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기 4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는 Hobe Time라는 이름의 블렌드였다. 메뉴에 적힌 설명을 읽고, 그 커피가 단수이와 홍마오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만에 커피를 처음 소개한 네덜란드의 영향을 받은 이 블렌드는 중앙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의 다양한 커피 원두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졌다고 했다. 과연 홍마오청과 단수이를 어떻게 맛으로 풀어냈을따? 궁금증이 생겼다.
첫 모금을 마시며, 커피의 처음 맛에서 느껴진 것은 약간의 씁쓸함이었다. 그 씁쓸함은 단수이의 오래된 역사처럼, 수백 년의 시간을 거친 변화와 고난을 떠올리게 했다. 단수이, 이 작은 마을은 17세기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충돌 속에서, 그리고 여러 나라들의 정치적 영향을 받으며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커피의 씁쓸한 첫맛은 이 모든 과거의 흔적들을 닮은 듯했다. 마치 단수이가 겪어온 수많은 시대와 이야기를 한 모금에 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 씁쓸함 뒤에는 예상치 못한 꽃향기와 과일향이 부드럽게 피어났다. 그것은 단수이의 오늘을 닮았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바다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사 먹으며 하루를 즐기고 있었으며, 저글링을 하는 소년들처럼 이 커피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단수이의 생동감 넘치는 풍경이 이 커피의 향기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 꽃향기와 과일향은 단수이의 활기찬 오늘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커피는 마지막에 달콤함을 남기며 끝을 맺었다. 그 달콤함은 단수이가 가지고 있는 우아함을 느끼게 했다. 홍마오청의 아홉 깃발이 떠오른다. 이곳은 300여 년의 세월을 지나며, 여러 나라들의 손길을 받았지만 여전히 그 고유한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다. 커피의 달콤한 끝맛은 단수이가 가진 그 깊은 역사의 한 부분처럼, 그 오랜 세월을 지나온 뒤에도 여전히 그 우아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닮아 있었다.
단수이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은 단순히 커피 한 잔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이 마을의 과거와 현재, 씁쓸함과 달콤함이 모두 담겨 있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나는 단수이의 역사와 사람들,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운처럼, 단수이는 그 오랜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