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각을 감각하는 법

서촌여행기 3

by 글은

전시장을 걸었다.

사람은 많았고, 조명은 밝았고, 작품은 거대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잘 만들었네.’


론 뮤익의 작품은 사람의 형상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한다. 주름, 손톱, 털 하나까지 세밀하게 복제된 얼굴들. 하지만 그 얼굴들은 하나같이 우울해보였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하지만 끝내 침묵하는 표정,

어딘가를 응시하면서도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눈동자.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짚이지 않았지만,

그 분위기에는 분명히 불안이 깔려 있었다.


내용은 어렴풋이 알겠는데, 마음은 따라가지 않았다.

무엇을 느껴야 하는 걸까.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잠시 멈췄다.

느끼긴 했지만, 감정의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예술은 반드시 감정을 일으켜야 한다는 내 기대가

이 앞에선 통하지 않았다는 걸.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방식.

어쩌면 그것이 이 전시가 선택한 감상의 형태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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