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어느 한적한 면소재지의 야산 중턱에 숯가마가 있다.
굵고 잘 뻗은 참나무를 며칠 구워서 참숯을 만들어내고 숯을 꺼낸 가마에서 사람들이 찜질을 하는, 목욕탕과 식당 등이 있는 시설이다.
명절을 앞두고 조용한 오후에 잠시 카운터를 등지고 식당직원과 얘기하는 중이었는데. 입구에서 손님이 다급히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겠어?
예. 갑니다. 하고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는데 더욱 커지고 날카로운 소리.
"아저씨. 사장님. 빨리욧!"
화장실이 어딨는지 물으려는 건 아닌 게 분명했어.
고무 슬리퍼 소리를 따다다닥내며 뛰어나와 보니 현관에 단골 부부가 서있고 그중 파랗게 질린 여자손님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앗. 뱀이다!
제법 1미터는 될 것 같은 것이 대가리는 작은 세모고 등판은 울긋불긋하며 배는 흰색이라.
날렵하게 갈라진 혀를 쉴 새 없이 날름거리는 것이 틀림없이 독사인 거라.
두려움에 떨 틈도 없이 옆에 있던 나일론 빗자루를 손에 쥐니 독사(그렇다고 치자.)가 현관밖으로 나가려는 것이야.
독사가 손님이 다니는 근처 풀숲을 기어 다니면 되겠어?
빗자루를 들고 입구 코너로 몬 뒤에 재차 빗자루로 누르며 손님더러 남자 직원을 불러달랬지.
잠시 후 긴 삽을 들고 바람처럼 달려온 남기사님.
그로 말하자면,
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의 입에서 나온 무용담 등의 전언을 종합해 보면 산전수전에 구사일생의 위기에서도 당당히 살아남은,
뱀 따위야 서로 꼬리를 물려 줄넘기도 했음직한 진격의 중국교포 상남자.
오라. 자신 있게 덤비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이구나 하는데.
삽 이빨 빠진 틈으로 뱀 몸통을 누르고는 어쩔 줄을 몰라하는 거야.
"남기사님. 어찌 쫌 해보시지예."
같이 빗자루로 누르며 채근하니 파르르 손을 떨며 드디어 대가리를 잡아내지 않겠어.
큰 입식 쓰레받기에 담으니 다행히 뱀은 똬리를 틀었고 남기사님은 담 너머 풀섶에 던져달라는 내 말에 당당한 걸음으로 담 앞에 가서는 긴장했던지 쓰레받기까지 뱀과 함께 던져버리고 말았지.
어찌 됐던 소동은 마무리되었어.
근데 첨 뱀을 발견한 부부가 두 마리 같던데 한 마리는 쥐였는지 나도 놀래서 잘 모르겠다. 하는 말이 걸리는 거야. 며칠 전에 큰 개구리 한 마리가 뱀이 발견됐던 팔레트 -팔레트 알지? 지게차가 뜰 수 있도록 짐을 올려놓는 플라스틱깔판-
그 팔레트 안에 숨어 들어서 그거려니 했는데.
조심히 보니 과연 같은 뱀이 틈새에 한 마리 더 있는 거야.
한참을 혼자 팔레트와 씨름하다 보니 마침 남기사님이 커피를 빼들고 지나가지 않겠어? 차 한잔 마시며 맨손으로 독사 잡은 무용담을 풀러 가는 길이었겠지.
여하튼 둘이서 재차 목숨 건 사투(?)를 반복하며 뱀을 잡았고 큰 쓰레받기는 담 건너로 넘어가고 없으니 적당한 스티로폼 통에 담아 다시 풀숲에 방생했지.
이젠 다 끝났지.
팔레트를 세우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며 정리하는데.
뭔가 좀 세-한 거야. 냉기가 몸을 싹 감싸대.
고개를 드니 바로 눈앞에, 세워둔 팔레트 틈에 똬리를 튼 뱀이 대가리를 내밀고 있는 거야.
아! 진짜!! 모골이 송연하더라.
팔레트 채로 밀고 나가서는 팔레트를 패대기치니 상처 입은 뱀이 툭 떨어지대.
빗자루로 한참을 밀어 빗물을 모으는 하수구에 뎃고가니 스르륵 물속으로 떨어지더구나. 풍덩.
기억에, 평생 뱀이라곤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하루에 세 마리를 잡아내지 않았겠어.
퇴직하면 반땅꾼이 되지는 않을지.
경황이 없어 사진까진 찍지 못했는데 찾아보니 저놈처럼 생겼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