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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면 구름 너머에서 만나요

by 구의동 에밀리

사각사각.

나뭇잎 밟는 소리만 들렸다. 리에나는 머리 위까지 뒤집어 쓴 모포의 앞섶을 움켜쥐었다.

어느덧 이슬이 숲속에 스며들고 있었다. 안개는 더욱 짙어져서 한낮의 햇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브!"

떨리는 목소리로 리에나는 다시 외쳤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안개 짙은 숲 속에서는 언제든 마물이 튀어나올 수 있었다. 작은 슬라임은 귀엽더라도, 이렇게 혼자 떨어져 걷는 도중에 늑대형 마물이라도 나타난다면 난처한 상황이었다.

빗방울은 보이지도 않는데, 어디선가부터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먼 숲속으로부터 구름이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사르르륵, 수북이 쌓인 낙엽 때문에 빗소리가 더 잘 들려왔다.

빗소리는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다가오려다가 멀어지는 파도처럼. 숲 속에는 오로지 리에나의 낙엽 밟는 소리와 빗소리 뿐이었다.

"...!"

그 때, 안개 저 편에서부터 희미한 형체가 보였다. 사람 키만한 무언가가. 그렇지만 사람이라기에는 뭔가 어색해 보이는.

'이럴 때 조브가 있었으면...'

소용 없는 일이었다. 자칫하면 위험하니까, 꼭 필요한 양 만큼만 버섯을 채취하고 돌아오라던 조브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호기심에 다람쥐를 좇아 숲 속 깊이 들어가지도 않았을 테고.

형체는 이상한 움직임으로 다가왔다. 마치 어린아이가 땅따먹기를 하려고 고심 끝에 한 발 뛰기를 하듯이, 통 통 튀면서.

사람은 아니었다. 다행히 마물도 아니었다. 다만 사람 키만한 나무 작대기였다. 끝부분에는 불도 안 켜진 초롱을 매단.

전혀 위협적이지 않아 보이는 걸음걸이에, 리에나는 그만 다람쥐를 좇던 때의 눈이 되어서 그대로 나무기둥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봤다. 통, 통.

어느새 작대기는 리에나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 걸음으로, 안개 속에서 나타나서는. 그리고 리에나에게 초롱을 가까이 내었다.

순간 온화한 색의 불이 초롱 안에서 타오르면서 리에나의 얼굴을 비추었다.

"아가..."

불이 말을 건 것인가? 리에나는 신기하다는 표정이 되어서 초롱을 바라봤다.

"너를 오래 기다렸단다..."

'나를...?'

의문을 가질 시간도 없이, 초롱 속 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환하게 빛을 발했다.

어느 집의 아늑한 거실. 안개는 온데간데 없었다.

한 꼬마가 카펫 위에 앉아 블록 놀이를 하고 있었다.

"저건..."

리에나가 나지막히 말했다.

"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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