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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사수 Mar 22. 2024

토박이에게도 로컬 커뮤니티가 필요한 이유

서울 밖 사수 인터뷰| 강릉 청년 커뮤니티 <솔방울들> 운영진 고미(2)

에디터 승선의 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토박이의 삶이 그런 것 같다. 대도시는 내가 변하지 않아도 환경이 열심히 변하니 비교적 낫지만, 큰 변화가 없는 도시에 사는 토박이는 가만한 날들을 살게 된다. 늘 만나던 친구와 늘 가던 길을 걷고, 늘 먹던 식당에서 먹는다. 강릉 토박이 고미의 삶은 그렇지 않다. 새 친구들과 함께 흥미로운 일상을 보낸다. 토박이에게도 지역 커뮤니티가 필요한 이유였다.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두 번째 서울 밖 사수 고미'S

강릉 청년 커뮤니티 <솔방울들>

edited by 승선


고미 : 안녕? 솔방울들은 처음이지! 강릉에서 자발적으로 관계와 문화를 만드는 청년모임이야! 청년이라곤 했지만 성인이라면 누구든지,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어. 우리는 나이를 밝히지 않은 채 평어로 대화하고, 서로 별명으로 불러. 여기에 벌써 강릉 친구들이 100명 넘게 모였어! 



솔방울들은 어떤 곳일까?

솔방울들의 시그니처 포즈 (사진 제공_솔방울들 인스타그램/photo by 유리)


‘솔방울들'의 시작이 궁금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까지 5명의 친구들이 운영하고 있는데요. 3명(고미, 라면, 우디)은 문화기획사에서 같이 일을 했던 동료였어요. 그 문화기획사에서는 ‘강릉 살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거든요. 두 달 동안 강릉의 매력을 알려주겠다는 목적의 프로그램이었는데 1기에서 정착한 친구들 중 2명이 운영진으로 같이 하고 있는데, 이 중에 강릉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2022년 5월을 기점으로 다들 비슷한 시기에 퇴사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5명이 모여서 우리가 강릉도 좋아하고, 기획도 좋아하고, 같이 노는 것도 좋아하니까 작당모의를 해보자! 재밌는 거 하나 만들어보자! 하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러려면 일단 모일 수 있는 사무실이 있어야겠다 해서 사무실을 먼저 구했고요. 모여서 우리에게  중요한 건 뭘까 고민해 보니까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첫 작당모의가 솔방울들이 된 거예요. 강릉의 친구들에게 우리 같은 5명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지역에 남는 이유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솔방울들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어떻게 지어졌는지 궁금해요.


소나무에서 떨어진 솔방울이 바닥에 심겨 다시 솔싹을 틔우잖아요. 우리의 모습도 솔방울들 같아서 모임 이름을 그렇게 정했어요. 강릉에 태어난 사람도, 이주해 온 사람들도 각각 ‘솔방울’이고, 뜻을 함께해 모이면 솔방울’들’이 되는데요. 솔방울들은 ‘관계 맺기’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들’이 갖는 의미가 특별해요. 



솔방울들에선 어떤 모임에 참여할 수 있을까?

솔방울들 정기모임 포스터 (사진 제공_솔방울들 인스타그램)


솔방울들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시나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반상회비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소모임이 있어요. 반상회는 20-25명 정도 모이고, 달마다 콘셉트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어요. 설날 떡국을 함께 챙겨 먹으며 신년 목표를 계획한다거나, 김장철에 김장을 같이 해보기도 했어요. 


정기모임에 20명 정도 모이다 보니 소수로 만나는 모임을 원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렇게 비정기적인 소모임들이 생겼어요. 소모임은 반상회에 나온 솔방울에 한해서 참여할 수 있는데요. 라이스앤샤인에서 전통주를 마시기도 하고, 산을 하이킹하기도 해요. 그 외에도 삼삼오오 모여서 경포호수 러닝하기도 하고, 낚시를 하기도 해요.


