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지않은위로

대만여행기 2

by 글은



처음에는 이 건물들이 단정하지 않아 보였다. 오래된 외관은 단정하지 않았고, 여기저기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다. 벽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낙서가 뒤덮여 있었고, 전선들은 마구잡이로 튀어나와 있었다. 초인종과 우편함 위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여 있었다.


건물 1층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그 공간이 자연스럽게 인도가 되었다. 낮은 천장을 지나며 걷다 보면 햇빛은 잘 보이지 않고, 어둡고 축축한 인도만 눈앞에 나타났다. 밤이 되면 붉게 깜빡이는 전광판이 약간은 섬뜩한 분위기로 나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길을 걷는 내내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아늑함이 내 몸을 감싸는 듯했다. 왜일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었지만, 큰소리로 떠들지는 않았다. 지하철 안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좁은 카페에서 자리가 없으면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주거나, 의자가 필요하면 기꺼이 내어주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의 행동은 나에게 무해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문득, 이 공간의 구성이 마음 한구석을 떠올리게 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리되지 않은 내면의 조각들처럼 느껴졌다. 어수선한 짐들을 이곳저곳에 풀어놓았지만,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아 꽁꽁 숨겨둔 모습. 어쩌면 그게 가장 나다운 모습일 텐데, 부끄럽다는 이유로 가려버린 그런 부분들을 이 공간은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듯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 한구석이 괜히 저릿해졌다. 이곳 사람들의 순수함과 친절함은, 외관이 지저분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가꾸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주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나에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도 부끄러운 게 아니야. 진짜 너의 모습이 중요해.”


나는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외적인 모습만 가꾸느라 내면은 놓쳐버린 적이 없었을까? 남들에게 깔끔해 보이고 싶어 노력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챙기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나는 조용히 나 자신과 마주했다. 이 낡고 어수선한 공간은 나에게 너무도 당연했던 기준을 뒤흔들어 놓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나다운 모습 그대로 살아가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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