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시내가 방사 후에 잘 지내는 모습을 한동안 보여주다 사라진 반면, 노을이는 방사 직후부터 밥자리에서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몸을 추스르느라 조금 숨어있겠거니 했지만, 일주일을 기다려도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 꽤 무거워졌다. 우리는 매일 시간대를 달리 해가며 노을이를 찾아 아파트 단지를 돌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며칠이었을까. 비가 진하게 내리던 어느 날 밤이었다. 진과 나는 우산을 나눠 쓰고 우리가 잘 가지 않던 다른 동 분리수거장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쓰레기봉투에 비 닿는 소리가 유난히 처연하게 들렸다. 그때 건너편 화단 처마 아래에서 낮게 앉아 비를 피하고 있는 동그란 생명이 보였다. 노을이였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숨을 몰아쉬는 노란빛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전보다 조금 더 마른 듯했지만, 꺼내 준 사료와 습식을 노을이는 꿋꿋하게 받아먹었다. 그게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아직 이렇게 근처에 있어준 것도, 잘못되지 않고 살아남아 준 것도 너무 고마웠다. 경계심이 전보다 심해 보여 가까이서 상태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노을이는 우리가 준 밥을 끝까지 먹었다. 일단 그걸로 됐다고, 됐다고. 우리는 연신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후로도 노을이는 예전 정원 밥자리까지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진은 새로운 밥자리를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노을이를 다시 만났던 곳 근처에 작은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노을이는 그곳에서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었고, 나중에는 정원 자리도 다시 오가기 시작했다. 노을이를 특별히 챙겨주던 다른 캣맘님과 진의 극진한 케어를 받으며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올랐다. 구내염 때문에 그루밍을 못해서 뻣뻣하게 굳어있던 털도 이제는 윤기가 좔좔 흘러,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뚱냥이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노을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새로 놓은 밥자리 옆 정원에서 단짝 치즈 고양이랑 비비적대는 모습을 우리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꽁냥대는 모양으로 봤을 때 이번에 알게 된 게 아니라 예전부터 같이 지내던 고양이가 틀림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볼품없이 야윈 모습에 별로 가진 게 없는 고양이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노을이는 할 거 다 하고 있을 거 다 있는 아이였던 거다. 그걸 보며 우리가 얼마나 바보처럼 웃었는지.
아무리 고양이 뒤를 쫓아 다녀도 아직 우리는 고양이에 관해 참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노을이는 왜 단짝인 치즈고양이를 두고 정원에서 지내고 있었던 걸까? 처음 만났을 때 시내와 노을이만 따로 있었던 건 몸이 약해져 영역에서 밀려났기 때문이었까? 시내는 왜 그렇게 갑자기 사라진 걸까? 우리의 개입으로 잠시라도 편안했을까? 아니면 괜한 고생을 시킨 걸까?
길고양이의 사정을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아이들의 삶에 끼어든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간단하지가 않다. 어찌 됐든 자기 영역을 만들어 지내고 있는 그들의 생명과 안전에 인위적으로 변수를 만드는 일이니까. 아무리 고양이를 위한 치료와 중성화라고 하지만 혹시 잘못되지는 않을지. 그 자리에서 다시 잘 지내는 걸 보기 전까지는 마음이 안 놓인다고 진은 여러 번 토로했다.
그래도, ‘그래도’라고 말하고 싶다. 시내도 사라지기 전까지 편하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노을이도 몰라보게 생기를 되찾았다. 멈춰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누군가는 ‘힘들게 왜 저렇게까지’라고 생각하며 머뭇거릴 때, 용기를 내 한 발 더 움직인 진이 있었기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진의 곁에는 나뿐만 아니라 함께 걸음을 내어주었던 다른 여러 캣맘분들이 있었다. 작은 걸음이 조금씩 길을 만든다.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