운영비 같은 경우는, 처음엔 운영진들이 돈을 쓰면서 운영했어요. 지금 모임 공간도 운영진끼리 회비 각출해서 임대료를 냈으니까요. 그러다가 우리가 지속적으로 하려면 돈을 버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참여비 정도는 받아야겠다,라고 어렵게 결정하고,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공유했는데 친구들도 흔쾌히 ‘왜 이제 말하냐’, ‘너네 걱정됐어’ 다들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참여비는 받고 있어요.


고미님에게 인상 깊었던 모임은 어떤 모임이었어요?


소모임 중에 ‘행돼건돼'라고 행복한 돼지, 건강한 돼지라고 행복한 돼지의 날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요. 그리고 건강한 돼지의 날에는 경포 호수를 뛰어요. 같이 제철 음식 시켜 먹는 제철 모임도 있어요. 통영에서 굴 시켜서 여기서 먹고, 방어시켜서 먹고, 전통주랑 먹기도 하고 고량주랑 먹기도 하고요. 


솔방울들 소모임 포스터 (사진 제공_솔방울들 인스타그램)


작년 가을에는 가을 운동회를 했어요. 초기부터 생각했던 기획인데 못하고 있던 걸, 참여자 친구들이 가을 됐으니까 가을 운동회로 다 모이면 재밌겠다 얘기를 꺼내줘서 진행됐는데요. 경포공원에서 흑팀, 백팀 나누고 가급적 신체 조건과 영향이 없는 종목들로, 경쟁보다는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종목으로 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솔방울들 체육대회 (사진 제공_고미)


토박이는 지역 학교를 다녔고, 가족들도 있고, 친구의 친구들도 있잖아요. 그런 토박이에게 로컬 커뮤니티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같이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은 거의 다 강릉을 떠났어요. 지역에 남은 친구들이 많이 없다 보니까, 오히려 외부에서 이주해 온 친구들보다 외로울 때도 있더라고요. 살고 있던 지역이니까 가던 곳 가고, 하던 거 하니까 지역이 그다지 재밌지도 않고요. 


강릉에 이주해서 오면 서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고, 새로 알게 되는 지역이니까 다 재밌잖아요. 강릉의 구석구석, 다양한 곳을 자주 돌아다니면서 강릉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나한테는 무디게만 느껴지는 지역이, 이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새롭다는 걸 보면서 강릉에 대한 제 마음도 새로워졌어요.


그런 면이 강릉을 새롭게 보고, 강릉을 강릉이라서 좋아하는 친구들과 같은 커뮤니티에 있을 때의 장점이자 즐거움인 것 같아요. 


솔방울들의 주문진 비치 클린업. 주황색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이 고미 (사진 제공_솔방울들 인스타그램/photo by 유리)



솔방울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솔방울들만의 규칙이 있나요? 


지금은 평어를 쓰는 게 괜찮은 사람이면 돼요. 평어는 예의 있는 반말이라고, ‘승선은 어떻게 생각해?’ 같은 건데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규칙이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를 하고는 있는데, 다행히 지금 솔방울들은 충분히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규칙을 만들면 모임의 성격이나 분위기가 바뀌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고민하고 있어요. 


솔방울들은 5명의 운영진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5명 공동 운영은 어떤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이 있나요?


운영진 친구들이 각자의 분야가 다양해요. 디자이너, 사진작가, 일러스트 작가 등등이요. 목표는 같은데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5명의 의견을 모두 동의하고 맞추는 방식이 운영이나 업무 진행을 더디게 하는 면이 분명 있지만 회의 방식과 대화하는 방식 등 여러 번 워크숍도 진행하며 맞춰가고 있어요.


2024년이 되면서 솔방울들에 새로 생긴 변화가 있나요?


2023년의 운영 목표는 양적팽창이었어요. 새로운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건 아무래도 결심이 필요하니까, 솔방울들에 관심이 있지만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거든요. 그렇게 100명이 넘는 친구들이 모였고요.


2024년의 목표는 양보다는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지금 모인 친구들이 더 끈끈하게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플랫폼도 기존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기반으로 운영했는데, 올 해부터는 비공개 밴드도 사용 예정이에요. 새로 가입하게 된 친구들이 진행 중인 소모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기 편할 것 같아서요. 오픈채팅방에서는 잡담과 모임이나 정보 공유로 계속 활용할 예정이고요.


