 작성, 커뮤니케이션

- 브랜드 (또는 브랜드 각 지점별) 이벤트 기획, 진행

- 인플루언서 활용 바이럴 마케팅

- SNS 콘텐츠 기획, 제작

    : 전 지점 이벤트 홍보

    : 지점별 운영 이슈 공지

    : SNS 진행 이벤트

    : (프리미엄 디저트, 도넛 브랜드) 신상 제품 출시 홍보

- 브랜드 별 공식 홈페이지 구성 기획, 제작

    : 온라인몰 상품별 상세페이지 기획, 제작

    : 공식 홈페이지 문구 및 카피라이팅 작업

- 브랜드 각 지점별 사용 소모품 발주, 발송

- 브랜드 각 지점별 후기 및 청결상태 관리, 피드백

- 브랜드 각 지점별 요청사항 체크 후 진행 처리

- 브랜드 각 지점별 공지 안내문 제작, 발송


키즈카페 프랜차이즈

- 어린이 매거진 홍보 촬영 정기 진행

- 지점별 운영 지원 (표 발권, 놀이기구 운행 등)

- 지점별 예약 발권 사이트 운영 관리


프리미엄 디저트 프랜차이즈 

- 지점별 네이버 플레이스 정보 관리

- 유튜브 및 방송, 매거진 촬영/협찬 커뮤니케이션, 현장 관리

- 대기업 복지몰 제휴 커뮤니케이션, 운영 관리



주변 지인들이 "안 하는 일이 뭐야?"라고 물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일했었던 그때. 마케팅 팀으로 입사했지만 운영에까지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달렸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브랜드를 더 알리고 싶어서였다. 대중의 인지도가 낮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높은 것도 아닌, 중간 어드메에 웃돌고 있는 브랜드의 위치를 더 올리고 싶었었다. 단기간에 나타날 수 있는 효과는 아니더라도 그간 내가 일해왔던 경험을 살려서 해볼 수 있는 게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시도하고 싶었다.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부딪친 결과, 실패보다는 성공으로, 해내지 못한 것보다 해낸 게 더 많았다. 매장 매출 외에 연간 2000만 원+a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는 협업도 따냈었고. 그리고 나는 이 즐거웠던 경험을 뒤로한 채 이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직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커리어를 통한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기 때문이었다. 할 줄 아는 건 정말 많은데 이걸 왜 하는지, 그 목적을 자꾸만 상실하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돋보이고 싶어서' 하는 건데, 그 무언가가 돋보인다 해서 내가 무엇을 얻는 건지. 그러니까, 나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게 정말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기술이나 스킬이 늘어나는 것도 분명 성장이 맞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성장은 본질적인 의미의 성장이라,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발견하게 된 곳. 과거 내가 이곳에서 발행하는 콘텐츠를 구독하는 구독자였기도 한 곳. 내가 가진 전문성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내가 안고 있는 정체성에 대한 답변을 시원하게 (미지근해도 좋다)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이직에 성공했고, 또 한 번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내가 이직한 곳은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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