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제일 좋아하는 기사는 장정일의 독서일기다. 이번 vol.709호에는 <시 각본집>을 소개하면서 서브 플롯에 대해 설명했다. 좋은 영화는 언제나 영화의 줄거리를 이루는 메인 플롯 외에 주변 인물에 대한 서브 플롯이 존재하는데, 사실 영화를 정말 깊이있게 끌고 가는 것은 서브 플롯이라고 한다. 서브 플롯에는 주인공이 주변 인물과 얽힌 사생활처럼 '내적인 삶'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조건이 있다. 서브 플롯이 주인공의 내면을 풍부하게 다루고, 극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시너지를 내려면 반드시 메인 플롯과 합치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이 만나는 순간, 이야기의 힘이 폭발한다.
읽으면서 웹소설을 쓰는 나의 고민이 겹쳐졌다. 웹소설은 과도할 정도로 이야기의 비중을 주인공에게 몰빵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이 딴소리한다면서 떠나버린다. 서브플롯을 넣기가 대단히 힘든 구조다. 그렇다고 서브플롯이 전혀 없으면 이야기는 지나치게 단순해지고,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지루해진다.
내가 <NBA 만렙 가드>를 쓰면서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쓴 것은 독자가 주인공의 이야기에 가장 몰입하기 쉬운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쓸 때도 주인공 이외의 이야기를 하기 대단히 어려워졌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내가 딴소리하는 걸 원천적으로 차단해주었다.
웹소설은 사실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들면서 쓰는 소설이 흔한데, 나는 하나의 시점을 고수하고 싶었다. (아직 종이책의 먹물이 다 빠지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마이클 이야기만 나왔고, 계속 농구만 하다 끝났다. 그는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해 농구에 한이 맺혔던 인물이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주인공의 사생활을 적절히 펼쳐낼 만큼 역량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웹소설 안에서 주인공의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어떻게 서브 플롯을 배치할 수 있을까? 보통 3~5회 정도로 이어지는 하나의 에피소드 전체를 서브플롯으로 쓰기에는 웹소설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다면 에피소드가 조금 길어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에피소드 안에 서브 플롯을 담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매회 재미를 놓치지 않아야 하고, 에피소드 안에서 서브 플롯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독자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지만 웹소설이 계속 발전하다 보면 분명 언젠가는 이런 한계를 돌파하는 지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