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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유시인 Mar 18. 2023

[스즈메의 문단속] - '잃어버린 공간에 대한 슬픔'

 

 우리는 어린시절부터 많은 공간에서 추억을 쌓아간다. 집, 학교, 놀이터, 공원 등 소중한 추억들은 시간을 지나 공간과 행동을 기억한다. 자라면서 쌓아온 공간에 대한 추억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잃어버린 공간에대한 슬픔을 표현하고 추억을 회상하는 신카이마코도 감독님의 신작 애니메이션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서 어린시절의 엄마를잃은 아픔이 있지만 이모와함께 살고있는 스즈메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폐허가 된 공간의 문을 찾고있는 소타를 만나서 마을을 재난의 위기에서 구해내고 또 다른 재난을 구해내고자 저주에걸린 소타와함께 일본각지의 재난지역을 찾아나서는 애니메이션이다.

 지리학에서는 지표상에서 일어나는 자연 및 인문현상을 지역적 관점에서 공간에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인만큼 인간이 살고있는 공간에대해서 공부를한다. 역사학이 시계열적으로 시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지리학은 인간과 연관이 있는 공간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개인적으로 지리를 전공해서인지 스즈메의 문단속은 더 느끼는게 많았던 것 같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나오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오는 문은 어떠한 공간을 시작하는 곳이다. 그리고, 스즈메의 어릴 적 추억이며 소타가 저주에 걸려버린 의자는 그러한 공간을 채우는 가구인데, 우리가 집을 살 때 거실에두는 소파와 TV부터 공간구성을 하듯이 의자는 어떠한 공간을 채우는 중요한 가구로써, 공간적으로도 문과 의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크게 에히메 - 고베 - 도쿄 - 후쿠시마라는 공간들이 등장하는데, 이 공간들은 영화속에서는 미미즈가 등장해서 스즈메와 소타가 고양이 다이진을 만나고 미미즈를 물리친 장소이지만 실제로 2011년 3월11일 동일본 지진과 연관이 있고 아픔을 겪은 공간들이다. 아마베 민박에서는 학교에 대한 추억회상을, 고베 스낵바 하버에서는 놀이공원 등 놀이문화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도쿄터널에서는 교통수단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마지막 스즈메의 고향 후쿠시마에서는 3.11 동일본 지진에 대한 아픔을 어루만지고 잃어버렸던 엄마에대한 추억을 회상한다.  

 스즈메가 동갑내기 친구 치카를 만난 에히메는 예전에 산사태가 크게났던 장소이고, 스낵바 하버를 운영중인 루미를 만나서 방문한 고베는 1995년 1월17일 규모7.3의 대지진이 크게 일어났던 장소이며, 이는 3.11 대지진 이전 일본에서 일어났던 가장 큰 지진으로 사망자 6300명에 피해액수만 1000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낳기도 했다. 도쿄 지하철터널은 1995년 3월20일 오전8시 독가스 살포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충격의 공간이기도 하며, 마지막으로 스즈메의 고향 후쿠시마는 2011년 3월11일 14시50분에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전 세계 네번째로 큰 대지진이 발생한 곳으로써, 2만2000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낳았고, 아직까지도 3800여명은 피난생활을 하고있을 정도로 큰 피해를 낳았던 대지진이다.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초기작품인 별의목소리, 초속5센티, 구름의저편, 약속의 장소 등에서는 자연현상에 대한 아름다움과 남녀간의 사랑을 주로 표현했으나 2011년3월11일 이 후 선보인 너의이름은, 날씨의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에서는 동일본 지진으로 잃어버린 아픔과 시간을 추억하며, 이를 위로하는 애니메이션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너의이름은이 남녀간의 사랑과 재난을 막고싶었던 주술적인 바람을 표현했다면 날씨의아이 에서는 좀 더 담담하게 재난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표현했으며,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으로 인한 희생자들의 위로와 재난으로 엄마를 잃은 주인공의 내면성장 등을 표현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을 중요시 했는데, 우리나라의 국보1호와 보물1호가 문이라는것을 봐도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양에서 문이가지는 의미는 중요한 것 같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단순히 문을 열어서 미미즈를 물리치는 애니는 아니다. 어쩌면 재해재난으로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람들 마음의 문을 여는 애니메이션일지도 모르겠다.


 사고로 다치게된 후 생겨난 상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어느정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재해재난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일상이 무너져 버린것에 대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특히,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공간에 대한 상처는 더욱 더 그런 것 같다. 일본에서 동일본 지진은 너무나 많은 상처를 남겼고, 아직까지도 잘 치유가 되지 않고있다. 그리고,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라는 강력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겪었고 이제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끝이났지만 경제후유증으로 마음의 상처를안고 살고있다. 아픔과 상처는 나 혼자만 가지고 있는것은 아니다. 다소 시간은 걸릴지라도 좋았던 시절의 공간에 대한 추억을 통해서 아픔을 잊고 내일을 살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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