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남기는것에 대하여

대만여행기 3

by 글은

새로운 장소를 걸으며 공기를 마시고,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소리와 향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런 경험이야말로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오롯이 남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늘 여행을 떠날 때, 사진보다는 그 순간을 온전히 체험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차 그 믿음이 완전히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를 꺼내 들고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을 보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앞에 펼쳐진 순간을 그대로 느끼는 것인데, 왜 그들이 그 순간을 사진 속에 갇히게 만들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진을 찍는 대신 그곳에서 직접 경험하고, 감동하고, 기억을 간직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내가 놓친 순간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표정, 거리의 분위기, 자연의 색깔과 소리 등, 그 모든 것을 온전히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종종 그때의 기억들이 희미해지고, 세부적인 감정들이 잊혀진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때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사진이 그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 속에서 나는 그때의 감정과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었다. 그 순간을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했더라도, 사진을 통해 내가 놓쳤던 느낌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그들은 여행의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자 하는 마음에서, 그 감정들을 기록하려는 것이다. 사진은 그들이 경험한 시간과 감정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이제 나는 사진이 여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사진은 그 경험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내가 그때 느꼈던 모든 감정을 사진 속에서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여행의 의미를 더 깊게 해주는 일이다. 이제 나는 사진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여행을 더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부분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문득 의문이 든다. 그 모든 순간들이 정말 사진에만 담겨야 할까? 사진 속에 담긴 여행의 일부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 내가 느꼈던 작은 떨림이나 마음 속 깊은 울림은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걸까? 어쩌면 사진 속의 여행이 아니라, 그 여행을 떠나기 전, 떠나고 나서, 혹은 그 여행이 내 마음에 남아 있을 때가 진정한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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