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예정일은 한참 남았지만, 언젠가 출산 휴가가 시작되면 당장에 ‘내일부터 회사 안 가는 것’의 상태가 된다.
조금은 싱숭생숭했다. 안 가도 그만인 회사라니. 평소에는 매일매일 회사에 가서 인생의 고락(?)을 견디거나 혹은 경험하거나 하면서 지냈다. 그렇게 생활해 나가는 게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회사를 안 나가도 된다니. 당장 첫날부터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어찌 됐든 남편을 따라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할까? 요가하고, 아침 식사하고, 몸을 씻고. 하지만 그다음은?
평생 회사에 다니다가 정년 퇴임을 하면 사람이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세상에 출근 말고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만약 돈에 구애받지 않고서 ‘할 수 있는 일’ 100가지를 재미 순으로 늘어놓는다면 출퇴근은 뒤에서 두 번째 정도만 차지해도 선방이리라 생각했다. 외국어 공부나 코딩 배우기, 자선 단체에서 봉사하기 등 선택지는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막상 출산 휴가가 다가오니 막막했다. 뭐부터 해야 하나……. 게다가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부터는 이런 고민을 할 겨를조차 없겠지? 1시간 자고 1시간 깨어 있는, 하루 12교대 근무를 서야 한다는데. 아무래도 사람은 감옥에서는 사색할 수 있지만 전쟁터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
어쩌면 ‘돈에 구애받지 않고서’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평생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휴직 기간이 끝나면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시한부 휴가 같은 기간으로 느껴져서? 하긴, 따지고 보면 몸도 불편하니까 유럽 한 달 살기 같은 많은 일들도 아예 선택지에서 싹 빠져야 했다.
그래도 휴직이라니. 근 10년을 일하고 처음으로 맞는 시간이다. 학생 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방학이 회사 입사하고는 자연스럽게 쓱 사라졌는데, 그런대로 또 자연스레 적응해서 지내왔다는 것도 지금 보니 신기하기도 하다.어찌 보면 55세(혹은 60세?)가 되기 전에 한 번 겪어보는 셈이니 다행일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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