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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Mar 07. 2024

쫓아야만 하는 허상



  세상 만물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불완전하지도 않다. 애초에 그러한 것들은 우리의 외부에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완전하다는 것과 불완전하다는 것은 결국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저것을 보고 완전하다고 말하고, 이것을 보고 불완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누구인가. 결국 사람이다. 애초에 완전함, 무결성 따위의 성질은 인간이 부여한 가치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부족하다.'라고 말하기 전까진 그 대상은 부족함이라는 성질을 갖고 있지 않았다. 본래 모든 것은 애당초 그러한 성질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저 우리가 가타부타 판단하고 믿을 뿐이다.

  존재하지 않지만 당연히 존재한다고 믿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애초에 완전할 수 없고, 그러한 성질이 존재조차 하지 않음에도 인류는 '더 완전해지기 위해' 문명을 이룩해 왔다. 우리가 가진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질서를 만들었고,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의 진보를 이뤄왔다. 인류 문명의 모든 것은 결국 없는 것을 있다고 믿는 우리의 착각에서 출발하였다.

  세상은 완전하지도 불완전하지도 않다. 완전성과 마찬가지로 선과 악이라는 기준 역시 태초엔 없었으나 불완전에서 비롯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 선악이란 가치와 도덕이란 기준을 만들었다. 비록 불완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상일지라도 그러한 믿음 때문에 문명이 발전했듯 선과 악이 존재하고 이 둘을 구분할 기준들이 있으며 선을 옹위하고 악을 지양해야 인간과 세상의 불완전한 요소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에 인류 문명은 지금과 같은 '너무도 인간적인' 사회를 갖출 수 있었다.

  비록 그 모든 것들의 기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허상일지라도 이 사회를 유지하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린 선과 악이라는 허구의 잣대를 더욱 강화하고 앞으로의 세대에서도 분명한 공통 감각과 유산으로서 물려받을 수 있게끔 확고히 해야만 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안녕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불완전을 경계하고 도달할 수 없는 무결성을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해야 한다. 허구일지라도, 그리고 도달할 수 없더라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고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고 행동함으로써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 가치를 보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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