외부인이 참여 가능한 모임도 변화가 있을 예정인데요. 지금은 저랑 우디가 운영하는 소모임 <수요일에 퇴근하고 한잔 어때?>에서만 외부인 참여가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5월부터는 다른 운영진들도 각자 소모임을 만들어서 외부인 참여를 받을 예정이에요. 운영진들 취향에 맞게 재밌고 소모임이 열릴 예정이에요.


(좌) 솔방울들 굿즈 (우) 솔방울들 첫 정기모임 포스터 (사진 제공_솔방울들 인스타그램)


그럼 이주하는 분들에게 알려주는 정착 노하우가 있을까요? 솔방울들의 청년들에게 유용했던 정보!


서울 밖은 대부분 그런 것 같은데, 강릉에서 집을 구할 때 어플에서 찾으면 매물이 많이 없어요. 강릉은 교차로에 보통 많이 나오고요. 제일 좋은 건 직접 부동산 돌아다니면서, 최대한 많이 발품 파는 거예요. 


그리고 직업을 구할 땐, 솔방울들의 이주 정착한 친구들은 프리랜서가 많은데요. 협업이 필요할 때 커뮤니티 내에서 많이 연결되더라고요. 마케터분들은 디자이너 분하고 같이, 디자이너분은 같이 일하는 대표님 마케팅적인 부분이 좀 필요하다 하면 아는 마케터인데 이렇게 같이 해보면 좋겠다 하는 식으로요. 디자이너 분들은 맡고 있는 업무가 있다 보니까 다 못할 경우에 다른 디자이너를 연결해주기도 하고요. 그런 자연스러운 연결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고미님에게 현재 지역 만족도와 수익 만족도는 각 5점 만점에 몇 점인가요?


저는 둘 다  5점이요. 수익자체는 서울이 더 좋을 수 있는데 나가는 돈을  따져봐야 되잖아요. 그런 것까지 생각했을 때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굳이 서울로 가서 많은 비용을 쓰면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도 강릉에서 충분히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볼 수 있고, 술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지역 재료를 쓴다는 것에서도 되게 장점이거든요. 


지역 만족도가 5점인 이유는, 강릉이 적당한 도시라서 좋아요. 거주 환경으로는 적당히 여유가 있어서 좋고, 사업 환경으로는 적당히 유동 인구가 있어서 좋고요. 특히 사업에서 강릉은 관광객 대상으로 테스트도 해볼 수 있으면서, 지역 재료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거든요. 그래서 굳이 타 지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솔방울들을 함께 하는 좋은 친구들도 있고요. 그래서 지역 만족도도 5점입니다.


다른 지역 사수님들께 궁금한 게 있으세요?


다른  지역 커뮤니티를 하시는 분 들하고도 연결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역 커뮤니티의 목표나 관심사는 비슷하잖아요. 자기 지역에 대한 애착이 있고, 지역을 살리는 핵심이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지역의 커뮤니티 운영진이 모여서 한 번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한 지역을 넘어서 성격이 비슷한 지역 커뮤니티 간에 교류가 생기면 더 좋고요. 강릉의 솔방울이 다른 지역에 가도 어색하지 않게, 그 지역과 지역 청년들과 잘 통할 수 있는 그런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관심 있으신 지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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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수에게 질문해요!

✼사수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질문을 수집해 답변글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질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작성 부탁드려요 :)

서울 밖 사수 고미에게 묻다.


고미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o._.miii


솔방울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ol.bangwools/




에디터 소개


로컬생활자 소피 | @local.sop

사람이 필요한 지역과 기회가 필요한 사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기획자 & 에디터를 꿈꿔요. 정착할 곳을 찾아 여러 지역을 넘나들고 있고, 궁금한 이야기를 찾아 3년째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최승선 | @choi_welcome

지역과 공간이 주는 경험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전공의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지역에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플레이어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 서울밖사수
모든 자원이 서울로 몰리는 나라에서 서울 밖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서울 밖의 자리를 사수하는 사람들을 찾아 더 많은 서사가 다양한 지역에서 흘러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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