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마지막 주 입니다, 라고 첫 줄이 적혔다.
무의식이 시작부터 말썽이다.
2020년의 마지막 주 입니다,
라며 시계를 보니 이틀이 남았다.
다들 올 한 해 어떠셨나요?
라는 안부인사가 참 새로운 연말.
관계 속의 진심이
더욱 잘 드러났던 한 해.
사람이 더욱 소중해졌고,
놓치고 있던 것들이 더욱 잘 보였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새해가 되었다는 핑계로 요란해지진 말아야지.
어차피 나의 엔진은 구식이다.
너무 별로였고, 너무 괜찮았다.
이게 나의 2020년 한줄평.
중간이 없어 다행이라는
건강함이 아직 있어 다행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덕분에 해야할 것 또한 더욱 또렷해졌다.
2011년,
원대한 꿈을 안고 증권맨이 되었을 때
나는 우주의 기운을 모아 비전 2020을 수립했다.
"2020년 20억"
2020년을 이틀 남긴 오늘,
나를 지지해주는 마통을 보며
비전달성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해 본다.
그럼에도 웃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비전이 그 자리를 채워준 덕분.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분명해지니
결정이 쉽고 조급함이 사라졌다.
너무도 짧은 한 해 였지만
목표한 것을 이뤄냈고(이뤄졌고)
이제 그 뒤에 숨어있던 일들이 시야에 잡힌다.
다시,
일을 벌여보자.
상당히 기똥차고 똘끼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