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캣맘 커플의 캣-돌봄 이야기 <서터릿 캣 Street Cat>
첫 TNR을 통해 돌보던 고양이들을 병원으로 보내고, 진과 나는 약간 얼이 나간 채 하루를 보냈다. 중요한 물건을 집에 두고 나온 것처럼 허전한 마음으로 고양이들이 떠난 정원을 서성였다. 나는 애써 ‘잘했어, 잘했어’ 하고 진을 북돋았지만, 진의 옅은 미소가 얼굴 전체로 번지지는 못했다. 해야한다고 믿는 일을 절차에 맞게, 그리고 안전하게 치뤄냈는데 그 불안은 어디서 오는 것이었을까. 준비 없이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을 맡긴 지 24시간이 되어갈 무렵, 성적표가 도착했다.
이야기인즉, 일단 시내는 이미 중성화가 돼있는 아이라는 것이었다. 경험이 적었던 우리가 다소 작았던 시내의 귀 커팅을 알아보지 못 했던 것이다. 귀 커팅은 길고양이의 중성화 여부 확인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그것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가슴을 칠 만큼 답답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당시 우리의 수준이었다.
물론 시내는 구내염 전발치 수술도 함께 받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포획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내와 노을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구내염 증상이 심했고, 한달 정도 약을 먹이려 노력하는 동안 별 차도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어떻든 수술이 필요했다.
문제는 더 있었다. 발치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 시내가 만성신부전이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길고양이는 가까이서 꾸준히 관리해주기 어려운 만큼, 아마 3개월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한부 선고였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달받고 흐릿한 눈으로 진이 고백했다. 포획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수술과 방사는 어떤 과정인지, 길고양이가 걸릴 수 있는 질병은 어떤 게 있는지, 그것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구조와 수술, 방사에 이르는 이 모든 경험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든 면에서 우리는 너무 생각이 없었다. 단지 중성화 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금방 발정과 출산으로 고생할 것이고, 주민들에게 민원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명분을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TNR은 길고양에 세계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일이다. 하지만 수술을 받으러 가는 길고양이 각자에게는 언제나 처음 겪는 일일 것이다. 포획틀에 잡히는 경험, 동물병원이라는 낯선 공간, 마취와 수술, 달라진 몸 상태로 방사되는 것까지. 아무리 길 생활의 고단함을 겪어오던 아이들이라지만,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지치고 무서울까.
추가로 대처가 필요했던 시내를 제외하고, 초울이와 노을이는 중성화와 전발치 수술을 마치고 무사히 방사되었다. 절차에 대해서도 잘 모른 채 아무 고민 없이 일을 저질렀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진다. 귀 커팅도 구별 못하는 초보 캣맘, 캣대디였던 우리가 무슨 담으로 전발치 수술까지 계획했던 걸까? 무식해서 용감했다는 말이 딱 어울릴 상황이었다.
우리가 첫 TNR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TNR은 글자 그대로 포획으로 시작해 방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포획 이전에는 아이들의 건강 상태가 괜찮은지, 돌아와서 금방 다시 편하게 지낼 만큼 거처가 안정적인지 살펴야 한다. 방사 이후에는 수술 후유증이 없는지, 그사이 다른 고양이에게 영역을 뺏기거나 포획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지는 않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밥자리가 중요하다. 안심하고 정기적으로 밥을 먹는 자리여야 포획도 안전하게 할 수 있고, 방사 이후에 고양이의 건강 상태와 적응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중성화를 하기도 어렵고, 하더라도 위험한 일이 된다. 사람과의 공존을 위해 본성의 일부를 내어놓는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그런 밥자리 한 켠을 내어주는 것 정도는 인간사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몫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것을 뼈아프게 배웠다. 그리고 이제 노을이와 시내를 잘 지켜봐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