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정체감과 무력감 속에서도 차마 나마저 나를 포기할 수 없기에 버티고 있는 내겐 동만이가 산 위에 올라가서 자기의 이름을 외쳐부르는 소리가 더 큰 메아리로 울린다. "동만아~~~ 황동만~~~". 내가 나의 이름을 저렇게 목놓아 부른 적이 있던가? 너무나 쪼그라들어서 내 귀에도 안들릴 정도로 기어들어가는 혼잣말이 되어버린 내 이름...
"내 인생이 왜 네 마음에 들어야하는데요?" 찌질한 쩌리의 발악 끝에 동만은 잠시 날았지만 자기 시나리오를 밟고 미끄러져 엎어지며 허무한 허당으로 끝나는듯 했다. 짓밟히고 찢겨진 대본의 표지가 웃기기보다 아팠다. 물휴지로 닦고 테이프로 붙여봤자 이미 누더기인 내 인생의 시나리오처럼...
그러나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 개무시해도 자신을 추스리고 다시 일어선 그의 일갈은 내 가슴을 뻥 뚫어주었다. "난 내 무가치함의 끝에서 빛나는 진실을 건져올릴꺼야. 나의 빛나는 스토리를 기대해라."
동만이를 응원하는 것은 곧 나를 응원하는 것이다. 나도 나의 무가치함과 끝까지 싸워나가며 빛나는 결말을 만들어낼 것을 기대한다.
나조차 싫어지는 나의 모습에 한없이 쪼그라들 때 은아에게 나눠준 처방전처럼 길 바닦에 떨어진 500원짜리 동전이라도 줍는 작은 성공을 만들어가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본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그 지점부터 달리기 시작한다. 매일 매일 작은 기록경신의 행복을 위하여 계단을 오르고, 저울 위에 오르며, 배송 오더 하나라도 더 수행하며 차비와 밥값이라도 벌며 움직인다.
동만이에게 그랬듯이 악마는 내게 속삭인다. "너는 존재가치가 없어!" 너무 팩폭이라 들을 때마다 야금야금 위축되고 무너지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를 다독이며 버텨본다. 나 아직 안죽었어. 나 아직 안끝났다구...
나의 존재가치는 말로써 입증되는 것도 아니고 애써 정신승리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니, 바라건대 만져지는 숫자로 입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 결론을 보기 전에 내가 먼저 죽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날 나 스스로에게 "나 나한테 반한 것 같다. 나 이 새끼 너무 좋아!" 할 수 있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나를 위한 드라마이다. 이런 작품을 쓴 작가와 연출해낸 감독, 완벽하게 연기해낸 배우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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