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아무래도 너무 성급했던 것 같아.”
막상 시내와 노을이의 이빨을 모두 뽑아놓고 나서야, 전발치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양이에게 이빨은 밥을 먹을 때만이 아니라, 영역을 지키는 데 있어 필수적인 도구다. 안 그래도 몸이 아픈 시내와 노을이가 이빨 하나 없이 괜찮을까. 아직 우리는 정원 주변에 다른 고양이들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던 때였다. 밥자리에서 영역다툼으로 다치거나 아예 쫒겨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수술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 앞에 놓인 수많은 변수들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 그것이 우릴 불안하게 했다.
병원에서는 시내가 우리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고양이일 거라고 했다. 그리고 만성신부전은 길거리 노령묘의 30~40%가 앓고 있다고도 덧붙여주었다.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릴 수 없는 기관이기에 더 다루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도.
그 말을 들은 시점에 나는 모든 것을 놓았던 것 같다. 어쩔 수 없구나.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솔절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히리가 생각나기도 했다. 하지만 진은 아니었다.
진은 시내를 바로 방사하지 않고 입원이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별다른 처치를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 그대로 아이를 방사하면 당장이라도 잘못 될까 두려웠던 것 같다. 이틀 정도 입원하면서 아이의 컨디션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처치를 해주었다.
다시 아이를 이동장에 넣어 나오던 날에도 진은 시내를 바로 풀어주지 않고 처음 만났던 화단에 잠시 함께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 병원에서는 잔뜩 긴장해서 사람이 없을 때만 조금씩 밥을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날 화단에서 진이 이동장에 사료를 넣어주자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마치 길로 돌아가기 전에 든든히 먹어두어야겠다고 다짐이라도 한 듯이. 그리고 문을 열어준 뒤에도 바로 뛰어가지 않고 주변을 한바퀴 돌아 천천히 사라졌다.
그 날 이후 시내는 바로 정원 밥자리로 복귀했다. 우려와는 달리 밥자리에 예전보다 더 규칙적으로 나타났고, 더 오래 머물었다. 꼭 같은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서 우리가 오고 가는 것을 다 지켜봤다. 처음 만났을 때는 우리가 움직이기만 해도 멀리 도망가는 아주 예민한 아이라고만 생각했다. 구내염으로 인한 통증이 아이를 더 움츠러들게 만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눈에 띄게 밥도 잘 먹고 얼굴도 예뻐지더니 언젠가부터는 우리가 나타나면 꿈뻑 눈인사도 곧잘 해주었다.
생각보다 훨씬 적응을 잘 해주는 시내를 보면서 나는 -아마도 우리는- 안심했다. 안심이 방심으로 바뀌는 데에 두어 달 즈음이 흘렀고, 어느 날 시내는 사라졌다. 그냥 사라졌다. 처음 한 달 안 보일 때까지도 진은 시내가 돌아와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시내가 있던 자리에 고양이 모습이 어른거린다고 그 자리에 밥을 따로 주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를 돌며 경비원분들에게 시내를 본 적 있는지도 물으며 다녔다. 하지만 어디에도 시내의 흔적은 없었다.
처음 시한부 선고를 받을 때 들었던 기한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부쩍 건강이 좋아졌던 최근의 모습을 생각하면 잘 있을 거란 기대도 내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내는 어디로 갔을까. 그 언젠가 시내가 해주었던 눈인사가 작별인사였을까. 어디에 있든 몸 편히 마음 편히 지내라고 우리도 마지막 인사로 답해주지 못했던 게 오래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